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클조의 퇴직연금 길라잡이❶

퇴직연금은 노동자의 퇴직 이후를 책임질 몇 안 되는 노후대책이다. 개인연금에 따로 가입하지 않았다면 유일한 노후준비 수단일 수도 있다. 어떤 종류의 퇴직연금을 선택할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 무턱대고 투자형에 가입했다간 퇴직금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퇴직연금 가입 전 DB형(확정급여)과 DC형(확정기여)의 차이를 알아둬야 하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의 새로운 연재 ‘엉클조의 퇴직연금 길라잡이’, 그 첫번째 편이다.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면 DC형 퇴직연금보다는 DB형이 더 유리하다.[사진=뉴시스]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면 DC형 퇴직연금보다는 DB형이 더 유리하다.[사진=뉴시스]

많은 관심이 필요함에도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는 이슈거리가 있다. 바로 퇴직연금이다. 퇴직연금은 가입 대상 노동자 1083만명 중 543만8000명(2017년 기준)이 가입한 대표적인 노후준비 제도다. 지난해 기준 퇴직연금 적립액 규모는 190조원이다. 국민연금의 기금적립금(지난해 기준) 638조8000억원의 29.7%에 이르는 거금이다. 그런데도 퇴직연금을 향한 관심이 무척 낮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퇴직연금 가입자 10명 중 8명은 퇴직연금의 기본적인 내용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퇴직연금제도는 무엇일까. 퇴직연금은 퇴직금제도가 변형된 형태다. 노동자의 퇴직금을 보호하기 위해 퇴직금을 외부 금융회사에 적립하고 퇴직 시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하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국가가 만들고 관리하는 국민연금과 달리 국가가 만들고 금융회사가 관리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물론 퇴직금의 소유권은 노동자에게 있다. 퇴직금을 금융회사에 예치하고 관리하는 주체를 기업과 노동자로 구분할 뿐이다. 
퇴직연금은 ‘확정급여형(DB·Defined Benefit)’ ‘확정기여형(DC·Defined Contri bution)’ ‘개인퇴직연금(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업형IRP·개인형IRP 등 세부적인 구분이 있지만 우선은 가장 많은 근로소득자가 가입한 DB형과 DC형을 살펴보자. 
DB형은 퇴직금이 확정돼 있는 것이다. 기업은 노동자 전체의 퇴직금을 기업 명의로 금융회사에 적립해 운용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투자성과는 회사가 갖고 노동자에겐 정해진 법정퇴직금(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근속연수)을 지급한다.

DC형은 기업이 부담금을 노동자의 퇴직연금 계정에 주기적(매월 또는 분기)으로 내고 그 납입금을 노동자의 의사에 따라 여러 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퇴직금의 규모는 투자 성과에 따라 달라진다. 투자만 잘하면 DB형보다 많은 퇴직금을 챙길 수 있다. 금융사가 노동자에게 DC형 퇴직연금 상품을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금 상승률보다 낮은 투자 수익률


하지만 노동자에게 DB형과 DC형 중 어떤 제도가 더 유리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투자 성과를 생각하면 DC형이 낫다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반대다. 대부분의 경우 DB형이 노동자에게 더 유리하다. 실제로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의 투자수익률은 1.01%에 불과했다.

일례를 보자. A씨와 B씨는 최저임금(2019년 8350원) 기준으로 월급을 받는 노동자다. A씨는 DB형 퇴직연금, B씨는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했다. 5년 근무 후 퇴직한다고 가정할 때 두사람이 받는 퇴직금의 차이는 상당하다. DB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A씨의 퇴직금은 올해 기준 872만5750원(평균 월급 174만5150원×5년)이다.

반면, B씨는 매년 연봉의 12분의 1이 적립돼 709만7640원(2015년 116만6220원+2016년 126만270원+2017년 135만2230원+2018년 157만3770원+2019년 174만5150원)의 퇴직금을 받게 된다. 두사람의 퇴직연금 차이는 162만8110원에 이른다. 이런 차이는 DB형의 경우 마지막 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하지만 DC형은 매년 바뀌는 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물론 DC형이 높은 투자 수익률을 기록하면 B씨가 받아가는 퇴직금이 더 많을 수 있다. 문제는 현실 가능성 낮다는 점이다. B씨가 A씨만큼의 퇴직금을 받기 위해서는 22.9%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려야 해서다. 언급했듯 지난해 퇴직연금의 연간수익률은 1.01%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DC형이 포함된 실적배당형 퇴직연금의 연간 수익률도 -3.82%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노동자가 DC형을 선택하는 게 더 이익이다. A씨와 B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DC형일 때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이 더 적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퇴직연금의 형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노동자에게 DC형 퇴직연금을 강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퇴직연금제도 이면 살펴야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운영 형태를 봐도 유추할 수 있다. 대부분의 대기업은 DB형 퇴직연금을 선택하고 있다. 노동자가 운용하는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임금상승률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 상승률은 각각 16.4%와 10.9%에 이른다.

반면 주식시장의 주가 상승률은 각각 -17.6%, 6. 0%(6월말 기준)에 불과하다. 주식시장의 침체로 주식·펀드 등의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걸 생각하면 DC형을 선택하는 건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퇴직연금제도의 이면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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