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스타트업 클라우드앤] “필터 한장으로 미세먼지 잡았다”
[月刊 스타트업 클라우드앤] “필터 한장으로 미세먼지 잡았다”
  • 김정덕 기자
  • 호수 346
  • 승인 2019.07.11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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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석 클라우드앤 대표의 도전
전기제어 플랫폼 미세먼지 저감에도 탁월
실시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신뢰성 확보
전기요금 비싼 해외에서부터 입소문 쏠쏠

집에 공기청정기가 있는가. 혹시 안심이 되는가. 미세먼지를 얼마나 줄여주는지 그 값은 알고 있는가. 김정석(39) 클라우드앤 대표는 이런 질문을 하루에도 몇번씩 던졌다. 값비싼 공기청정기가 몸값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김 대표는 혁신기술을 만들어냈다. 포레스트라는 IoT 플랫폼인데, 필터 한 장만 있으면 미세먼지를 잡을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말이다. 더스쿠프(The SCOOP) 월간 스타트업 제2편이다. 

김정석 클라우드앤 대표는 “전력절감이든 미세먼지 저감이든 수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천막사진관]
김정석 클라우드앤 대표는 “전력절감이든 미세먼지 저감이든 수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천막사진관]

공기청정기가 필수 가전인 시대다. 국내 시장규모만 지난해 기준으로 1조4000억원대(업계 기준)다. 미세먼지 공포 때문이다. 하지만 공기청정기를 들여놔도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다. 공기청정기가 제대로 공기를 정화해주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어서다. 눈으로 확인할 방법은 센서의 색깔(녹색 혹은 빨강)밖에 없다. 이런 센서마저도 달려 있지 않다면 24시간 풀가동을 해야 안심이다. 필터 교환도 마찬가지다. 알림 기능이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없으면 수시로 확인하고 교체해야 한다.

문득 의문이 떠오른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넘쳐나는 요즘, 공기청정기의 현주소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왜일까.” 의문은 꼬리를 문다. “미세먼지가 줄어드는 수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

공기청정기 제조업체들은 이렇게 광고한다. “우리 제품에는 강력한 헤파필터(HEPAㆍ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 filter)가 달려 있다.” 헤파필터는 ‘공기 중 미립자를 효율적으로 걸러내는 필터’다. 미국 에너지부(DOE)가 표준을 정해놨는데, 이에 따르면 헤파필터는 0.3㎛(마이크로미터) 이상의 공기 중 입자를 99.97% 제거할 수 있다. 거미줄 한가닥의 굵기가 3~5㎛라는 점을 감안하면, 헤파필터만 달려 있으면 미세먼지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래도 홍보가 부족했는지, “우리 제품엔 강력한 헤파필터가 4면에 하나씩 들어 있다”고 떠드는 공기청정기 제조업체까지 등장했다. 

또 다른 의문이 생기는 건 바로 이 지점이다. “헤파필터는 원래 클린룸(반도체 등을 만들 때 먼지를 최소화한 곳)을 만들 때나 쓰던 것 아닌가. 집안을 클린룸 수준까지 만들어야 할까. 미세먼지든 초미세먼지든 ‘좋음’ 수준이면 되는 것 아닐까.”


공기청정기를 보면서 이런 의문을 가진 이는 김정석 클라우드앤 대표다. 사실 김 대표는 이미 2015년 건물의 에너지 절감에 관한 각종 솔루션을 제공하는 아이템으로 창업을 했다. 그러다 색다른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에너지 절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자동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맘먹었다.

이후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2018년 4월)했다. 자신감이 있었기에 개발 기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10개월 만인 올해 1월 그는 전력 절감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자동제어까지 가능한 IoT 플랫폼 ‘포레스트(Porest)’를 모두 개발했다. 

