제이에스티나와 정구호 기대효과

국내 주얼리·패션브랜드 ‘제이에스티나’가 변신을 꾀하고 있다. 부진에 빠져 있던 휠라를 탈바꿈시킨 것으로 유명한 정구호 디자이너까지 영입해 ‘젊은 이미지’를 덧씌운다는 계획이다. ‘미다스의 손’ 정구호가 손을 댔으니, 제이에스티나가 휠라처럼 힙해지겠다는 기대감이 꿈틀댄다. 하지만 제이에스티나가 풀어야 할 과제는 한두개가 아니다. 제이에스티나는 휠라처럼 환골탈태할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제이에스티나와 정구호 기대효과를 취재했다. 

주얼리·패션브랜드 제이에스티나가 대대적인 브랜드 개편에 나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3년. 국내 시계회사 로만손은 뜻밖의 사업에 진출했다. 주얼리·패션이었다. 이탈리아 공주이자 불가리아 왕비였던 실존 인물 ‘조반나(Jovanna)’를 브랜드 뮤즈로 삼은 이들은 그해 ‘제이에스티나’란 주얼리 브랜드를 론칭했고, 화려한 티아라(로고)와 짙은 보라색(브랜드색)을 전면에 내세웠다.

일부 소비자는 “시계회사가 웬 주얼리”냐고 말했지만 반응은 달랐다. 공주의 우아함을 담은 제이에스티나 주얼리는 금세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17년엔 국내 주얼리 브랜드 중 인지도 1위(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로만손의 사업군도 제이에스티나 덕에 핸드백(제이에스티나 백·2011년), 화장품(제이에스티나 뷰티·2017년) 등으로 확장됐다. 2016년엔 사명까지 아예 ㈜로만손에서 ㈜제이에스티나로 바꿨다. 시계회사에서 종합 패션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였다. 

이런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건 아이러니하게도 제이에스티나로 사명을 바꾼 2016년부터였다. 매출은 2016년 1703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7년 1399억원, 2018년 1274억원으로 해마다 줄었다. 2017년엔 영업손실(4828만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하는 아픔도 겪었다. 

 

올 1분기에도 부진이 이어졌다. 이 회사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4% 쪼그라든 262억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영업손실은 29억원, 당기순손실은 15억원을 기록했다. 사업부문(주얼리·핸드백·시계·화장품)이 전부 영업손실을 낸 건 충격적인 결과였다. 부진의 원인으로 회사는 “대형 면세사업자 매입방식을 직매입으로 추진했다가 3월부터 변경했기 때문”이라고 공시를 통해 해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너리스크까지 터졌다. 제이에스티나의 창업주 김기문 회장(중소기업중앙회장)은 제26대 중기중앙회 회장 선거 전에 금품을 살포한 의혹으로 6월 검찰에 송치됐다. 김 회장의 자녀와 동생 김기석 대표 역시 불공정거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적자 공시가 나오기 직전(1월 25일~2월 12일) 보유한 주식을 처분해 차익실현을 했다는 혐의다.

제이에스티나 측은 “검찰 수사 여부는 확답해줄 수 없다”며 “언론에 보도된 내용 외엔 더 말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참고: 김 회장 장녀와 차녀의 지분율(3월 31일 기준)은 각각 1.02%, 0.88%다. 김기석 대표는 9.13%의 지분을 갖고 있다.] 

성수동 팝업스토어에 쏠리는 눈 

이런 악재 속에서 제이에스티나가 내세운 구원투수는 휠라 브랜드 이미지를 힙하게 탈바꿈시킨 것으로 유명한 정구호 디자이너다. 제이스티나는 지난 1월 브랜드 개편을 위해 정 디자이너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겸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제이에스티나가 어떻게 변신할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건 이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정 부사장이 브랜드 개편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며 “기존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공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 디자이너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관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제이에스티나는 ‘변신’을 시작했다. 무엇보다 새 뮤즈를 조반나 2세이자 가상인물 ‘조엘’로 바꿨다. 화려했던 티아라 로고는 심플하게, 대표 색깔은 분홍색으로 바꿨다.

지난 5월 해방촌 신흥시장에 팝업스토어를 연 것도 큰 변화였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내려놓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16년간 유지했던 조반나 이미지가 무겁고 올드하다는 평이 있었다”며 “팝업스토어에서 10~20대 소비자를 타깃으로 재밌는 사용감의 제품을 선보였더니 호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 디자이너의 생각이 100% 구현됐다고 보기엔 어렵다. 해방촌 팝업스토어에서 공개한 조엘 라인은 ‘화장품’ 뿐이다. 핸드백, 주얼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탈바꿈할지 알려진 건 없다. 회사도 모든 제품이 공개되는 성수동 팝업스토어가 열리는 22일까지 자세히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식 론칭은 8월로 예정됐다. 제이에스티나 관계자는 “밀레니얼 세대가 타깃이라고 해서 핸드백·주얼리의 가격을 낮출 계획은 아직 없다”며 “트렌드에 맞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바꿀 뿐, 브랜드의 핵심 가치인 고급화는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정구호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다시 태어난 제이에스티나가 과연 젊은 소비자를 사로잡고 제2의 휠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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