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윤호 변호사 “더 교묘해진 학폭, 우리 책임입니다”
노윤호 변호사 “더 교묘해진 학폭, 우리 책임입니다”
  • 이지원 기자
  • 호수 349
  • 승인 2019.08.02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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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호 학교폭력 변호사

학교폭력 뉴스가 터져나온다.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 됐느냐’며 혀를 내두르는 사람도 많다. 학교폭력 분야에 발 딛고 있는 노윤호 변호사는 “학교폭력 없는 세상은 허황된 꿈”이라며 “학폭이 더 은밀해지고 교묘해진 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꼬집었다. 냉정하게 사건 속으로 들어가야 학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최근 「엄마 아빠가 꼭 알아야 할 학교폭력의 모든 것」이란 책을 발간한 그를 만나 학교폭력의 실태를 들어봤다. 

학교폭력은 학교와 부모,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사진=정치호 아트디렉터]
학교폭력은 학교와 부모,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사진=정치호 아트디렉터]

학교폭력은 점점 더 은밀해지고, 잔혹해지고 있다. 하지만 피해학생이 학교폭력 사실을 털어놓기는 여전히 어렵다. 부모님에게 걱정 끼치기 싫어서, 문제를 더 키우기 싫어서 입을 다무는 아이들이 많아서다. 노윤호(35) 변호사(법률사무소 사월)는 “아이들이 피해 사실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이에게 관심을 기울이면 소리 없는 외침을 들을 수 있다는 거다. 

노 변호사의 이름 앞엔 수식어가 붙는다. ‘학교폭력 변호사’다. 서울ㆍ인천 소재 학교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붙은 별칭이다. 매일 3~8건에 달하는 학교폭력 관련 상담을 진행한다. 그동안 다룬 학교폭력 관련 소송ㆍ상담은 500여건에 이른다. 최근에는 「엄마 아빠가 꼭 알아야 할 학교폭력의 모든 것」이란 책도 출간했다. 그가 생각하는 학교폭력의 문제는 무엇일까. 

✚ 학교폭력 변호사의 길을 선택한 계기가 뭔가요. 
“지금도 그렇지만, 학교폭력 변호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어요. 애들 싸움을 왜 법정까지 끌고가려느냐는 이유에서였죠. 저 역시 학교폭력이란 분야가 생소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20 16년 학폭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학교폭력을 다루는 방식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걸 알게 됐죠.”

✚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학교 내 법정기구인 학폭위가 학교폭력을 다루고 있더라고요. 학교에 ‘작은 법원’이 생긴 셈이었죠. 하지만 학생이나 부모는 여전히 학교폭력 관련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었어요.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 학교폭력의 모습도 과거와 달라지지 않았나요.
“학교폭력이 갈수록 은밀해지고 교묘해지고 있어요. 학교폭력을 방지하는 제도가 생겨서인지, 법망을 피해 저지르는 폭력이 증가했죠. 어른들의 눈을 피해 SNS상에서 따돌림을 하거나, 언어폭력을 가하는 사이버폭력이 대표적인 예죠.”

✚ 사이버폭력은 기성세대에겐 낯선 개념인데요. 
“사이버폭력이 심각한 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점입니다. 학교 밖에서, 새벽에도 이뤄지고, 다른 학교 학생들까지 괴롭힘에 가담할 수 있죠. 심한 경우 폭행 영상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거나, 동영상을 SNS에 올리기도 하죠.” 

✚ 가해학생이 자신이 폭력을 저지르는 장면을 인터넷에 올리는 이유가 뭔가요.
“자신의 행위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봐요. 또 주위 학생들에겐 자신을 과시하고, 피해학생을 더 굴복하게끔 하려는 거죠.” 

✚ 최근 연예인의 과거 학교폭력 문제가 이슈화됐지만 가십에 그쳤어요. 학교폭력을 남의 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고요. ‘내 아이는 아니겠지’라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요?
“맞아요. 연예인의 10여년 전 학교폭력은 비판하면서, 정작 현재 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여전히 애들 싸움으로 치부하죠.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 학교폭력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큰 이유가 뭔가요. 
“아이들이 아직 성숙하지 못한 존재이기 때문이에요. 가해학생은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어 더 흉폭해지고, 피해학생은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죠.” 

