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 실감형 미디어 테마파크 체험기

두릉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마운틴 미디어 쇼’에는 거대한 백호가 등장해 객실 관객들을 압도한다.[사진=CJ헬로 제공]
두릉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마운틴 미디어 쇼’에는 거대한 백호가 등장해 객실 관객들을 압도한다.[사진=CJ헬로 제공]

여름엔 물놀이, 겨울엔 스키와 보드를 즐기는 곳으로 유명한 강원도 홍천의 비발디파크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숙박시설 지하에 놀이공원을 조성하는가 싶더니 이젠 리조트 뒷산에 ‘호랑이’까지 풀어놨다. 물론 진짜 호랑이는 아니다. CJ헬로의 아이디어와 기획, 파나소닉의 프로젝터 기술, 대명리조트의 인프라를 조합해 탄생한 ‘미디어 파사드 호랑이’다. 과연 어떤 모습일까. 딸과 함께 가봤다.

강원도 홍천 비발디파크에 어둠이 깔리면 그 사람 많던 워터파크도 문을 닫는다. 골프장도, 객실 지하에 있는 놀이시설도 종료된다. 그럼 이제 숙소에서 대충 시간을 때우다 잠을 청해야 할까. 아니다. 어두워져야 시작되는 비발디파크만의 쇼가 있다.

미디어 파사드(건물 외벽에 영상을 투사하는 기술)를 이용한 ‘마운틴 미디어 쇼(제목은 호접몽)’와 각종 조명에 ICT 기술이 접목된 산책로를 체험할 수 있다. 기자도 아내와 6살배기 딸을 데리고 비발디파크의 새로운 콘텐트를 경험해봤다. 

먼저 열리는 이벤트는 산책로다. 이름은 ‘비발디 포레스트 별빛 이야기 길’. 비발디파크 파인동 뒤편 주차장 쪽으로 가면 산책로가 있는데, 저녁 8시가 되면 이곳에 갑자기 사람들이 하나둘 줄을 선다. 여기가 ‘비발디 포레스트 별빛 이야기 길’ 입구다. 평소엔 일반 산책로로 열려 있다가 저녁이 되면 형형색색의 조명을 갖추고 탈바꿈한다. 

‘마운틴 미디어 쇼’를 제대로 즐기려면 ‘비발디 포레스트 별빛 이야기 길’은 필수 코스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마운틴 미디어 쇼’를 제대로 즐기려면 ‘비발디 포레스트 별빛 이야기 길’은 필수 코스다.[사진=더스쿠프 포토]

1㎞가 조금 넘는 산책로를 둘러보는데 20~30분이면 족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굳이 편한 신발로 갈아 신지 않았는데, 오판이었다. 산책로를 다 둘러보고 내려오는데 대략 1시간10분이 걸렸다. 곳곳에 등장하는 흥미로운 불빛에 매료돼 발길이 잘 안 떨어진다. 

◆ “나비가 땅에서 날아다녀요.” = 처음 등장하는 이벤트에서부터 한참을 멈췄다. 바닥에 둥둥 떠다니는 형형색색의 나비와 새, 벌, 꽃을 잡으러 다니느라 바빠서다. 위에서 빛으로 쏘아 그걸 땅에서 보는 건데, 마치 땅에서 자연 발생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산책로 곳곳에 다양한 조명들이 등장한다. 뭐라 설명하기 힘든 ‘조명 조각’들이 온몸을 비추기도 하고, 천둥소리와 함께 번쩍하는 번갯불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사계가 연상된다. 나비와 꽃으로 시작된 조명이 천둥과 번개로 이어져서다. 곧 가을 테마가 나오지 않을까 싶을 때쯤 또다른 테마가 산책로를 걷던 이들의 발걸음을 잡아끈다.

