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유통혁명, 무서운 건 마윈만이 아니다
중국의 유통혁명, 무서운 건 마윈만이 아니다
  •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 호수 348
  • 승인 2019.07.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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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환골탈태

길거리에서 생수를 파는 노점상이었다. 결제를 하려 하니, QR코드를 내밀었다. 필자는 깜짝 놀랐다. 내가 아는 중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연이 아니었다. 중국은 전자상거래의 땅이었다. 핀테크에 기반을 둔 모바일이 중국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놨기 때문이다. 지금은 매장 따위가 필요 없는 무無의 시대, 중국이 우릴 앞서나가고 있다.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만 경계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중국의 유통혁명과 그들의 미래를 취재했다. 

중국 정부의 노력이 없었다면 마윈의 꿈도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진=뉴시스]
중국 정부의 노력이 없었다면 마윈의 꿈도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진=뉴시스]

#1. 2018년 1월, 베이징北京에 24시간 무인서점無人書店이 문을 열었다. 일반 서점과 다른 점은 ▲매장에 직원이 없다는 것 ▲AI 로봇이 화면에 제시하는 QR코드를 휴대전화 결제앱으로 스캔하면 된다는 것 두가지였다. 

#2. 무인서점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도 움직였다. 알리바바는 중국 상하이上海에 AI와 모바일 결제가 융합된 무인서점을 구현했다. 

#3. 중국에선 자동차도 무인점포에서 판매한다. 지난해 3월, 중국 광저우廣州에는 세계 최초로 자동차 무인판매기가 나타났다. 이 역시 알리바바의 작품이었는데, 미국 자동차 메이커 ‘포드’가 함께 만든 거였다. 자동차 무인판매기는 어마어마했다. 높이는 건물 5층 수준이었고, 판매하는 차량수는 40여대였다. 몸집은 컸지만 이용방법은 간단했다.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앱을 다운로드하고, 안면인식을 거치면 끝이었다. [※ 참고: 신용도가 높은 소비자에게만 기회를 줬다는 점은 명시한다.] 

#4. 항저우杭州에는 2018년 1월 무인레스토랑이 탄생했다. 소비자가 식탁에 부착된 QR코드를 휴대전화로 스캔하면 전자 메뉴판이 나타나고, 여기에 주문과 선결제를 하면 된다. 요리사는 주문 받은 음식을 조리해 자율배식창구에 넣고, 소비자의 휴대전화(SMS)에 배식구 번호, 비밀번호 등을 보낸다. 소비자는 배식창구에 가서 비번을 입력한 후 창구문에 있는 음식을 꺼내먹는다. 놀랍게도 주방에만 사람이 있다. 


어떤가. 중국에선 지난해 무인매장 시대가 활짝 열렸다. 대부분 알리바바의 기술력이 밑거름이 됐다. 혹자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혁명적 접근 방식 덕분에 무인매장 시대가 열렸다고 말한다. 필자의 생각은 약간 다르다. 이 모든 걸 마윈의 능력으로 치부하면 우리는 중국의 혁신을 간과하게 된다. 냉정하게 말해, 중국 정부가 AI 등 4차 산업혁명기술에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면 무인매장은커녕 마윈의 꿈은 실현되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는 지금 그걸 말하려고 한다. 

중국이 4차 산업혁명기술을 획득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해왔는지, 또 그들이 주는 공포는 무엇인지를 말이다. 먼저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워킹맘 박정란씨의 7살짜리 아들은 참 간단하게 쇼핑을 한다. 거실에 있는 AI 스피커에 사고 싶은 장난감 이름을 대면 끝이다. 굳이 매장에 가지 않아도 잊을 만하면 장난감이 집에 도착한다. 
 

 

10년 전쯤 필자가 이런 이야기를 칼럼에 썼다면 십중팔구 ‘거짓말쟁이’란 말을 들었을 거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구입했든 그렇지 않든 AI 스피커는 현실이 됐고, 작동이 잘 되든 오류가 있든 시장에서 그럴듯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AI를 이용한 온라인 쇼핑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전통의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침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걸 보면, 지금까지의 쇼핑공식도 무너졌다고 보는 게 옳을 듯하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AI, 5G 등으로 대표되는 기술적 진보가 우리의 일상생활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몇년 안에 소비자가 뭘 원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AI가 쇼핑을 권하는 세상이 도래할 수도 있다. 최근 사람이 짓는 웃음의 의미를 읽는 AI까지 등장했다고 하니, 진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흥미롭게도 중국이 원하는 세상이다. 중국은 AI 개발에 노력과 비용을 쏟아부은 나라 중 한곳이다.

우리 돈으로 매년 6조원 이상을 투자한 그들은 “2030년 미국의 AI 산업을 뛰어넘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노력의 결과가 형편 없는 것도 아니다. 중국 기업이 2016년 한해 신고한 AI 관련 특허 등 직접재산권은 2만9000건은 이른다.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 민간기업이 뛰놀 수 있는 생태계도 조성됐다. 

대중화된 QR코드는 중국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사진은 중국 허마셴셩에서 직원들이 QR코드를 찍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대중화된 QR코드는 중국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사진은 중국 허마셴셩에서 직원들이 QR코드를 찍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매년 11월 11일 진행하는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가 30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는 것도 핀테크 등 4차 산업혁명기술 덕분이다. 실제로 광군제에 참여한 소비자 중 90%는 모바일로 결제한다. 공식적으론 매출이 30조원이지만,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 ‘징둥’까지 합하면 매출액이 50조원에 이른다. 

우리나라가 인터넷 왕국으로 떠올랐을 때, 중국은 그 길을 쫓지 않았다. 어차피 거대한 대륙에 한국과 같은 유선망을 완벽하게 까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중국은 유선망을 뛰어넘어 모바일을 공략했고, 더 혁신적인 기술인 AI·핀테크 등에 역량을 쏟았다. 최근 중국 대도시를 방문한 여행객들은 알아챘을 것이다.

중국의 일상이 핀테크에 기반을 둔 모바일 때문에 놀랍게 변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길거리 자판기나 관광 명소 앞에서 생수를 파는 1인 노점상마저 QR코드를 통해 전자결제를 한다는 걸 목격한 이도 있을 것이다. 중국엔 이미 ‘노라인(No-Line) 시대’가 열렸다. 당연히 매장 따윈 필요 없다. 우린 대체 뭘 하는가.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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