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부부 재무설계 下

50대의 재테크의 핵심은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자산을 불리기보단 지키는 데 힘써야 뒤탈이 없다. 주식·펀드 등 리스크가 큰 상품을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수익률은 그다음이다. 성을 공격하기보단 성문을 걸어 잠근 뒤 다음수를 계산하라는 거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50대의 재테크 방법을 소개한다. ‘실전재테크 Lab’ 28편 마지막 이야기다.

은퇴를 앞둔 직장인이라면 리스크가 큰 상품을 정리하고 연금수령액을 확인하는 등의 갈무리 작업이 필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은퇴를 앞둔 직장인이라면 리스크가 큰 상품을 정리하고 연금수령액을 확인하는 등의 갈무리 작업이 필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이차가 많을수록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10년이 지나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듯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탓이다. 나이가 열세살이나 차이나는 이기철(50·가명)씨와 한미경(37·가명)씨 부부도 서로 다른 경제관으로 인해 다투는 날이 많았다. 이씨는 “벌 수 있을 때 더 많이 저축하자”고 주장한 반면 한씨는 “삶의 여유를 갖고 싶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50대는 자산을 보수적으로 관리해야 할 시기다. 곧 다가올 자녀들의 대학등록금과 병원비 등 재무 이벤트가 많은 데다 은퇴로 소득이 끊기는 상황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50대엔 안전한 금융상품을 갖는 게 좋다. 주식·펀드 등에 직접 투자해 왔다면 적정 시기에 정리하란 얘기다.

물론 이런 방법으론 자산이 불어나기를 기대할 순 없다. 필자가 부부에게 두 딸의 대학등록금이 얼마나 필요한지 등을 정확한 셈법으로 예측해보라고 조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50대엔 버는 것보다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을 깨쳐야 한다. 은퇴 뒤 매월 연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도 확인해 둬야 한다. 국민연금의 예상수령액과 퇴직연금 등을 종합해 따져보고, 부족하다면 개인연금을 추가로 가입해 대비하면 좋다. 개인연금 가입 시기를 놓쳤거나 기업이 퇴직금을 목돈으로 지급한다면 ‘즉시연금’을 고려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즉시연금의 장점은 용어 그대로 연금을 즉시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10년 이상 납입해야 하는 일반 연금상품과 달리 즉시연금은 목돈을 예치하고 한달만 지나면 원하는 시기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상속을 할 경우 상속공제 혜택이 가능하고 10년 이상 유지할 경우 이자소득에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는 등 이점도 많다.

그럼 본격적으로 이씨 부부의 재무솔루션을 세워보자. 지난 1·2차 상담에서 부부는 소비성 지출 82만원, 비정기 지출 11만원 등 93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이씨·한씨 명의의 적금(20만원·50만원)과 자녀 앞으로 된 주택청약종합통장(20만원)까지 합하면 총 183만원의 저축자금을 확보한 셈이 된다. 부부는 자녀 명의 통장은 그대로 두고, 자신들의 적금을 해지해 새 상품에 보태기로 했다.

먼저 월 50만원의 개인연금상품에 가입했다. 앞서 언급했듯 50대에 접어든 이씨는 원금이 손실될 리스크를 최대한 피하는 방향으로 재테크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필자가 이씨에게 금리형연금보험을 추천한 이유다. 원리금에 이자가 붙는 복리 방식인 이 상품은 변액연금보험보다 수익성은 낮지만 안전하게 자산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가입 후 10년이 지난 시점부터 이자소득 전액이 비과세로 처리되는데, 이씨의 은퇴 시기와 맞물려 좋은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다.

연금을 수령하는 방식은 종신형·확정형·상속형으로 나뉜다. 종신형은 연금수령자가 사망하기 전까지 연금을 받는 방식이다. 평생 연금이 나오는 만큼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지만 확정형보다 월 연금수령액이 적다는 단점이 있다.

확정형은 사전에 정한 기간까지만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수령자가 기간 내에 사망해도 상속인이 대신 수령할 수 있다. 반대로 연금수령기간보다 오래 살았을 경우 연금이 끊길 수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이씨는 고민 끝에 종신형으로 수령방식을 결정하기로 했다. 수령액이 다소 적더라도 안정적으로 살림을 꾸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현재 두 딸의 나이는 각각 12살·8살로 첫째의 대학 입학 전까지 8년 정도 여유가 있다. 이씨 부부는 발행어음(월 50만원)으로 등록금을 준비하기로 했다. 발행어음은 쉽게 말해 투자자가 은행에 돈을 빌려주고 그에 따른 이자를 받는 형식이라고 보면 된다. 확정금리를 제공하고 있어 안전성 대비 높은 수익률을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년 만기 상품인지라 매년 새 상품을 찾아야 하는 수고로움은 감수해야 한다.

운 좋게도 상담이 끝난 다음날 한 증권사가 연이율 5.0%의 발행어음을 선착순으로 판매했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5.0%대의 상품은 드물다. 부부는 이 상품에 가입하고 만기 때마다 금리고정형 발행어음 중 이자를 가장 많이 주는 상품에 돈을 넣기로 결정했다.

부부는 채권형 펀드(20만원)에도 투자하기로 했다. 이 상품은 전체 투자금의 60%가량을 채권이나 채권과 관련된 파생상품 위주로 투자하는 펀드다. 운용 대상에서 주식이나 관련 파생상품을 제외하면 수익률은 낮아지지만 그만큼 안정적으로 자금을 모을 수 있다.

채권형 펀드의 종류는 투자 대상에 따라 달라지는데, 국공채펀드와 회사채펀드가 대표적이다. 국공채펀드는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국채)과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공채에, 회사채펀드는 회사가 발행하는 각종 채권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씨 부부는 회사채펀드의 비중이 높은 채권형 펀드에 매월 적립하기로 결정, 향후 자녀들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남은 43만원은 비상금을 마련하는 데 쓰기로 했다. 50대부터는 예상치 못한 지출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갑자기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 입원하거나 부모님·친척을 금전적으로 도와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엔 자금을 유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CMA가 적격이다. 수익성은 낮지만 하루만 입금해도 다음날 이자가 붙고,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어 급여이체·인터넷뱅킹 등의 은행업무도 가능하다.

이제 이씨 부부의 재무솔루션이 끝났다. 183만원 중 기존의 청약예금(20만원)을 제외한 163만원은 각각 노후준비(50만원)와 자녀 교육비(70만원), 비상금(43만원)에 알뜰히 분배했다. 이제 부부에겐 재무솔루션을 성실하게 지키는 과제만이 남았다. 그러기 위해선 상담 때처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 사람은 이미 나이 차를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한 이력이 있으니 앞으로의 과정도 잘 헤쳐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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