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힙한 시인의 자유로운 성장 일기

저자는 “일기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가장 자유로운 글쓰기”라고 말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자는 “일기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가장 자유로운 글쓰기”라고 말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즐거운 일기든 아픈 일기든, 일기는 나로 하여금 시간을 건너게 한다.” 문보영 시인의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은 작가가 블로그에 올렸다가 비공개로 돌린 일기를 모은 산문집이다. 저자는 “일기는 사실을 기록하는 글쓰기가 아니라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가장 자유로운 글쓰기”라고 말한다. 그는 일기라는 이름을 빌려 예측할 수 없는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쳐 보인다.

대부분의 글은 블로그에 올렸던 일기들이다. 갓 20대가 됐을 때 쓴 일기가 주를 이루며 그 이후의 일기도 섞여 있다. 이 책은 20대라는 시간을 건너는 동안 저자가 겪은 아픔과 슬픔을 솔직하고 재기발랄하게 써 내려간 성장 기록이기도 하다. 

독창적인 시 세계만큼 그의 일상은 감각적이며 개성이 넘친다. 브이로그를 하는 시인, 힙합 댄스를 추는 시인, 1인 문예지 발행인 등 문보영 시인을 나타내는 수식어도 예사롭지 않다. 대학에서 문예창작 수업을 듣고 시에 빠졌다는 저자는 등단 1년 만에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며 역대 최단 기간이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1부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에서는 저자의 애인들이 등장한다. 인디언주름이 예쁜 애인, 툭하면 선물 공세를 해대는 애인, 호시탐탐 일기장을 훔쳐보려는 애인 등 여러 애인들과의 만남과 이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픈 연애의 기억을 작가 특유의 문장들로 재치 있게 그려낸다.

2부 ‘나는 서른 전에 이혼하고 싶다’에서는 사랑과 결혼에 대한 생각을 다룬다. 작가는 결혼이 마치 사랑의 결말인 듯 말하는 세상에 반발한다. 서른 전에 이혼해도 이상할 게 없는 사회를 바라며, “이혼은 비정상적이라고 낙인찍는 사회에선 결혼이고 뭣이고 안 하고 싶다”고 선언한다. 

3부 ‘삶에 성의를 갖기가 어려워요’는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정신과를 다니던 날들의 기록이다. 삶에 성의를 갖기 어려워 정신과 약을 먹고, 행복은 과분하니 무난하게라도 살기를 바라는 저자의 간절함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4부 ‘애인이 쓰던 칫솔은 쓰레빠 밑창을 닦을 때 쓴다’는 도서관에 다니고, 인생이 너무 심각해질까 봐 춤을 추고, 낭독회에서 독자를 만나던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는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이자 ‘너무 솔직해지지 않는 연습’이라는 시와 문학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담겨 있다. 

5부 ‘사랑하는 것을 너무 미워하지 않으며’에서는 망설임을 연습하기 위해 아침에 전화영어를 하는 등의 소소한 일상과 사이공으로 떠난 ‘막간 여행’ 이야기를 풀어낸다. 

“인생의 어떤 구간을 건널 때 누구나 항아리를 받게 된다. 정확한 명칭은 ‘눈물항아리’인데, (중략) 이 책은 12리터짜리 항아리 안에 든 눈물을 비우던 나날의 일기들이다. 흩어져 있던 일기를 책으로 엮으며 찬찬히 읽었다. 항아리 바닥에 남아 있던 눈물은 일기의 햇살을 받고 증발했다.” 저자는 자기만의 ‘눈물항아리’를 안고 인생의 구간을 건너는 독자들에게 “함께 삶을 견뎌내고 있다”며 위로와 응원의 손길을 건넨다. 


세 가지 스토리

「최강의 인생」
데이브 아스프리 지음 | 비즈니스북스 펴냄


‘방탄커피’의 창시자이자 실리콘밸리의 투자자인 데이브 아스프리가 세상을 뒤흔든 450명을 만났다. 그들의 성공 공식을 정리하고, 직접 체험한 44가지 법칙으로 추렸다. 저자에 따르면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성공이 뒤따라왔다는 거다. 저자는 호흡부터 식습관ㆍ말ㆍ생각ㆍ감정ㆍ운동ㆍ수면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개선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
정동현 지음 | 수오서재 펴냄 


내로라하는 대기업을 관두고 영국 요리학교로 떠난 저자는 뒤늦은 열정을 불태웠다. 이후 호주 멜버른에서 수년간 요리사로 일했다. 하지만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회사원의 삶으로 돌아갔다. 요리와 함께한 시간은 글로 거듭났다. 이 책은 그의 삶 마디마디에 자리했던 음식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왜 인스턴트 라면 하나에 눈물을 흘리고 가슴이 북받쳐 오르는지 작은 실마리를 찾으려는 간절한 마음의 책이다.


「지도에 없는 마을」
앨러스테어 보네트 지음 | 북트리거 펴냄


구글 어스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지구상에 감춰진 장소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영국의 지리학자인 저자는 지리 정보가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지도 너머에 있는’ 새로운 장소를 찾아야할 필요성도 덩달아 커졌다고 여긴다. 우리의 상상력이 배회할 수 있는 일종의 비밀기지가 필요하다는 거다. 이같은 탈출 욕망에서 시작된 이 책은 우리의 예상을 빗겨가는 ‘제멋대로인 장소’를 향해 독자를 이끈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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