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하나금융 지분 매각과 달라진 트렌드

2016년 은행과 이통사의 전략적 제휴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종異種 콜라보를 통해 출범을 앞둔 인터넷전문은행의 시장을 장악해 보겠다는 의도였다. 관련 상품과 서비스는 쏟아졌고, 시장은 기대감을 품었다. 그로부터 3년, 콜라보를 시도한 은행과 이통사는 이름값에 못 미치는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최근 SK텔레콤이 하나금융의 지분을 매각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이종결합의 달라진 트렌드를 분석했다. 

은행과 이동통신사의 전략적 제휴가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사진=뉴시스]
은행과 이동통신사의 전략적 제휴가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사진=뉴시스]

끈끈한 전략적 제휴관계를 이어오던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의 사이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SK텔레콤은 지난 6월 18일 보유하고 있던 하나금융의 주식 610만9000주(지분율 2.0%)를 블록딜 형식으로 모두 처분했다. 10년째 우호관계를 맺어오던 두 회사의 달라진 게 아니냐는 뒷말이 쏟아졌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가 2016년 합작해 만든 핀테크 기업인 핀크(Finnq)의 수장까지 지분이 되레 적은 SK텔레콤 출신의 인사로 바뀌면서 파트너십에 변화가 생겼다는 의혹을 키웠다. [※ 참고: 핀크는 2016년 10월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이 출자한 합작법인이다. 출자금액은 하나금융 255억원(지분 51.0%), SK텔레콤 245억원(지분 49.0%)을 부담했다. 핀크의 지난해 매출액 2억3228만원, 영업이익 -183억3814만을 기록했다.]


두 회사는 지분 매각이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라면서 시장의 우려를 일축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5G 설비투자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이라며 “지분 매각과 관계없이 하나금융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는 앞으로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 관계자도 “SK텔레콤의 지분 매각 이유는 알지 못한다”면서도 “두회사의 협력관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의 시각은 다르다.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이 함께 진행한 사업이 이렇다할 결과를 내지 못하면서 전략적 제휴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게 아니냐는 의견이 더 많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가령, 출범 당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하나SK카드는 눈에 띌 만한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지난 2월엔 제3인터넷전문은행에도 함께 도전했지만 ‘예비인가 불허’라는 실망스러운 성적표만 받아들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은 하나금융 지분 매각 전후로도 광고와 콘텐트 강화를 위해 다른 기업의 주식을 취득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갑작스러운 지분매각이 관계의 변화를 암시하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SK텔레콤의 지분 매각을 바라보는 의견은 또 있다. 활발하게 진행되던 은행-통신 결합의 필요성이 감소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사실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을 앞둔 2016년 전후 은행과 통신사의 합종연횡은 유행이었다.

2016년 11월 KB국민은행은 LG유플러스와 제휴 협약을 맺고 통합 멤버십 서비스 플랫폼인 ‘리브 메이트(Liv Mate)’를 출시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KT
(2016년 11월), SK텔레콤(2016년 2월)과의 제휴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이를 두고 시장은 ‘이종산업 콜라보의 시너지’를 기대했다. 이통사는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은행은 새로운 소비층인 젊은층을 잠재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핀테크(FinTech) 열풍까지 불면서 기대감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문제는 이 역시 별다른 성과물을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은행과 이통사의 협력에 소비자가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반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핀테크 기업의 서비스는 시장의 주목을 끌면서 ‘은행-이통사의 콜라보’에 회의적인 눈초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예컨대 무료송금 플랫폼으로 시작해 제3인터넷전문은행에까지 진출한 ‘토스’가 대표적이다. 2015년 2월 서비스를 시작해 올해 3월 가입자 수 1100만명을 돌파했다. 간편송금·무료신용등급조회·자산관리 등의 서비스가 성공의 비결로 꼽힌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은행과 통신사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을 앞두고 짝을 찾는 데만 급급했다”며 “이후 인터넷전문은행의 메기 효과가 크지 않다는 걸 느낀 데다 은행-통신사의 시너지 효과도 미흡해 전략적 제휴가 흐지부지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어디 은행, 어느 통신사를 쓰느냐보다 어떤 상품과 혜택에 관심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며 “핀테크에서의 기술은 단순한 모바일의 활용이 아니라 새로운 상품·신용등급체계·차별화한 서비스 등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과 SK텔레콤의 전략적 제휴관계가 느슨해진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배경에도 이런 이유가 깔려 있다.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비용만 지출하는 것보다 각자의 사업영역에 집중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분위기다.

토스를 비롯한 핕테크 기업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사진=연합뉴스]
토스를 비롯한 핀테크 기업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단순한 메가 브랜드의 결합으로는 트렌드와 혜택에 민감한 젊은 고객층을 잡을 수 없다”며 “젊은층은 모바일뱅킹에 익숙해지면서 혜택이 좋다면 지방은행을 선택하는 것에도 큰 거부감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핀테크의 중심이 모바일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은행과 이통사의 단순한 결합으로는 치열한 핀테크 경쟁에서 버티기 어렵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큰 효과 없는 은행·통신사 제휴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은행과 통신사의 제휴에선 고객과의 접점을 가질 수 있는 플랫폼이 없었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통신사는 고객을 유인하는 요인이 금융서비스가 아니라 단말기 보조금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의 입장에서는 은행과 통신사가 제휴를 해도 은행이 주는 혜택만으로는 통신사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며 “통신사 입장에서는 제휴의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해 제휴 관계를 중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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