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절감시스템 BEMS, 이 또한 세금 먹는 하마였다
에너지절감시스템 BEMS, 이 또한 세금 먹는 하마였다
  • 김정덕 기자
  • 호수 349
  • 승인 2019.08.08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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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절감시스템 BEMS의 민낯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은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사용량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자동제어해 최적화하는 시스템이다. 쉽게 말해 에너지 절감 설비인 셈이다. 일상생활과는 거리가 먼 시스템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예컨대 전기요금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솔루션인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이 여기에 적용된다. 전기요금으로 줄줄 새는 세금을 줄일 수 있다. 한마디로 BEMS를 통해 에너지가 절감되면 서민경제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다.

이 때문인지 2016년 정부는 2017년부터 새로 짓는 공공기관 건물에 BEMS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시범사업만 해도 약 9억원의 세금을 쏟아부었다. 언뜻 보면 혈세를 투입할 만한 좋은 정책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빈틈투성이다. BEMS를 통해 에너지사용량이 얼마나 줄었는지 알 수가 없다. 평기기준도, 판단근거도 없다. BEMS도 결국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BEMS의 민낯을 해부해봤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에너지 절감을 위해 BEMS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효과를 보고 있는 공공기관은 없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공공기관의 에너지 절감을 위해 BEMS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효과를 보고 있는 공공기관은 없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한국전력이 예상보다 큰 적자를 내자 전기요금 인상이 이슈로 떠올랐다. 덩달아 전력 절감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인터넷에선 어떻게 하면 전력 사용량을 줄이고 요금을 덜 낼 수 있는지 다양한 방법들이 공유되고 있다. 아무리 국내 주택용 전기요금이 싸다고 하더라도 서민들에겐 한푼이 아쉽기 때문인 듯하다. 

이럴 때 전기요금을 획기적으로 줄일 방법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마술 같은 방법이 있긴 하다.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이라는 기술이다. EMS 기술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보자. 우리는 평소에 쓰지 않는 전기라는 이유로 전기코드를 뽑아 놓지 않는다. 

다시 꽂아서 쓰기가 불편해서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새는 전기’는 있다. 보일러는 어떤가. 보일러를 온수로 맞춰놓고 밖에 나가는 일은 흔하다. 그럴 때 나름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아파트에 산다면  스마트폰으로 보일러를 끄겠지만, 그것 역시 생각을 못했다면 보일러는 계속 물을 데울 거다. 가스 혹은 기름이 낭비되는 셈이다.

EMS는 이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빠져나가는’ 에너지를 잡는 기술이다. 건물을 지을 때부터 에너지 설비 곳곳에 센서를 달고, 이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에너지사용량을 집계ㆍ분석ㆍ자동제어해 새는 에너지를 잡는다는 얘기다. 

그런다고 얼마나 절약이 되겠나 싶지만, 의외로 에너지 절감량은 꽤 크다. 전기요금만 보자. 지난해 8월 전국 기준 가구당 평균 전력사용량은 338.6㎾이다. EMS를 통해 약 8%의 전력사용량만 줄여도 27.04㎾가 절감된다.[※참고 : 뒤에 설명하는 BEMS의 에너지 절감량 수준이 대략 8%다.] 이때 누진제가 적용되는 월 전기요금은 5만2500원에서 4만6740원으로 약 10.9% 절감된다. 말하자면 전력소비량을 줄일수록 전기요금은 훨씬 크게 빠지는 셈이다. 

 

이렇게 유용한 EMS를 건물에 통째로 적용해보자는 취지로 시작된 게 바로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이다. 에너지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데 정부가 손 놓고 있을 리 없다. 에너지 절감은 역대 정부의 공통된 과제나 다름없어서다. 공공기관들이 여름과 겨울이면 적정 실내온도를 정해 냉ㆍ난방기 사용을 조절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3년엔 시범사업도 실시됐다. 정부는 당시 한국에너지공단을 통해 신라대와 비씨카드, KT선릉센터 3곳을 BEMS 시범사업지로 선정해 건물의 일부 설비에 BEMS를 적용ㆍ운영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BEMS 설치 전과 설치 후를 비교해보니, 신라대ㆍ비씨카드ㆍKT선릉센터에서 각각 12.2%, 7.6%, 7.0%의 에너지절감률이 나타났다. 

결과를 확인한 정부는 2016년 5월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산업통상자원부 고시)’을 만들었다. 2017년부터 짓는 모든 공공기관 신축 건물에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도입을 의무화해서 에너지사용량을 확 줄이기로 했다. 

대상은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국공립학교, 국립병원 등이었다. 이후 지난해까지 총 8곳(2017년 2곳ㆍ2018년 6곳)의 공공기관 신축 건물이 BEMS를 도입해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설치 확인을 받았다. 올해는 13곳의 신축 건물이 추가로 BEMS 설치 확인을 받을 예정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2년 반이 흐른 지금 2017년부터 공공기관 신축건물에 BEMS가 도입됐다면 지금쯤 그 성과가 일부라도 공개될 법도 한데 너무나 조용하다. 과연 BEMS가 의무 적용된 건물에선 에너지사용량이 제대로 줄어들고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알 길이 없다. 공공기관 신축 건물에 BEMS가 제대로 설치됐는지 살펴보고, 관리ㆍ감독하는 기관이 한국에너지공단인데, 공단은 에너지사용량이 얼마나 줄었는지 점검한 적이 단 한차례도 없다. 공교롭게도 에너지사용량 절감 점검을 ‘할 수’는 있지만, ‘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이 없다. 

