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강소연 빌딩포인트코리아 부장

완벽한 설계도와 그에 따른 정확한 시공. 건축의 이상적인 시나리오지만, 현실에선 거의 없다. 설계 오류가 발견되기도 하고 시공이 잘못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엔 이 오류가 부쩍 줄었다. 첨단기술 덕분이다. 그중 하나가 BIM이고, 그 BIM을 프로그래밍하는 솔루션이 스케치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별 호응이 없다. 왜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강소연 빌딩포인트코리아 부장을 만나 스케치업의 기술을 들어봤다.

강소연 빌딩포인트코리아 부장은 “스케치업은 건축 외 여러 분야에서 재기발랄한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헐리우드에서 콘셉트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크리스 로즈완이 스케치업 작업물을 발표하는 모습.[사진=빌딩포인트코리아 대표
강소연 빌딩포인트코리아 부장은 “스케치업은 건축 외 여러 분야에서 재기발랄한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헐리우드에서 콘셉트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크리스 로즈완이 스케치업 작업물을 발표하는 모습.[사진=빌딩포인트코리아 제공]

✚ 스케치업의 활용도는 어떤가. 
“활용이 쉽다보니 많은 분들이 스케치업을 선택한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유통하는 입장에선 아쉬운 점도 있다.”

✚ 그게 뭔가. 
“옛 스케치업을 주로 떠올린다는 거다.”

✚ 과거 스케치업은 기술적 한계가 있었나. 
“스케치업은 스타트업에서 출발해 2006년 구글에 인수됐다. 이때는 간단한 3D 모델링 기능만 주목받았다. 그러다 2012년 트림블로 인수되면서 스케치업의 성격이 바뀌었다.”

트림블은 측량이나 위치정보 등에서 강점을 가진 글로벌 기업이다. 트림블에 인수된 뒤 스케치업은 설계 솔루션으로 발전했다. 문제는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제법 많다는 점이다. 여전히 구글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인식하는 이들도 많다. 

✚ 지금의 스케치업은 어떻게 달라졌나.
“대표적인 게 ‘테클라’ ‘트림블커넥트’ 등 트림블의 빌딩정보모델링(BIM) 솔루션과 연동이 된다는 점이다. 3D 스캐너를 통해 위치 정보를 불러오는 것도 쉽다. 시장에 여러 BIM 전문 프로그램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스케치업 나름의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 BIM이 뭔가. 생소하다. 
“BIM 건물의 정보를 담고 있는 3D 디지털 모델을 뜻한다. 해당 건물에 필요한 자재의 양과 비용 등을 미리 계산하고, 시공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진단해볼 수 있다. 글로벌 건축ㆍ건설 업계에서 이미 대세로 자리 잡은 기법이다.”

✚ 국내에도 BIM을 활용해 건설한 건축물이 있는가. 
“국내에선 지자체 첫 BIM 도입 사례인 용인시민체육공원이 유명하다. 현재 재건축 중인 여의도우체국도 BIM을 도입했다. 외국과 비교하면 비중이 많진 않다.”

✚ BIM이 필요한 이유는 뭔가. 
“2차원(평면)에서 3차원으로 설계가 한 차원 업그레이드되면서 건물에서 발생하는 모든 정보를 담을 수 있다. 설계상 오류를 찾거나 각 공정 간 간섭 부분을 파악하는 것도 쉽다. 우리나라 건축업계가 염원하는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 효과’가 탁월하다. 완공 후에는 설비 교환 시기나 에너지 소비량 등을 파악해 건축물 관리에도 용이하다.”

✚ 이런 BIM 솔루션으로의 스케치업이 효율적이라는 건가. 
“그렇다. 스케치업은 무엇보다 쉽다. 2차원 그림을 그리듯 3차원에서 쓱쓱 표현할 수 있다. 배우는 것도, 활용하기도 쉽다. 이 점을 BIM 솔루션의 장점으로 강조하고 싶다.”  

하지만 스케치업을 사용하는 이들은 드물다. 3D 프로그램 정도라는 편견 때문만은 아니다. 다른 이유도 분명 있다. 강소연 부장은 “선뜻 스케치업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게 뭘까. 

✚ 그렇게 활용도가 높은데 왜 스케치업을 BIM 툴로 사용하는 사람이 드문가. 
“BIM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로 ‘높은 진입장벽’을 꼽는 사람이 많다.” 

✚ 진입장벽이라니. 
“BIM은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정보를 입력하고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3D 모델링 자체를 어색해하는 분위기다. 그러니까 여전히 2D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 업계에선 2D가 편할 수도 있지 않은가. 
“오랜 기간 써왔고 또 그것으로 충분히 건물을 계획하고 지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설계와 현장을 편리하게 만드는 기술이 등장했고, 적용 사례도 있다. 낯선 기술이란 이유로 편견을 갖기보단 도전해주길 바란다.” 

✚ 방금 전에 스케치업은 활용하는 게 쉽다고 했다. 그걸 설명하면 되지 않는가. 
“맞다. 스케치업은 건축가들이 느끼는 어색함을 금세 해소할 정도로 쉽다. 기본 원리가 간단하고 필요한 기능이 있다면 다양한 플러그인(확장 프로그램)을 덧붙여 응용도 가능하다. 입문 솔루션으로도 가능하다.”

✚ 스케치업을 활용한 BIM은 뭐가 어떻게 달라지나. 
“국내 유저에게 배포 중인 플러그인 중에서 자동으로 콘크리트와 철근을 배근하는 게 있다. 각각의 물량이 엑셀 형식의 리포트로 정리돼 누구와도 손쉽게 공유할 수 있다. 이처럼 설계 단계에서 구체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 물량을 확인하면, 공사비용을 미리 검토할 수 있게 된다. 불필요한 낭비도 줄일 수 있다.”


✚ 스케치업의 인상 깊은 활용 사례가 있나.
“국립국악원 예악당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다. 트림블의 3D 스캐너로 예악당의 공간 데이터를 취득하고, 이를 스케치업에서 불러와 3D 모델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모델을 가상현실(VR) 콘텐트로 재구성했다. 스케치업이 4차 산업혁명 기술과도 잘 맞아떨어진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한국에서 스케치업이 어떻게 자리 잡길 바라나.
“스케치업은 도전하는 만큼 진화하는 솔루션이다. 건축업계에서 주로 쓰이지만, 영화ㆍ웹툰ㆍ제품 디자인 등에서도 스케치업 유저를 만날 수 있다. 크리스 로즈완이란 할리우드의 유명한 영화 디자인 콘셉트 아티스트가 있는데, 그도 열렬한 스케치업의 팬이다. 영화 소품을 디자인할 때 스케치업을 활용한다고 한다. ‘어벤저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무기도 스케치업으로 디자인 했다고 한다. 기술의 진가는 쓰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누가 됐든 이 프로그램을 재기발랄하게 사용해줬으면 좋겠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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