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건설안전사고 방지책

국토교통부가 건설사고 통계를 1일부터 집계하고 있다. 늦었지만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 통계가 건설사고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고용노동부가 비슷한 통계를 집계해왔지만 별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허울뿐인 건설안전사고 방지책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2019년 5월 진행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10대 건설사 CEO의 만남으로 ‘건설업 안전보건리더회의’ 개최 여부는 알 수 없게 됐다.[사진=뉴시스]
2019년 5월 진행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10대 건설사 CEO의 만남으로 ‘건설업 안전보건리더회의’ 개최 여부는 알 수 없게 됐다.[사진=뉴시스]

지난 1일, 건설 현장의 사고 집계가 시작됐다. ‘건설기술 진흥법’ 시행령 개정으로 사람이 사망하거나 혹은 3일 이상 쉬어야 하는 수준의 부상을 입은 경우, 1000만원 이상의 재산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국토부가 관리하게 됐다. 시행령 개정 전엔 사고가 발생해도 사람이 죽지만 않는다면 국토교통부에 보고되지 않았다는 게 더 놀랍지만, 어쨌거나 의미 있는 진전이다. 

문제는 개정된 시행령이 얼마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다. 현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숫자놀음에 불과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건설 노동자는 “국토부에 보고가 되지 않았을 뿐 고용노동부는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망 사고를 집계했다”면서 “그럼에도 달라진 건 없다”고 꼬집었다. 

고용노동부는 2014년부터 30대, 혹은 50대 건설업체 CEO를 한자리에 모아 ‘건설업 안전보건리더회의’를 매년 개최해왔다. 2018년에는 국토부도 함께 했다. 이 회의에선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참석한 건설사의 안전관리 목표와 지난해 실적 등의 보고가 이뤄졌다. 안전보건 분야의 정규직 인력 규모, 50대 건설사의 매년 안전관리 실적과 목표도 공유됐다.

하지만 ‘건설업 안전보건리더회의’의 구체적인 자료를 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회의를 주관하는 고용노동부의 보도 자료에도 각 사가 제출한 현황과 목표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담당조차 아니기 때문에 논외다. 현장 노동자는 “국내 건설사들이 모여 안전한 건설 현장을 만들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논의만 할 뿐 그 내용이 알려진 적은 없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회의를 위해 만드는 자료이기 때문에 회의가 없는 경우 건설사에 따로 만들어서 제출을 요구하기는 어렵다”며 “1월에 현황 보고를 각 건설사로부터 받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인지는 하고 있지만 공개대상은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문제는 안전관리 내용이 베일에 싸여 있는 것만이 아니다. 2018년 이 회의에서 밝힌 ‘사망사고 20% 감소’라는 목표도 문제다. 국토부는 2017년 506명이었던 건설현장 사망자 수를 2022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매해 20%씩 줄여나가겠다는 것이었는데 이행하지 못해도 지금까지는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역시 ‘건설업 안전보건리더회의’와 관련해 매분기 이행실태를 확인하고 사망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업체의 경우에는 안전경영 강화 등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나마 그 전까지는 참여도 하지 않았던 국토부가 2018년에는 함께하기도 했다. 관련 부처는 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하거나 목표치를 일괄적으로 부여할 수 없기 때문에 생김새만 그럴듯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쉽지 않았다. 

2018년 ‘건설업 안전보건리더회의’에 제출된 내용을 보자. 목표가 ‘사망사고 0명’인 건설사는 총 43개사 중 33곳이었다. 나머지 건설사는 사망자 감소 목표가 0명이 아닌 1명 혹은 2명이었다.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산업개발, 부영주택, 한신공영, 계룡건설 등이다. 

 

똑같이 사망사고가 발생했지만 목표만 놓고 보면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2018년 사망자 목표를 ‘0명’과 ‘2명’으로 각각 잡은 현대건설과 GS건설의 사례를 살펴보자. 지난해 현대건설과 GS건설에선 2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결과적으로 현대건설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노동자 안전을 놓고 보면 GS건설과 큰 차이가 없다. “사망자 목표를 ‘0명’으로 잡지 않는 게 말이 되는가”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꼭꼭 숨은 안전 노력

이승현 전국건설노동조합 노동안전국장은 “목표치가 서로 다르다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며 “1명도 사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최우선의 목표인데 그나마도 최소한의 선을 정해놓고 실제 사고가 발생하면 면피용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빈번하게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고 현장에서도 노동자들은 국토부가 통계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7월 1일부터 운영을 시작한 CSI에 사고 기록이 쌓여 7월 말이면 제대로 된 열람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매년 열리던 ‘건설업 안전보건리더회의’ 개최 여부는 미정이다. 회의를 위해 만들어지는 업체별 자료도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의 목표는 2022년까지 사망 사고의 절반 감축이다. 통계화가 첫 열쇠가 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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