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혁신 일군 루프박스 업체의 눈물
[김필수의 Clean Car Talk] 혁신 일군 루프박스 업체의 눈물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호수 349
  • 승인 2019.07.29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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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 육성 어려운 이유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는 흔한 일이 됐다. 피해 중소기업은 보복이 두려워 고발을 꺼리는 게 현실이다. 소송을 제기해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혁신기술을 갖춘 강소기업이 나오길 바라는 건 욕심이다. 혁신 루프박스 제품을 만들고도 모방 제품에 우는 국내 중소기업의 사례를 들어보자.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대기업 실적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정반대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이 진행되면서 대ㆍ중소기업 간 격차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자본조달 어려움은 물론이고 청년들조차 취업시장에서 등을 돌리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기술력과 혁신성을 갖춘 중소ㆍ벤처기업을 키워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정부의 청사진은 말만 그럴듯하다. 당장 연구ㆍ개발(R&D) 비용이 없어 해외에서 기술을 끌어다 쓰는 중소기업이 숱하게 많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중소 제조업체의 R&D 투자 현황’에 따르면 중소기업 1곳 당 R&D 비용은 2011년 2억3400만원에서 2017년 2억500만원으로 12.4% 감소했다. 반면 중소기업이 해외에서 기술을 도입하는 금액은 2011년 1조6000억원에서 2017년 3조50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사람도 부족하고 돈도 부족한 중소기업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필자는 다른 이유도 작용했을 거라 본다. “좋은 기술 만들면 뭐하나, 결국 뺏기는데”라는 체념이 그것이다. 대기업이 하청업체인 중소기업에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관행은 굳어진 지 오래다. 갑의 요구에 을은 거절할 수 없는 게 국내 산업구조다. 

중소기업이 비용과 시간을 들여 개발한 기술을 대가 없이 빼앗는 건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행위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품화까지 연결하는 데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미 시장에 나온 제품을 똑같이 만드는 건 참 쉽다. 

우리 기업 제품을 많이 도용하는 중국 기업으로 인한 피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적어도 국내 기업끼리는 이런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중재해야 한다. 대형로펌을 등에 업고 있다는 이유로 대기업이 소송에서 손쉽게 이기는 사례는 없어져야 할 것이다.  

필자는 최근 루프박스(차체 위에 장착해 짐이나 아웃도어를 수납할 수 있는 차량용품) 시장에서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구체적으로 상황을 설명하면 이렇다. 과거 국내 루프박스 시장의 강자는 스웨덴의 브랜드 ‘툴레’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위세가 공고한 명품 자동차용품 업체다. 하지만 툴레 제품은 차량 지붕 위로 빈 공간이 넓게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디자인 부문에서도 아쉬운 소리를 듣곤 했다.

최근 이런 한계를 극복한 제품이 국내 중소기업의 손에서 나왔다. KH테크가 개발한 ‘코토’다. 이 제품은 차체 지붕과 밀착된 ‘일체형’ 콘셉트로 미려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는 게 장점이다. 환경오염 유발 가능성이 높은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대신 친환경 플라스틱을 활용한 점도 눈에 띈다. 

덕분에 국내 루프박스 시장을 순식간에 평정했다. 현재 티볼리ㆍ카니발 등 국내 인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지붕 위에 장착되는 대부분의 루프박스는 코토 모델이다. 해외에서도 드라마틱한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ㆍ일본ㆍ유럽은 물론 중국 등에서 특허를 취득했거나 준비 중일 정도로 제품 경쟁력이 높다. 이는 KH개발의 번뜩이는 아이디어 덕분이다. 차체 지붕의 곡률을 반영한 3개의 크로스바를 차량에 완벽하게 밀착시키는 노하우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해외 명품기업도 해내지 못한 일을 국내 중소기업이 해낸 셈이다. 

그런데 최근 코토 제품에 문제가 생겼다. 이 제품을 납품받아 팔던 회사에서 유사한 형태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면서다. 이제 막 소송이 시작됐기 때문에 시시비비를 가리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참 안타까운 일이다. 벌써부터 필자의 머릿속엔 “법원에서 단순하게 ‘서로 다른 아이디어’로 판단하면 어쩌나”란 우려가 있다. 

이런 역사가 반복되면 우리가 꿈꾸는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은 요원한 일이다. 정부도, 업계도 중소기업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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