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의 5G 요금제 논란

“5G 투자ㆍ마케팅에 올인” “보조금 지원에 영업이익 감소 우려” “이통3사 성적표 먹구름 예상”…. 최근 나오는 기사를 보면, 5G 상용화로 이통3사가 입은 피해가 막심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5G엔 중ㆍ저가 요금제가 사실상 없다. 8만원 이상 요금제가 가장 대중적인 만큼, 수익 회복을 꾀하기엔 충분하다. 숱한 우려와 달리 증권사가 이통3사의 종목을 ‘바이(Buy)’하라고 추천하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이통3사의 5G 요금제 논란을 취재했다. 

5G 가입자들은 중ㆍ저가 요금제를 선택하기 어렵다. 요금제가 없거나 유명무실해서다.[사진=뉴시스]
5G 가입자들은 중ㆍ저가 요금제를 선택하기 어렵다. 요금제가 없거나 유명무실해서다.[사진=뉴시스]

국내 이동통신3사의 미래 전망이 밝다. 증권가에선 잇단 매수 리포트를 쏟아내고 있고, 이들이 내다본 2019년 영업이익 예상치도 지난해보다 높다. 주력인 이동통신사업이 수익성을 회복할 거란 게 주요 이유다. 정부가 밀어붙인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 여파로 최근 실적이 변변치 않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상한 분석이다. 

올해 1분기 실적만 봐도 그렇다. SK텔레콤의 이동통신사업 영업이익은 2조4100억원. 2조5700억원을 기록했던 지난해 1분기보다 6.2% 감소했다. KT의 이동통신사업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0.5% 줄었고, LG유플러스는 증가했지만 0.8%로 소폭이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배경엔 5G가 있다. 국내 5G 가입자 수는 6월 10일 상용화 69일 만에 100만명을 돌파했다. 지금과 같은 속도면 올해 안에 가입자 수 300만명 달성은 문제가 아닐 듯하다. 하반기 출시될 ‘갤럭시노트10’ ‘갤럭시폴드’ 등 새 단말기까지 합세해서다. 이통3사의 목표치 합은 500만명이다.

하지만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국민 수보다 많은 시장상황을 고려하면 ‘5G 가입자 수 증가’와 ‘이통3사 수익 회복’의 상관관계를 찾는 건 쉽지 않다. 아무리 열심히 가입자를 끌어모아도 서로 뺏고 빼앗길 뿐이다. 전체 규모는 그대로인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이다. 

이통3사의 5G 경쟁이 ‘쩐戰 전쟁’을 방불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를 들어보자. SK텔레콤은 ‘갤럭시S10’의 단말기 공시지원금을 3일 만에 2배가량 기습 상향해 방통위로부터 과징금 150만원을 부과 받았다. 현행법은 한번 공시한 단말기 지원금을 최소 7일간 유지해야 하지만 SK텔레콤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SK텔레콤은 LG전자의 ‘V50 씽큐’가 출시됐을 땐 진기록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 단말기에 역사상 최대 지원금인 77만3000원을 책정했던 거다. 이로써 113만원에 달하는 이 스마트폰의 가격은 순식간에 31만원까지 떨어졌다. 

5G에 막대한 돈 썼는데 …

이런 현금지원 경쟁은 이동통신 대리점의 불법지원금 싸움으로도 번졌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5G 스마트폰을 공짜로 구매했다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스마트폰을 사고도 되레 현금을 돌려받는 ‘페이백’도 횡행했다. 방통위가 이통3사 임원들을 소집해 “법 위반 경쟁을 자제하라”고 경고할 정도로 심각한 ‘제 살 깎아 먹기’ 전략이었다.

이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치킨게임이 더 심각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번 가입하면 2년은 가입자를 묶어둘 수 있는 만큼, 초기 가입자 수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이 때문에 마케팅 비용을 경쟁적으로 늘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지속적인 5G 네트워크 투자로 인한 비용 급증을 감안하면 이통사들이 당장 호실적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증권가가 ‘Buy’를 외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5G 시대의 달콤한 과실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의 설명을 들어보자. “초기 5G 가입자는 LTE 이용자가 대부분이다. 5G 가입자 비중이 확대되면, LTE 가입자 수가 줄어드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가파르게 상승하는 수치가 있다. 바로 이통3사의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이다.”

ARPU는 서비스 가입자가 일정기간 쓰는 금액을 뜻한다. 이동통신시장에선 가입자가 한달에 납부하는 평균요금과 유사하다. 이동통신 요금은 짧아도 2년(이통사 약정기간)은 꾸준히 현금을 챙길 수 있는 캐시카우다. 이 때문에 통신사의 대표 수익성 지표로 꼽힌다.

물론 5G 요금제가 무조건 ARPU를 끌어올리는 건 아니다. 5G에 가입하고,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통3사의 5G 요금제를 살펴보면 황당한 상황이 전개된다. 3사 모두 5만5000원대의 중가 요금제를 보유하고 있지만, 제공되는 데이터양이 SK텔레콤과 KT가 8기가바이트(GB), LG유플러스가 9GB로 적다. 5G의 핵심이라는 가상현실(VR)ㆍ증강현실(AR) 콘텐트가 1시간에 20~25GB가 소모되는 걸 감안하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중가 요금제를 제외하면 모두 7만원 이상이다. 데이터 걱정 없이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요금제는 8만원(KT)이 출발점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8만9000원과 8만5000원 부터다. 실제로 업계가 추정하는 ‘8만원 이상 요금제’ 가입자 비중은 80%가 넘는다. 이걸 ARPU로 계산하면, 25%의 선택약정 할인을 감안해도 6만원을 훌쩍 넘게 된다.

5G 요금제의 황당한 구성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이통3사의 현재 ARPU는 3만2000원 수준. 전체 이동통신 시장에서 5G 가입자 비중이 20%에 달할 땐, ARPU가 3만5323원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10.3%의 상승률이다. 

가입자 비중 20%는 지금 속도대로라면 내년 중에도 달성이 가능한 목표다. 최 애널리스트는 “5G ARPU를 적용하면 2020년 이통3사의 무선 매출액은 25조5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면서 “이들의 연결 영업이익은 4조원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고가 요금제를 선택한 5G 가입자들은 웃질 못한다. 여전히 5G 커버리지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사용 가능 지역이 한정적이고, 즐길 만한 콘텐트도 적다. 5G의 역사, 이통3사의 돈벌이로 시작됐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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