문제는 부모에게도 있다. 혹여 학교폭력 가해자라도 ‘내 아이는 그렇지 않다’면서 되레 성을 내는 부모도 있다. 학교폭력 피해자 부모 중엔 폭력으로 되갚으려는 이들도 있다. 가해학생을 겁주는 ‘삼촌 대행’ 서비스가 횡행하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참고 : 삼촌 대행 서비스는 심부름 센터를 이용해 건장한 청년들이 가해학생을 찾아가 겁을 주는 서비스다.] 

✚ 부모님의 마음이 이해가 되긴 해요. 자녀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면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테니까요. 
“주의해야 할 부분이에요. 실제로 피해학생 부모님이 가해학생을 타이르겠다고 찾아갔다가 폭행이나 폭언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이 경우 오히려 가해학생이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노윤호 변호사는 “학교폭력에 ‘침묵’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노윤호 변호사는 “학교폭력에 ‘침묵’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먼저 아이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파악하고, 학교에 알려야 합니다. ‘침묵’은 가장 나쁜 대응 방식이죠. 아이가 부모에게 피해 사실을 알려왔다면, 혼자서 감당하기 어렵다는 신호입니다. ‘신고해도 별 효과 없다’ ‘2차 보복이 두렵지 않냐’는 주위의 말에 휘둘려 문제를 덮으려고 하면 아이와 부모 사이에 불신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아이로선 ‘내가 손 내밀어도 부모님이 도와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입을 다물게 되죠.” 


노 변호사는 부모가 적극적으로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이렇게 조언했다. “섣불리 개입했다간 역효과를 볼 수 있어요. 제대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증거를 모아야 합니다.”

✚ 어떤 증거를 모아야 할까요. 
“신체폭행을 당했다면 다친 부위를 사진으로 찍어둬야 합니다. 폭행을 당한 당일에 병원에 찾아가 보이지 않는 상처가 있는지 확인하고 진단서를 발급 받는 것도 잊어선 안 됩니다. 사이버폭력의 경우, 카카오톡 대화ㆍ페이스북 메신저ㆍ단체 채팅방 등을 캡처해 둬야 합니다.”

✚ 증거 모을 때 주의할 점이 있나요.
“간혹 부모님이 속상한 마음에 단체 채팅방에서 나오게 하거나, 대화 기록을 삭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학폭위는 학교폭력 신고(인지) 후 2주 내(최장 21일)에 열립니다. 그 안에 증거를 제출해야 하는데, 삭제된 데이터는 복원이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삭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걸 학생과 부모 탓으로 미뤄선 안 된다. 학교폭력 관련 제도가 마련됐음에도 폭행이 줄어들지 않은 덴 사회의 책임도 크다. 학교폭력의 솜방망이 처벌 논란도 그중 하나다. 

✚ 학교폭력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점으로 꼽히는데요.
“가해학생들도 본인이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을 걸 알고 더 잔혹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학교폭력 신고로 그치지 않고 형사사건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부쩍 늘었음에도 그렇습니다. 만 14세 미만일 경우엔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법적 문제도 여전하구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법 개정은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 현행 소년법의 가장 큰 문제가 뭔가요. 
“지나치게 가해학생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가해학생도 미성년자인 만큼 교정의 기회를 주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만들자는 취지이지만 이 때문에 피해학생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반작용도 있습니다.” 

✚ 외국 사례는 어떤가요.
“미국이나 일본, 유럽의 학교폭력 제도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피해학생 중심으로 제도가 마련돼 있죠. 학교폭력을 인지하는 즉시 학교뿐만 아니라 외부기관이 동시에 개입하고,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분리시킵니다. 학생과 부모님이 학교의 진행 절차를 믿고 따르는 이유입니다. 반면 우리는 아직 학교를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삼촌 대행 서비스’가 횡행하는 까닭이죠.” 

✚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든 학교폭력이 심각한 수준인 건 아닙니다. 학폭위나 형사고소까지 가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대부분이죠. 하지만 심각한 학교폭력은 경미한 다툼에서 시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애들 싸움으로 치부하지 말고 학교, 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합니다. 선생님이나 부모님뿐만 아니라 주변인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글 =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사진 = 정치호 아트디렉터 
cheehoz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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