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문화의 원류

❶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가 묘사된 장식판, 기원전 3세기, 피렌체국립고고학박물관 ❷반트, 기원전 4세기 말, 피렌체국립고고학박물관
❶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가 묘사된 장식판, 기원전 3세기, 피렌체국립고고학박물관 ❷반트, 기원전 4세기 말, 피렌체국립고고학박물관

에트루리아는 로마 이전에 이탈리아 반도 중북부를 중심으로 성장했던 고대국가다. 로마는 에트루리아의 도시 외관을 본떠 도로·광장·수로시설·사원을 갖춘 도시로 발전했고, 세계 제국이 됐다. 에트루리아가 남긴 문화의 흔적은 로마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고대 지중해 문명의 한 축이었지만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에트루리아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전은 기원전 10세기께부터 1000년 가까이 지속한 지중해의 고대 문명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약 300점의 전시품에는 에트루리아인들의 생활 모습과 세계관·종교관·사후 관념 등이 담겨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불치 신전과 루니 신전의 페디먼트(서양 건축에서 정면 상부에 있는 삼각형의 벽) 등 에트루리아의 중요 문화재가 해외에 소개되는 것은 드문 사례로 꼽힌다.

❸여행하는 부부가 묘사된 유골함, 기원전 2세기 말, 구아르나치 에트루리아박물관❹유피테르, 기원전 2세기,  피렌체국립고고학박물관
❸여행하는 부부가 묘사된 유골함, 기원전 2세기 말, 구아르나치 에트루리아박물관❹유피테르, 기원전 2세기, 피렌체국립고고학박물관

당대 역사가들은 에트루리아인을 ‘모든 사람들과 다른 태곳적 사람들’이라며 지중해에 살던 사람들 중 가장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그들의 기원과 언어, 종교는 독특하고 신비로웠다. 에트루리아인은 종교와 신에 관심이 많았고 그리스의 종교관도 수용했다. ‘사후에도 삶은 지속된다’는 사후 관념을 지니며, 이런 종교관은 그들의 무덤에 반영돼 있다.

유골함에 등장하는 반트(Vanth)와 카룬(Charun)은 에트루리아 종교관에서 저승의 신들이다. 이 종교관과 사상 등은 고대 로마 종교관의 근원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❺전차, 기원전 7세기 전반, 피렌체국립고고학박물관 ❻모자 상, 기원전 3세기 전반, 피렌체국립고고학박물관
❺전차, 기원전 7세기 전반, 피렌체국립고고학박물관 ❻모자 상, 기원전 3세기 전반, 피렌체국립고고학박물관

전시의 콘셉트는 에트루리아와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의 비교, 에트루리아의 사후 관념의 이해, 그리고 D. H. 로렌스(D. H. Lawrence)와 함께하는 에트루리아 여행이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의 저자로 알려진 로렌스는 에트루리아 유적지를 답사한 후 1932년 「에트루리아 유적 기행기」를 남겼다.

독특하고 세련된 고대 유럽 문명의 하나로, 로마의 근간을 이룬 에트루리아 문명은 2000여년이 흐른 오늘날에도 여전히 신비로운 매력을 자아낸다. 전시실은 ‘지중해의 가려진 보물, 에트루리아’ ‘천상의 신과 봉헌물’ ‘에트루리아인의 삶’ ‘저승의 신과 사후 세계’ ‘로마 문화에 남은 에트루리아’로 나눠 구성됐다. 10월 27일까지 개최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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