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건조기 콘덴서 먼지 논란

“미세먼지 탓에 숨도 제대로 못 쉬는데, 건조기 먼지까지 말썽이니 먼지 때문에 죽을 맛이다.” LG전자 건조기 사용자의 불만은 7월 초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폭발했다. LG전자 측은 ‘10년 무상점검 서비스’를 대책으로 내놨지만, 불만은 여전하다. “성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는 LG전자의 공식입장과 LG전자 고객센터의 설명도 다르다. 왜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LG전자 건조기 콘덴서 먼지 논란을 심층 취재했다. 
 

LG전자는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 기능이 도마에 오르자 10년 무상점검 서비스를 내놨지만, 반발은 더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LG전자는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 기능이 도마에 오르자 10년 무상점검 서비스를 내놨지만, 반발은 더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LG전자 건조기를 향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뜨겁다. 지난 8일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LG전자 건조기의 리콜을 요구하는 글까지 올라왔다. 소비자들이 이렇게까지 분노하는 이유가 뭘까. 

이번 사태를 이해하려면 설명이 좀 필요하다. 어떤 건조기든 내부엔 ‘콘덴서’라는 게 있다. 콘덴서는 증기를 냉각해 물(응축수)로 바꿔주는 장치다. 젖은 빨래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증기를 물로 바꿔주는 장치라는 거다.

문제는 콘덴서가 증기를 물로 바꾸는 과정에서 증기에 달라붙어 있던 미세한 먼지들이 콘덴서 쪽으로 옮겨 붙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이 콘덴서를 사용자가 직접 청소할 수 있게끔 개폐장치를 만들었다. LG전자는 배출되는 물을 모아 그 물로 콘덴서를 씻어내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게 바로 LG전자의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소비자의 입장이다. 콘덴서를 직접 씻어내야 하는 건조기와 굳이 손대지 않아도 알아서 세척되는 건조기가 있다면 소비자는 후자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LG전자가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LG전자가 인터넷과 방송광고 등을 통해 홍보한 내용을 보자. “(콘덴서에 붙은) 젖은 먼지를 번거롭게 직접 솔로 청소할 필요가 없다. 건조를 할 때마다 강한 물살(응축수)로 자동 세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LG전자 건조기로 건조한 빨래에서 냄새가 난다거나 건조시간이 길어진다는 불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건조기를 분해해 본 일부 소비자는 “자동세척 된다던 콘덴서에 먼지가 제대로 씻겨나가지 않은 채 그대로 붙어 있다”면서 실물 사진과 동영상 등을 각종 채널에 공개했다. 한두명이 아니었다. 7월 셋째주 기준으로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불만만 1000건을 넘겼다. 응축수 탓에 먼지가 뒤엉켜 있거나 곰팡이가 낀 곳도 있었다. 개폐장치가 없어 수동으로 세척도 못하니 소비자로선 더 난감했던 거다. 

겉과 속 다른 비상식적 대응

그러자 지난 9일 LG전자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고객들께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 콘덴서에 먼지가 달라붙는 건 콘덴서 세척방식(수동 청소든 자동 청소든)이나 제조사에 관계없이 동일하다. 어떤 방식이든 건조효율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먼지를 관리할 필요가 있는데, LG전자는 응축 시 발생한 물을 이용해 자동으로 씻어주는 기능을 택했다. 콘덴서에 일정 수준의 먼지가 있더라도 건조기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객들을 위해 콘덴서 10년 무상점검 서비스를 실시하겠다.”

 

 제조사 입장에서 보면 ‘10년 무상점검 서비스’는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소비자의 불만은 더 거세졌다. LG전자 공식입장에 빈틈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먼저 LG전자 측에선 “‘일정 수준’의 먼지는 건조기 성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일정 수준’이라는 건 매우 주관적이다. 소비자들의 건조기 분해 후기에 따르면 콘덴서 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먼지가 눌어붙어 있는 경우도 있다. 도대체 어느 정도가 ‘일정 수준’인지 기준이 없다. 

더구나 LG전자는 이 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을 광고할 때 ‘먼지가 깨끗하게 씻겨나가지 않을 수도 있다’거나 ‘약간의 먼지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리지 않았다. 과장광고 논란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실제로 LG전자는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자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올린 광고영상 등에서 이 기능을 은근슬쩍 뺐다. 

‘먼지가 있더라도 건조기 성능에 영향이 없다’는 LG전자의 발표도 문제가 적지 않다. LG전자의 공식입장과 달리 LG전자 고객센터는 이미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LG전자 고객센터 직원의 얘기를 들어보자. “영향이 없다고 보긴 어렵다. 콘덴서에 먼지가 많이 쌓이면 건조시간 연장, 건조 기능 저하, 냄새 유발 등이 생길 수 있다. 건조시간이 늘어나면 전기요금이 늘어날 수 있다.”

더구나 LG전자 건조기는 점검과정에서 성능이 나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구조상 콘덴서를 점검하려면 무조건 분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점검 후 원인을 파악해 제대로 작동이 되도록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LG전자가 이 약속을 지킬지는 의문이다. LG전자는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의 무상점검 서비스를 10년간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일정은 벌써부터 꼬였다. LG 고객센터 직원은 “8월 중순부터 (무상점검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점검을 받으려면 한달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거다. 대기 순번이 길어서가 아니다. “먼지가 쌓이고, 응축수가 만들어져야 기사가 방문해 시험운행을 해볼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이 역시 LG전자가 광고했던 내용과 다르다. LG전자는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을 광고하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3개의 물줄기로 1회 건조 시 1~3회 세척한다.” 매번 응축수로 콘덴서 세척을 하기 때문에 응축수가 생성되길 기다려야 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 곧바로 점검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LG전자는 ‘소나기는 일단 피하자’는 전략을 세웠을지 모르지만 이번 문제는 중대한 리스크다. LG전자의 생활가전(H&A) 부문은 회사 매출 중 31.6%(2018년)을 책임지고 있다. 영업이익 비중은 전체의 56.4%에 이른다. LG전자를 먹여 살리는 효자사업이란 거다. 여기서 신뢰를 잃는다면 LG전자는 벼랑에 몰릴 수도 있다. 

역풍에 주가 하락

역풍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 논란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인 6월 28일 7만9300원이던 LG전자 주가는 7월 19일 현재 7만600원으로 10.9%나 빠졌다. 그럼에도 LG전자에선 이번 논란을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인사가 없다. 조성진 부회장도 송대현 사장도 관련 임원들도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모양새다. 

‘10년 무상점검 서비스’를 내놨으면 그만이라는 제스처로 읽힐 수도 있다. 그렇다면 위험한 선택이다. 임왕섭 브랜드 컨설턴트는 “단기간에 지나갈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브랜드에 상당히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이렇게 꼬집었다. “전 직원을 동원해서라도 빠른 점검 서비스를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 그 사이에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 기능을 완벽히 개선하든, 눈으로 확인하거나 세척할 수 있는 식으로 구조를 개선하든 원천적인 불만을 제거할 방법을 내놔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가전=LG’라는 공식이 깨질 가능성도 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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