 

포레스트 플랫폼은 월정액 방식이어서 초기에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전기절감과 더불어 미세먼지까지 줄일 수 있다.[사진=클라우드앤 제공]
포레스트 플랫폼은 월정액 방식이어서 초기에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전기절감과 더불어 미세먼지까지 줄일 수 있다.[사진=클라우드앤 제공]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 과정에서 미세먼지 이슈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김 대표는 기존의 공기청정기에 관심과 의문을 품게 됐다. 그는 “여러 의문점들이 생기면서 ‘내가 만든 시스템으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하고 고민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고민에서 비롯된 연구는 올해 3월 알찬 열매를 맺었다. 그는 기존의 포레스트를 개선해 헤파필터를 쓰지 않고도 실내 환경을 미세먼지 ‘좋음’ 수준으로 만들 수 있게끔 만들었다. 이 플랫폼의 핵심은 시스템에어컨의 송풍 기능을 이용하는 것이다. 현재 대형 유통사를 비롯해 프랜차이즈 기업, 심지어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 서비스엔 과연 어떤 경쟁력이 숨어 있을까. 

✚ ‘포레스트’ 플랫폼을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원래 ‘포레스트’는 효율적인 에너지관리를 위해 만들었다. 그런데 만들고 보니 미세먼지 제거에도 활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기능을 추가했는데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김정석 대표는 건축환경공학 박사 학위를 가진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 전문가다. 2014년부터 약 3년간 에너지 절감사업을 검증하는 국책연구에 참여했고, 기업의 에너지절감을 위한 전력제어 전문가로 일하기도 했다. 

✚ 원래는 에너지절감시스템으로 개발했다는 건가.
“그렇다.”

✚ 어떤 원리인가.
“먼저 직접 개발한 작은 하드웨어를 적절한 위치에 설치한다. 이 장치들을 통해 실시간으로 에어컨의 전력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다. 중앙시스템에서는 정해진 데이터 값대로 전력을 제어하는데, 이를 통해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다.” 

 

전기요금을 줄일 목적으로 만들어진 포레스트 플랫폼은 이미 입소문이 꽤 퍼져 있다. 국내 굴지의 유통기업도 클라우드앤과 계약해 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엔 필리핀 현지의 프랜차이즈 기업과도 계약을 앞두고 있다. 김 대표의 영업 전략은 별다른 게 아니다. 무료로 설치해준 다음 전기요금이 줄어든다는 걸 체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쉽게 말해, 기술력이 곧 마케팅인 셈이다. 그래서 서비스 금액도 ‘절감액에서 일부’를 책정한다. 기술력을 높여 절감액이 늘면 늘수록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다. 

✚ 그럼 미세먼지는 어떤 방식으로 제거하나.
“시스템에어컨에 공기 정화용 필터를 끼워 넣는 작업이 추가된다. 나머지는 똑같다. 미세먼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중앙시스템에서 에어컨을 제어해 공기질質을 정해진 데이터 값대로 맞춘다.”

입소문 탄 ‘포레스트’ 

✚ 에어컨으로 공기를 정화한다는 게 잘 이해되지 않는다.
“송풍 기능을 이용한다. 시스템에어컨에 필터를 부착해 놓은 후 송풍 기능을 켜면 실내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먼지가 걸러지는 방식이다.”

✚ 시스템에어컨이라고 범위를 좁히는 것을 보니, 일반 에어컨에선 작동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일반 에어컨에서도 가능하다. 다만 일반 에어컨에서는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 왜 그런가. 
“공기청정기를 예로 들어보자. 보통 구석이나 벽 주변에 놓는다. 콘센트가 구석이나 벽에 있어서다. 그런데 이렇게 설치하면 같은 공간이라도 구역별로 미세먼지 수치가 달라진다. 공기청정기가 제 성능을 발휘하려면 해당 공간의 정중앙에 있어야 한다. 시스템에어컨이 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일반 에어컨은 한계가 있다. 구석에 놓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가정용보다는 상업용 혹은 공공기관용으로 제안하고 있다.”

✚ 수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했는데, 직접 보여줄 수 있나.
“가능하다.”

 

며칠 후 김 대표는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초등학교로 (취재진을) 불렀다. 학교의 협조를 얻어 한 학급에는 포레스트 시스템을, 바로 옆 학급에는 김 대표가 준비한 유명 가전업체의 공기청정기(18평형대)가 설치됐다. 교실 곳곳에는 미세먼지 수치를 측정하는 장치들이 함께 설치됐다. 전문기관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측정기였다. 

두 학급의 미세먼지 수치들이 김 대표가 들고 있는 태블릿PC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김 대표의 말대로, 화면을 통해 본 수치는 중앙이냐 혹은 구석이냐에 따라 달랐다. 흥미로운 점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해보니 미세먼지 수치가 가만있지 않고 수시로 변동한다는 점이었다. 

