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에프엔씨의 내실 경영학

3년 동안 ‘계약종료’를 선언한 점주가 없다. 계약해지는 있었지만 점주 개인의 피치못할 사유이거나 대부분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2015~2017년 가맹점 종료 ‘제로’를 달성한 이 프랜차이즈 회사는 한촌설렁탕을 운영하는 이연에프엔씨다. 일반인에게 다소 낯설 수 있는 이 회사는 과도한 출점전략보단 내부시스템을 알차게 만드는 전략으로 승부를 걸어왔다. 최근 영업이익의 14배에 달하는 250억원을 투자해 오성 신공장을 만들기도 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이연에프엔씨의 내실 경영학을 취재했다. 

한촌설렁탕과 육수당을 운영하는 외식기업 이연에프엔씨가 오송에 대규모 식품공장을 완공했다.[사진=이연에프엔씨 제공]
한촌설렁탕과 육수당을 운영하는 외식기업 이연에프엔씨가 오송에 대규모 식품공장을 완공했다.[사진=이연에프엔씨 제공]

소위 ‘뜬다’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엔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가맹점 수를 무차별적으로 늘리는 거다. 가맹점 수가 증가하면 고객과 접점도 늘어나 브랜드 파워를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 전략엔 약점이 있다. 가맹점주를 출혈경쟁으로 내몰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외식업종이 그렇다. 외식시장이 레드오션으로 전락한 지 오래라서다. 실제로 외식시장은 내일을 알 수 없는 ‘전장戰場’이나 다름없다. 가맹점들의 평균 생존기간은 4년7개월. 하루 평균 115개의 가맹점이 문을 열면, 그사이 66개가 폐업한다. 문제는 이런 시장에서 ‘가맹점 늘리기’가 올바른 경영전략이 될 수 있느냐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는 이렇게 분석했다. “출점전략은 전형적인 외형확대책이다. 몸집을 부풀려 본사의 수익을 끌어올리겠다는 건데, 출혈경쟁이란 리스크가 전제에 깔려있다. 지금처럼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선 이 전략은 실패할 공산이 크다. 지금은 운영의 효율성을 꾀할 때다.” 

이런 면에서 ‘한촌설렁탕’ ‘육수당’ 등 브랜드를 운영 중인 한식 프랜차이즈 이연에프엔씨의 전략은 주목할 만하다. 이 회사의 전략은 출점보단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이연에프엔씨는 한촌설렁탕ㆍ육수당 등 브랜드에 중앙집중 주방체계인 ‘CK시스템’을 적용ㆍ운영하고 있다. 이는 주요 메뉴의 식자재를 완제품 형태로 공급하는 형태로, 전문인력 없이도 운영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신선도와 맛도 담보해준다. 

CK시스템은 이연에프엔씨 성장의 ‘중심축’이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충북 오송바이오폴리스 지구에 대규모 식품공장을 완공했는데, 목적은 CK시스템을 확장하기 위해서였다. 250억원을 투입한 이 공장의 육수생산 규모는 연간 3만6000톤(t)이다. 설렁탕 7497만 그릇에 해당하는 규모다. 간편식(HMR) 생산시설을 비롯해 양념불고기ㆍ양념갈비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육가공 생산설비도 갖췄다. 

회사 관계자는 “그간의 수익이 시설 구축에 투입된 셈”이라며 “시설 재투자를 통해 내실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최근 3년간(2015~ 2017년) 한촌설렁탕의 신규 가맹점 숫자가 두자릿수를 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막연한 성공 기대감에 이끌려 덮어 놓고 가게 문을 여는 ‘묻지마 창업’을 경계하는 게 우리의 방침이다. 영업능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거나 가맹점주의 철학이 없는 상황에서 손쉽게 브랜드를 내주는 일은 없다. 하지만 가맹점주에겐 알찬 시스템을 제공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오송공장은 우리의 목표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그래서인지 이연에프엔씨 가맹점의 재무구조는 탄탄하다. 예컨대, 한촌설렁탕의 가맹점 평균 매출액은 5억250만원. 국내 한식 브랜드의 평균 매출액이 4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좋은 수치다. 단위면적당 매출액도 우수하다. 한촌설렁탕의 가맹점 면적(3.3㎡)당 평균매출액은 1392만원으로, 국내 한식 브랜드의 가맹점 면적당 평균 매출액 999만원보다 많다. 

가맹점 폐점률도 낮다. 최근 3년간(2015 ~2017년) 계약해지는 17건, 계약종료는 0건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17건의 계약해지 건도 점주들이 한촌설렁탕을 떠난 게 아니라, 위치를 조정해 재계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전체 매장 중 70%가량이 3년 이상의 장기운영 매장”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연에프엔씨에 리스크 요인이 없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낮은 브랜드 인지도가 문제다. 한촌설렁탕 대부분의 가맹점은 서울ㆍ경기ㆍ인천 등에 밀집돼 있다(2017년 기준 81.2%).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전국구 프랜차이즈’보다 ‘한촌설렁탕’이란 브랜드가 낯설게 다가오는 이유다. 식품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만큼,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가맹점보다 중요한 건 내부 시스템 

이연에프엔씨는 2017년 매출 230억6851만원, 영업이익 17억2545만원의 실적을 냈다. 새 공장에 투입된 돈은 언급했듯 250억원이다. 영업이익의 14배다. 이연에프엔씨는 새 활로를 모색해 솔루션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타깃은 성장세가 가파른 가정간편식(HMR) 시장이다. 오송 신공장에 레토르트 간편식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외식 프랜차이즈를 뛰어넘어 식품제조유통 영역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오송 신공장이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할 발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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