공단 관계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현재 BEMS 설치 확인은 제대로 시스템(설비 기준)을 갖춰졌는지, 데이터는 제대로 수집되고 있는지 그런 정도에 머물러 있다. 에너지 절감 효과는 BEMS를 운영하는 단계에서 나오는데, 이 운영 과정을 평가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모든 설비를 잘 아는 전문가가 있어야 하는데 각 공공기관에 그런 전문가가 있겠나. 따라서 운영 성과를 평가하진 않는다. 앞으로 3년 후(설치 후 5년) 해당 공공기관이 설치 확인을 연장하려 하면 그때 평가한다.”

한마디로 에너지 절감 데이터가 없다는 말이다. 심지어 공공기관의 BEMS 설치 확인 연장은 의무가 아니다. 연장 신청을 안 하면 BEMS가 제대로 에너지를 절감하는 데 역할을 했는지 살펴볼 근거가 없다. 

물론 공단이 중간 평가를 통해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 볼 권한은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의무사항이 아니다. 공단 관계자는 “BEMS가 제대로 설치됐는지 확인할 때, 에너지 절감효과도 함께 검증할 수 있게 제도를 손보고 있다”고 해명했다. 손본다는 제도는 공단 내부규정이다. 결과적으로 설치 확인만 하고 정작 해야 할 건 아무것도 안 한 셈이다. 

이 문제를 지적하자 공단 관계자는 이상한 해명만 늘어놨다. “BEMS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따져본다는 게 그리 쉬운 게 아니다.” BEMS의 효과를 검증하는 게 어렵다면 설치 확인을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어렵다’는 말은 맞을까. BEMS 분야의 전문가 A씨는 “BEMS를 운영했을 때와 운영하지 않았을 때로 나눠서 살펴보면 되는데, 대체 뭐가 어렵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BEMS는 건물의 에너지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장치로 소개됐다.[사진=뉴시스]
BEMS는 건물의 에너지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장치로 소개됐다.[사진=뉴시스]

심각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공단엔 BEMS의 효율성을 측정하는 평가기준마저 없었다. 에너지가 어느 정도 절감돼야 BEMS가 기능을 제대로 했는지를 판단할 근거기준이 없다는 얘기다. 공단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일본에선 평균 8% 절감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한 기준은 없다.” 

BEMS의 표준화 기준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공단 관계자는 “현재 표준화 기준이 없어서 상호호환이 잘 안 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그래서 KS표준화를 만들고 있는데, 올해까지 완성될 예정이다”고 해명했다. 이쯤 되면 애초 BEMS 설치 의무화를 왜 추진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아무 준비도 안 해 놓은 상태에서 밀어붙인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자 공단 관계자는 “애초부터 다 준비하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면서 “정부 주도로 개발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당시 수준에서 할 수 있는 만큼 한 거고, 뒤늦게 문제를 발견해서 개선하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절감을 위해 도입한 공공기관의 BEMS가 본래 목적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는 건데 근본적인 문제는 뭘까. 

허술한 BEMS 더 늘리자는 정부

BEMS 전문가 A씨는 이유를 이렇게 유추했다. “각 설비마다 설치한 회사가 다르고, 그 회사들은 다른 설비 회사와 협업할 이유가 없다. 당연히 시스템은 호환이 잘 안 될 거다. 애초부터 한곳에서 이런 걸 조율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으니 제대로 됐겠는가.” 

 

안용한 한양대(건축공학) 교수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현실적인 걸림돌이 있는 걸 부인하긴 어렵다. BEMS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전문적인 관리 능력이다. 고급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이다. 수동시스템 조작이 몸에 밴 공공기관 사람들이 과연 뭘 하겠나. 관리업체를 둔다 해도 건물 하나만 운영하기는 어렵다. 여러 건물을 운영해야 수익이 남기 때문이다. 그럼 시스템이 다 통합돼야 하는데, 이러면 비용이 또 급격히 늘어난다. 개선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에너지 절감 효과를 전혀 알 수 없는 이 상황에서 정부는 BEMS를 민간 부문에도 의무 적용할 계획을 갖고 추진 중이다. 주무부서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보급 확산’을 밀어붙이면서 BEM S 보급까지 늘리겠다는 국토교통부다. 과연 국토교통부가 BEMS의 황당한 현주소를 확인한 다음 ‘민간적용’을 밀어붙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더구나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BEMS 설치에 평균 2억~3억원의 비용이 투입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공기관별로 BEMS 의무화에 쓴 돈은 2017년부터 올해까지 적어도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모두 국민 세금이다. 에너지 절감을 위해 탄생한 BEMS, 과연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국민의 혈세만 먹는 하마로 전락한 것일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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