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m와 5.99m, 대체 뭐가 다른가 

풋살장은 맘대로 지을 수 있다. 관련법이 없어서다. 규제조항이 하나 있긴 한데, 건축법 시행령 118조(7번째 조건)다. “… 높이 6m를 넘는 골프연습장 등의 운동시설을 위한 철탑….” 높이 6m가 넘으면 지자체에 신고를 하고, 구조계산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풋살장 업계는 이 시행령을 가뿐하게 피해나갔다.  6m 미만의 풋살장을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6m와 5.99m, 대체 뭐가 다른가. 더스쿠프(The SCOOP)가 풋살장이 안전사각지대가 된 이유를 취재했다. 

전국에 있는 풋살장이 안전사각지대에 놓여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국에 있는 풋살장이 안전사각지대에 놓여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형 유통채널은 물론 공공체육시설에도 풋살장이 들어서고 있다. 5인제 미니 축구게임 풋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다. 업계가 추정하는 전국 풋살장의 수는 1000여개. 이 많은 풋살장이 ‘안전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다면 어떨까.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고, 체육시설의 안전사고 발생률이 높다는 점을 떠올리면 심각한 문제다. 특히 천장을 철골 구조물로 덮은 야외 풋살장의 경우, 리스크가 더 높다. 풋살장을 값싼 자재로 만들면, 강도 높은 태풍이 발생했을 때 견디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국내엔 풋살장을 규제하는 법률이 전혀 없다. 축구장 등 일반적인 체육시설이 ‘체육시설의 설치ㆍ이용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는 것과는 다르다. 

이 법 10조는 민간에서 만든 체육시설 중 등록ㆍ신고를 해야 하는 업종을 나열해놓고 있다. 나열된 업종은 체육시설업 시행령에서 정한 시설 기준을 준수하고, ‘지도자 배치’ ‘안전위생기준 마련’ ‘보험가입 의무’ ‘도로교통법상 통학차량 기준 준수’ 등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이 리스트엔 풋살장이 없다.

 

풋살장이 전국 곳곳에 세워지게 된 법적 근거는 따로 있다. 건축법 시행령 118조다. 이 법은 지자체에 신고해야 하는 공작물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공작물은 땅에 고정된 모든 인공물을 뜻하는데, 이중 지붕ㆍ벽 등이 있는 ‘건축물’을 제외한 시설을 의미한다. 가령 건축물로 보기 어려운 옹벽ㆍ굴뚝ㆍ광고탑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시행령에 따르면 이런 공작물을 지을 땐 지자체에 신고를 하고, 설치 전 공작물 구조계산서(시설의 구조설계 내용을 담고 있는 문서)를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풋살장에 해당하는 조항은 118조의 7번째 조건이다. “… 높이 6m를 넘는 골프연습장 등의 운동시설을 위한 철탑, 주거지역ㆍ상업지역에 설치하는 통신용 철탑, 그 밖에 이와 비슷한 것….”

그런데 풋살장 업체들은 이 조건을 교묘하게 피해갔다. 풋살장 철골 구조물의 높이를 6m 미만으로 설치해 스스로 ‘신고 대상’에서 벗어난 거다. 구조계산서 등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서류를 지자체에 제출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더스쿠프(The SCOO P)가 전수조사한 72개 가운데 딱 4개만이 지자체에 풋살장을 신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풋살장 업체 관계자는 “풋살장 관련 법규가 없다보니 건축법에서 관련 규정을 찾은 것”이라면서 “풋살장도 운동시설인 만큼 해당 시행령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풋살장은 바닥을 포장하고, 잔디를 깔고, 울타리를 치는 수준에서 짓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처럼 규모가 작은 공작물인 경우엔 축조 신고를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이를 두고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에 불과한 명백한 위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천장에 트러스 구조물(여러 개의 철제 소재를 삼각고리 모양으로 연결한 구조물)을 설치하고, 그 밖을 그물로 막은 풋살장은 운동시설을 위한 철탑이 아닌 건축학상 구조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따라서 모든 풋살장은 지자체에 신고를 해야 하고, 구조계산서도 제출해 안전검토를 받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건축사무소 H2L의 현창용 대표는 “현행 건축법은 신고 대상 공작물의 경계선이 뚜렷하지 않다”면서 “법이 풋살장 업계의 불법행위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풋살장의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할 방법은 없을까. 가장 필요한 건 풋살장의 법제화다.

지난 5월 신고 체육시설업에 풋살장업을 추가하는 체육시설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현재 풋살장 설치ㆍ법적 근거가 없어 풋살장 이용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현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신고체육시설업에 풋살장업을 추가해 설치시설기준 및 안전ㆍ위생기준 등을 적용, 이용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려는 것”이라고 법안 발의 이유를 밝혔지만, 아직 ‘심사단계’다. 

풋살장의 애매한 규정들

거듭 공전을 겪으면서 중요 현안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 국회 상황을 떠올리면 이른 시간 내에 법안 통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당장 법제화가 어렵다면 풋살장의 관리ㆍ감독 주체인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 시설 현황 파악과 안전 검사가 시급하다. 업계의 자정작용도 동반돼야 한다. 자발적으로 지자체에 신고해 안전한 구조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이 역시 쉽게 풀리지 않을 공산이 크다. 

풋살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에 신고를 하면 구조계산서 수량에 맞춰 일정한 간격으로 시공을 해야 하는 만큼 풋살장 설치비용이 두배로 든다”면서 “때문에 지자체 신고 대상임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하고 신고하지 않는 풋살장 업체도 많다”고 귀띔했다. 풋살장에 드리워진 인재人災 그림자, 과연 걷힐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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