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4] QE3와 유로존 재정위기

▲ 스페인 마드리드 방키아 은행 본점 앞에서 한 시위자가 구명튜브를 들고 있다. 미국에서 던진 QE3라는 튜브를 유로존 재정위기국이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헬리콥터 벤’이 드디어 헬리콥터에 올라탔다. 9월 6일 유럽중앙은행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무제한 국채매입 카드를 꺼내든지 10여일 만이다. 연이은 호재로 유로존은 재정위기국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올여름 유로존은 수많은 악재로 전 세계 금융시장에 또 다시 ‘붕괴 공포’를 퍼뜨렸다. 스페인은 지방정부 17개 중 7개가 파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한 때 국채금리가 '부도 마지노선‘이라는 7%를 넘나들었다. 그리스는 곳간이 말라 공무원의 월급조차 지급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며 ‘9월 위기설’이 피어오르기도 했다.

이런 공포를 잠재운 해결사는 유럽중앙은행(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였다. 그는 9월 6일(현지시각) 통화정책회의에서 무제한 단기국채 매입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단서가 붙었다. 불태화 정책을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불태화정책이란 중앙은행이 시중에 풀었던 유동성을 흡수해 인위적으로 통화가치를 조절하는 정책을 말한다.

하지만 이 조치가 공포의 불씨를 완전히 끄진 못했다. 시중에 풀린 돈이 선진국 국채와 금 등 안전자산에만 몰려 정작 돈이 필요한 유로존 재정위기국에는 돈이 돌지 않는 ‘유동성 함정’이 심화됐다.

시장의 기대는 또 다시 헬리콥터 벤에게 쏠렸다. 국제금융시장은 유동성 함정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3차 양적완화(QE3)를 실시하기를 은근히 바랐다. QE3를 실행한다면 과거 두 차례의 양적완화 때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 유동성이 공급될 것이고 안전자산 선호현상은 약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벤 버냉키 의장은 9월 13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QE3를 전격 발표했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간 공을 버냉키가 멋지게 받아쳤다. 이번 QE3에 무기한적·무제한적 이라는 단서가 붙은 만큼 유럽시장의 자금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전격 실시된 QE3가 유로존 재정위기국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호재는 분명하지만 QE3 효과가 유로존 재정위기국에 전달되려면 여려 경로를 거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관련 효과가 희석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더구나 유로존 문제는 외부변수보다 내부변수가 더 중요하다.

하나대투증권 김두언 연구원은 “기대보다 더 강력한 QE3 조치가 나와 단기간에는 엄청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그러나 QE3가 유로존 재정위기국에 미치는 영향이 파급되기까지는 다양한 경로를 거치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이채원 연구원은 “유로존의 문제는 그리스에 대한 트로이카(IMF·ECB· EU)의 보고서 발표나 스페인의 재정긴축과 같은 훨씬 더 중요한 변수가 있다”며 “QE3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CB의 무제한 3년 이하 국채 매입에 이은 연준의 QE3 발표로 국가 간 통화정책 공조가 이뤄진 건 사실이지만 유로존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경제 이벤트의 효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심하용 기자 stone@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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