◆ “앗, 호랑이다” = 산책로 중간에 미디어 파사드가 잠깐 등장한다. 두릉산을 배경으로 펼쳐질 미디어 파사드 ‘호접몽’의 예고편인 셈이다. ‘호접몽’은 주인공인 어린아이가 꿈속에서 두릉산 산신인 호랑이를 만나 사계절을 보내며 다양한 모험을 겪는다는 스토리다. 구름다리 아래의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듯한 호랑이는 아이와 함께 놀기도 하고, 거침없이 뛰어나오기도 한다. 형체도 없고 빛으로만 움직이는 듯한 호랑이가 무서웠던지 딸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 “이거 진짜 달이에요?” = 좀 더 가다보니 진짜 달이 있다. 가을 테마인 듯하다. 물론 ‘진짜 달’은 아니다. 조명으로 만든 가짜 달이지만, 분화구처럼 생긴 달 표면까지 잘 표현하고 있어 꽤 그럴듯하다. 

역시 로맨스는 달빛 아래에서 빛을 발하는 걸까. 옆에 있던 젊은 연인은 달 옆에서 한참을 끌어안고 사진을 찍어댄다. 얼굴보다는 실루엣이 나오기 때문에 아무리 사진 찍히기 싫어하는 사람도 자발적으로 나서게 만든다. 놀랍게도 기자의 아내가 그랬다. 

◆ “곰도 있고, 사슴도 있고…” = 산책로라고 해서 산책만 하는 게 아니다. 산책로 중간에 게임도 있다. 하나는 징검다리를 짚고 폴짝 뛰어오르면 맞은편에 홀로그램 같은 갖가지 동물들이 함께 뛰어오른다. ‘키네틱아트(움직임을 이용한 예술)’의 일종으로 보인다. 좀 더 가면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해 동물 아바타가 황금박쥐를 때려 물리치는 게임도 있다. 아이들이 가장 오래 머무는 길이다. 

커다란 달 조명은 산책로의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커다란 달 조명은 산책로의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아니나 다를까. 눈꽃모양의 빛이 바닥을 비춘다. 1㎞ 정도에 불과한 길에서 뛰어놀던 딸은 그제야 발이 아프다며 업어달란다. 산책로를 내려오니 밤 9시 15분이다. 

◆ “저 산에 진짜 호랑이가 살아요?” = 객실로 이동하니 비발디파크 맞은편의 두릉산 자락에 대형 미디어 파사드 준비 영상이 비친다. ‘마운틴 미디어 쇼’는 밤 9시부터 30분 간격으로 3회에 걸쳐 진행되는데, 산책로에 오래 있으면 자칫 놓칠 수 있다. 

아마도 산책로는 ‘호접몽’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겪는 사계를 간접 체험하도록 하는 기제로 보인다. 미디어 파사드 영상에선 산책로에서 만난 호랑이가 초대형 호랑이로 나타나는데, 크기에 압도된다. 업계 최고라는 파나소닉 프로젝터가 내뿜는 호랑이는 딸이 “진짜 저 산에 호랑이가 살아요?”라고 물어보게 만들었다. 당연히 살 리 없다.

하지만 그렇게 솔직히 말하면 가짜를 본 꼴이 된다. 아이의 감동을 망치고 싶지 않다. “저 호랑이는 산신령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아. 나중에 만나게 될 지도 모르지.” 결국 호랑이에 얽힌 옛날이야기를 한가득 쏟아낸 후에야 아이도 잠들었다. 

 

‘비발디 포레스트 별빛 이야기 길’은 새로운 체험형 콘텐트를 원하던 이들의 욕구를 채워줄 만했다. 다만 아쉬움도 있다. 산책로 입구 바로 맞은편에 설치된 흡연실은 왠지 생뚱맞아 보였다. 산책로를 걷지 않은 사람들에게 ‘마운틴 미디어 쇼’의 내용이 좀 난해할 것 같다는 점도 아쉬웠다.

비가 오면 ‘호접몽’을 체험할 수 없다는 점도 한계로 꼽을 만했다. 이 콘텐트의 기획자는 “기술적 한계보단 안전사고 우려 때문이다”면서 “다양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CJ헬로 관계자는 “여름철 성수기에 맞춰 선보이기 위해 서두르다 보니 미흡한 점들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콘텐트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개선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콘텐트는 일정 기간 후 바뀐다. 호접몽 뒤엔 또 어떤 테마가 두릉산을 노닐지 기대가 된다. 딸은 벌써 두릉산에 한번 더 가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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