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한전 적자→전기요금 인상, 정치적 프레임의 ‘오류’
탈원전→한전 적자→전기요금 인상, 정치적 프레임의 ‘오류’
  • 김정덕 기자
  • 호수 346
  • 승인 2019.07.09 10:5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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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집권 전후 에너지통계 분석해보니…

한전이 올 1분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6299억원의 영업적자, 역대 최악이다. 그러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과 진단이 잇따른다. 과연 그럴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문재인 정부 집권 전후 원전가동률, 신재생에너지 거래량 등 통계를 분석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탈원전 정책→한전 적자→전기요금 인상’ 프레임엔 오류가 가득했다. 
 

문재인 정부는 본격적인 탈원전 정책을 취한 적이 없다.[사진=뉴시스]
문재인 정부는 본격적인 탈원전 정책을 취한 적이 없다.[사진=뉴시스]

“국민들의 하계 요금부담 완화와 함께 재무여건에 부담이 되지 않는 지속가능한 요금체계 마련을 위해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의 합리적 개선, 주택용 계절별ㆍ시간별 요금제 도입 등이 포함된 전기요금 체계개편 방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할 것이다.” 지난 1일 한국전력이 공시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여름철 누진제 완화를 수용하는 대신, 전기요금 체계를 손보겠다는 한전의 시그널로 읽힌다. 올해 1분기 ‘사상 최악의 적자(영업손실 6299억원, 당기순손실  7611억원)’가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모든 비난의 화살이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향한다. 한전 주주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한전의 대규모 적자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젠 한전 이사회가 정부의 여름철 누진제 완화 방침까지 받아들여 또다시 한전에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 이건 배임이다.” 실제로 한전 주주들은 지난 2일 한전 이사회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이낙연 국무총리 등을 강요죄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사실 전기요금 문제를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등 ‘정치적’으로 해석하게 만든 건 정부의 실책이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인 후유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직 ‘탈원전 정책’ 때문에 지금의 문제가 야기됐다는 분석은 온당치 않다.

그렇다면 현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얼마나 폈을까. 또 탈원전 정책이 전기요금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쳤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 정부가 들어선 후 원전가동률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지난해 원전가동률은 불량부품 사용 논란이 일었던 2013년(75.7%)보다 낮은 66.5%였다. 2013~2017년 원전가동률 평균치(79.6%)보다도 13.1%포인트나 낮다. 탈원전 정책의 영향이 아예 없다고 말하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 탓에 원전가동률이 크게 줄었다고 주장하는 건 억지다. 어쩔 수 없는 원전의 점검 때문에 가동률이 떨어진 측면도 커서다. 예를 들어보자. 2016년 기준으로 전체 원전 발전량의 20.7%를 책임졌던 한빛4호기는 콘크리트벽에서 20개가 넘는 공극들이 발견되는 등 부실공사 논란으로 2017년 5월 이후 지금까지 가동이 중단돼 있다. 

 

점검을 이유로 멈춰섰던 원전도 많았다. 지난해 상반기엔 고리2ㆍ3호, 신고리1ㆍ2ㆍ3호, 월성2ㆍ4호, 신월성1ㆍ2호, 한울2ㆍ3ㆍ4ㆍ5호가 적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가량 계획예방정비 차원에서 운행이 중단됐다. 하반기엔 한빛1ㆍ2ㆍ3ㆍ5호, 한울1ㆍ6호, 월성3호 등이 정비를 받았다. 2013년 원전부품납품 비리사건에 이어 2016년 원전부실 시공논란까지 일면서 점검 과정이 까다롭게 바뀐 결과였다. 

여기에 지난해 6월엔 월성1호기가 폐쇄됐다. 1983년에 만들어진 이 원전은 2012년에 30년의 연한을 채운 후, 2015년에 10년 연장가동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잦은 고장으로 애물단지로 전락했고, 포항ㆍ경주지역 지진과 함께 조기폐쇄됐다. 종합하면, 정부의 적극적인 탈원전 정책 기조에 따른 원전가동률 감소는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굳이 꼽자면 월성1호기 폐쇄 정도가 고작이다.

 

그렇다면 신재생에너지는 탈원전 정책 이후 얼마나 늘었을까. 2016년 기준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전체의 4.6%였다. 2018년엔 4.7%로 고작 0.1%포인트 상승했다. 탈원전 정책 이후 가파르게 늘어난 건 LNG 발전이었다. 범위를 좀 더 넓혀보면, 원전 전력거래량은 2016년 15만4310GWh에서 2018년 12만7078GWh로 2만7232GWh 줄었다. 

같은 기간 LNG 전력거래량은 3만2253GWh 늘었고, 신재생에너지 전력거래량은 6504GWh 증가에 그쳤다. 원전가동률ㆍ신재생에너지 거래량 등 통계를 분석해보면, 현 정부는 ‘탈원전’을 내걸었지만 관련 정책을 제대로 편 적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전기요금 인상론의 배후로 지목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탈원전→한전 적자→전기요금 인상’이라는 프레임엔 논리적 오류가 많다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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