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서 벌어진 일

세계적으로 가뭄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기온은 갈수록 올라가고, 물은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 최근 미국 최대 농업도시인 캘리포니아도 심각한 가뭄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농경에 필요한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사용한 탓이었다. 지하수가 고갈되기 전에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흥미롭게도 이를 해결한 건 사물인터넷(IoT) 센서와 블록체인 기술이었다.
 

캘리포니아는 IoT센서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지하수 고갈 문제를 해소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캘리포니아는 IoT센서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지하수 고갈 문제를 해소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캘리포니아는 황금의 땅으로 통한다. 1800년대 금광을 찾으러 수십만명의 개척자들이 몰려들었다는 데서 붙여진 별명이다. 하지만 지금 통용되는 의미는 다르다. 풍부한 햇볕과 비옥한 토양, 땅 밑에 흐르는 지하수에서 비롯된 강한 생명력을 뜻한다.

캘리포니아가 최대 농업도시로 성장한 것도 이런 생명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채소 중 3분의 1가량은 캘리포니아에서 재배된다. 캘리포니아에서 1년에 농업으로 벌어들이는 돈만 500억 달러(약 58조8650억원)에 이를 정도다. 

하지만 캘리포니아는 커다란 시한폭탄을 안고 있었다. 바로 물이다. 캘리포니아는 농업 생산량이 많은 만큼 방대한 양의 물이 필요하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건 지하수 덕분이었다. 지난 수십년간 캘리포니아의 농민들과 기업들은 대수층(물이 저장된 지층)에 있는 지하수를 끌어다 썼다. 캘리포니아주 수자원부에 따르면 연간 물 공급량 가운데 38%가량을 지하수에서 충당했다. 기후가 건조한 해엔 약 46 %를 웃돌았다. 

그동안 큰 문제는 없었지만 한계는 분명했다. 고갈 문제였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의 지반이 최근 들어 주저앉고, 가뭄이 잦아진 건 지하수 고갈 문제를 알리는 시그널이었다. 흥미롭게도 캘리포니아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한 건 첨단 IT 기술의 힘이다. IBM리서치와 사물인터넷(IoT) 센서 전문기업 스위트센스, 비영리단체 TFT(The Fresh water Trust), 콜로라도 대학은 첨단기술을 통해 캘리포니아 지하수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지하수 상태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지하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남아있는 지하수와 사용량 등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캘리포니아 전역의 지하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야 했는데, 스위트센스의 경험이 힘을 발휘했다.

스위트센스는 물 부족 문제를 겪고 있던 아프리카 지역의 케냐와 에티오피아에 지하수 모니터링 솔루션을 제공한 경험이 있다. 인공위성 연결 센서를 활용해 지하수를 모니터링 했는데, 이번엔 미국국제개발기구(USAID)의 지원을 받아 더욱 효율적인 솔루션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IoT센서다. IoT센서는 지하수 수요와 사용량을 모니터링 한 이후 강우량과의 상관관계를 계산한다. 이를 통해 물의 양이 얼마나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적정량의 지하수만 사용할 수 있도록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이 기술을 통해서다. 

여기에 IBM리서치는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을 도입했다. 지하수 사용을 더욱 투명하고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다. 구조는 간단하다. IoT센서는 추출한 데이터를 인공위성에 보낸다. 인공위성에선 IoT센서로부터 받은 데이터와 기후 데이터의 관계를 분석해 새 데이터를 만든다. 이 데이터는 다시 IBM의 블록체인 플랫폼에 전송된다. 캘리포니아의 농민들과 규제 당국 등 이해관계자들은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하수 사용 현황을 점검할 수 있다. 

 

이런 블록체인 시스템이 갖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지하수를 공유하고 필요한 양만 할당하려면 정확성과 신뢰성이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알렉스 존슨 TFT 펀드디렉터는 “지하수 사용량을 추적하고 보고할 수 있는지에 따라 지하수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가 결정될 것”이라면서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이유는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지하수 공유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솔루션은 캘리포니아의 급수 연결고리라고 불리는 ‘새크라멘토-샌호아킨 강 삼각주’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가뭄이 악화하고 있는 세계 곳곳으로 솔루션을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이는 댐을 짓거나 산의 물을 훔쳐오지 않고서도 자연 그대로의 물을 관리ㆍ보존할 수 있는 방법이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도움말 | 한국IBM 소셜 담당팀 blog.naver.com/ibm_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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