✚ 수치가 오락가락한다. 왜 이런가. 
“중요한 질문이다. 포레스트의 미세먼지 제거 시스템의 경쟁력이 거기서 나오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가만히 앉아서 수업만 듣지 않는다. 쉬는 시간엔 교실에서 뛰어놀기도 하고, 때론 창문을 열어놓기도 한다. 그래서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기술이 더 필요하다. 상업시설도 마찬가지다. 손님이 드나들면 수치는 계속 변한다. 그 변화에 따라 공기정화 기능도 수시로 변해야 하지 않겠나. 여기에 전기요금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다.”

공기청정기와 포레스트 성능은 각각 어떻게 나타났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성능은 비슷했다. 그렇다고 경쟁력이 없는 건 아니다. 포레스트는 기존 공기청정기와 달리 시스템에어컨에 ‘필터’를 넣는 방식이다. 설치가 간단하고 가격경쟁력이 좋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실험이 진행된 초등학교 한 학급 기준으로 설치되는 포레스트 플랫폼 비용은 연간 50만~60만원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계약기간 발생하는 소모품 교체비용이 포함된 가격이다. 김 대표는 “교체주기도 알기 힘든 공기청정기보다는 낫지 않겠는가”라면서 말을 이었다. “요즘 공기청정기는 거의 헤파필터를 쓴다. 클린룸에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필터다. 중요한 건 가격이 비싼 헤파필터가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거다.”

학부모 조은정씨는 포레스트 플랫폼 실험 과정을 지켜본 후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시스템인 것 같다”고 말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학부모 조은정씨는 포레스트 플랫폼 실험 과정을 지켜본 후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시스템인 것 같다”고 말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그렇다고 기술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김 대표는 “포레스트의 진짜 경쟁력은 가격이 아니라 기술”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포레스트는 미세먼지 제거시스템의 사각지대를 없애준다. 제품과 떨어져 있을수록 미세먼지 제거능력이 떨어지는 다른 공기청정기와 가장 다른 점이다. 공기정화 값을 바로바로 볼 수 있다는 점도 우리만의 경쟁력이다.” 

현재 교육부는 미세먼지 대책 강구를 촉구하는 학부모들의 요구에도 예산이 없다면서 별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실험을 위해 방문한 남양주시 D초등학교에서 만난 학부모 조은정(42)씨는 레스트 플랫폼과 공기청정기를 비교 실험하는 광경을 모두 지켜본 후 이렇게 말했다.

“저학년부터 고학년 순으로 공기청정기를 놔주겠다는데, 고학년 아이들은 졸업 때까지 미세먼지를 다 마시라는 말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기를 정화할 수 있고, 심지어 눈으로 수치까지 확인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시스템이 있겠나.” 

✚ 교육부에 포레스트의 효과를 알려봤는가. 
“문의를 해봐도 담당자가 아니라면서 전화를 돌리기 일쑤였다. 수십통의 전화를 했는데, 결국 ‘담당자’도 못 찾고 끝났다. 눈으로 확인만 해보면 알 수 있는데 아무도 나서질 않더라. 물건을 못 팔아서라기보다 교육공무원들이 아이들을 위한 생각을 안 한다는 게 더 황당했다.”

학교 미세먼지 대안으로 적절

✚ 포레스트를 써보겠다고 나선 곳은 없는가.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 지원책의 일환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라 협의 중이다. 하지만 예산이 추경에 편성돼 있어 국회가 저렇게 파행을 겪고 있으니 답답하다.”

김 대표는 ‘사소한 의문’에서 혁신 제품을 만들어냈다. 값도 싸고 기술력도 충분해 사회적 가치만 인정받으면 된다. 그런 가치를 메겨주기 어렵다면 검증의 ‘장場’을 열어주면 된다. 자금도, 배경도 없는 스타트업엔 정말 필요한 지원이다. 이런 지원은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는 기치를 내건 정부와 지자체의 몫이다.

하지만 정작 공무원들은 혁신 제품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내 담당’이다. 그러는 사이 스타트업이 힘을 잃으면 그들은 또다시 뻔한 스타트업 육성책을 만들어낼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 우리는 언제쯤 끊어낼 수 있을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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