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차 생태계

자동차의 진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과거 10년의 변화보다 앞으로 1년의 진화가 더 많은 진전을 이뤄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죽하면 자동차 시장 안팎에 ‘과거 영광은 잊으라’는 경구까지 나돌까. 문제는 자동차 부품업체의 환경까지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영세한 부품업체엔 위험한 순간이 다가온 셈이다.

전기차의 부품 수는 내연차의 절반 수준이다. 사진은 중국의 공공 전기충전소.[사진=뉴시스]
전기차의 부품 수는 내연차의 절반 수준이다. 사진은 중국의 공공 전기충전소.[사진=뉴시스]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는 기본이다.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부품의 전동화도 새로운 트렌드가 된 지 오래다. 이를 융합시킨 모빌리티 셰어링이라는 사업모델까지 나왔다. 자동차의 다양성과 융합성이 몰라보게 커졌다.”

자동차의 진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여기에 발맞춰 시장의 생태계도 바뀌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가 수십년간 누려온 ‘슈퍼갑’ 자리가 우버ㆍ그랩 등 모빌리티 업체들에 위협받을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생산구조는 수직하청에서 수평상생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다. 노동환경도 변화의 물결에 휩싸여 있다. 전기차가 득세하면서 생산직 노동자가 이전만큼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차와 부품업체의 상관관계 

이런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부품업계’다. 전기차 등 차세대 자동차의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부품업체들은 악재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서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수가 내연차의 절반 수준이라서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낮은 데다 연구개발(R&D) 능력도 없는 2~4차 하청업체들이 위험하다. ‘현재의 추세대로 자동차가 진화한다면 향후 10년 안에 부품업체의 40~50%가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 우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 질문을 풀어야 할 당사자는 정부만이 아니다. 부품업체와 완성차 업체들도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야 한다. 무엇보다 부품업체 스스로 자신들의 미래를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 지금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무장해야 한다. 전방과 후방은 정부ㆍ지자체ㆍ공공기관이 맡아야 한다. 부품업체에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쉽고 빠르게 알려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건 이들의 과제다. 

정부의 과제는 또 있다. 부품업체들이 나가야 할 방향을 설정해주는 것이다. 예컨대, 현재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미래차와 얼마나 연계성이 있는지 분석하고 확인시켜주는 식이다. 필요하다면 펀드 등을 조성해 고만고만한 부품업체들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2~3%에 불과한 부품업체의 영업이익률을 최소 4~5%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는 완성차 업체들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다.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부품사의 영업이익률이 3%를 넘지 못하도록 막고 있어서다. 이참에 까다로운 납품조건을 완화해 실질적인 상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학연관체계를 부품업체를 중심으로 재설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부품사 프렌들리 정책이 추진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자동차 산업의 골든타임 

부품업체의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부품업체들은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내 부품업체들을 활성화할 만한 환경이 구축돼 있는 것도 아니다. 자동차 산업은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지표다. 미래를 제대로 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품업체를 살려내지 못하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발전은 없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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