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直說

청년 실업률이 심각하다. 침체 탓이라곤 하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지나치게 많은 건 사실이다. 약자를 보호하고 시장경제의 모순을 보완하기 위해 사회적경제가 형성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왜 이리 약자를 보듬지 못하는지 의문이다. 사회적경제,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일자리를 찾고 있는 청년 Y에게 윤기영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 센터장이 편지를 보냈다. 더스쿠프(The SCOOP)의 새로운 기획 ‘그들의 직설直說’ 첫번째 편이다.

청년 등 사회적 약자를 보듬을 수 있는 사회적경제를 만들어야 할 때다.[사진=뉴시스]
청년 등 사회적 약자를 보듬을 수 있는 사회적경제를 만들어야 할 때다.[사진=뉴시스]

Y에게. “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자네를 만난 건 한 포럼 현장이었지.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청춘이 반가워 말을 이어볼 요량으로 나는 자네에게 말을 걸었다네. 대답 대신 자네가 건넨 건 방금 누군가에게 보여줬을 법한 이력서 한장이었어. “아르바이트를 지원했는데 떨어졌어요.”

자네에게 사회에서의 첫 좌절을 안겨준 이유가 궁금했다네. 그런 내게 자네는 “경력이 없어서래요”라고 답했지. 실제로 자네의 이력서는 학력과 자격능력이 빼곡하게 채워진 것과 달리 경력란은 텅 비어 있었던 거로 기억하네. 이제 세상 맛 좀 보겠다고 나선 사회초년생이었으니 그도 그럴 만했지.

하지만 우리 사회는 어떤가. 새하얀 도화지 같은 신입보다 세상 좀 아는 경력자를 원하는 게 사실이라네. 한 사람이 사회에 적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지. “우리의 경력 한줄은 어디서 찾나요?” 자네가 뒤돌아서며 던진 그 한마디가 나를 참 끈질기게도 따라다녔네.

지난 5월 경기도 고양시에서 2박3일간 ‘청년마루 소셜캠프’가 열렸네. ‘청년마루’는 사회문제를 사회적기업 창업으로 풀어보겠다는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의 프로젝트 중 하나일세. 청년문제 해결단 100명이 소셜캠프와 오디션을 통해 소셜벤처 창업을 돕는 거지. 참여한 청년들에게는 창업에 필요한 업무공간과 사무집기를 제공하고 사업모델 개발과 크라우드 펀딩을 지원한다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게 청년마루 프로젝트의 목표라네. 우리 청년들이 맞닥뜨리는 불편한 현실, 그래 그걸 해결해보고 싶었다고나 할가. 생각해보게. 우리 사회는 어떤 기회든 공평하게 주질 않네.


사회에서 주는 기회를 받으려고 해도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일세. 그래야 필요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거나 멘토의 조언 한마디라도 들을 수 있는 건 참으로 안타깝네. ‘청년마루’는 그 순서를 싹 다 바꾸는 것에서 시작했다네. 몇몇에게만 허용되던 프로그램을 모두가 경험할 수 있게 했네.

그래서인지 모르겠네. 이번 캠프에 참여한 100여명의 청년들은 열정이 참 넘쳤네. 밤낮없이 소셜미션과 사회적경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더군. 누군가는 그 시간을 통해 기존에 갖고 있던 아이템을 더욱 세련되게 발전시켰고, 또 다른 누군가는 현장에서 마음에 맞는 이들을 만나 새롭게 팀을 꾸려 반짝이는 아이템을 만들기도 했다네.

청년실업 문제를 풀어야 할 책임은 사회에도 있다.[사진=뉴시스]
청년실업 문제를 풀어야 할 책임은 사회에도 있다.[사진=뉴시스]

가슴 뜨거운 청년들이 만든 아이템들은 올 연말까지 전문컨설팅과 창업 지원을 통해 새로운 청년 일자리를 만들게 된다네. 앞선 소설벤처들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소리 나는 손목시계를 만들고 폐식용유를 재활용해 고효율 램프를 개발했던 것처럼 말일세. 우연히 만난 자네의 “경력 한줄은 어디서 찾느냐”는 한마디에서 시작된 고민이 이렇게 ‘청년마루’라는 현실적인 프로젝트로 실현되고 있는 셈이네.

어떤가. 우리가 생각한 사회적경제가 청년들에게 활력을 줄 수 있겠는가. Y, 자네의 의견이 궁금하네. 사람들은 사회적경제가 뭐나 해낼 것같이 이야기하곤 하네. 혹자들은 사회적경제를 너무 거창하게 설명하곤 한다네.

이 때문인지 곳곳에서 노출된 사회적경제의 모순이 이런 포장에서 시작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네. 사회적경제를 탄탄하게 만들고 있다는 자찬自讚성 발언들이 쏟아지는 지금, 직장을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넘쳐나는 건 이 모순을 상징한다고 난 생각하네.


그래서 난 사회적경제를 좀 더 쉽게 만들자고 이야기하네. 사실 사회적경제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네. 딱 한마디로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사회적경제는 사실 쉬운 개념일세. 가령, 생활협동조합(생협)에서 물건 하나를 사는 것, 이게 바로 사회적경제라네. 함께 먹고, 만들고, 일하고, 배우는 모든 것. 더욱 공정한 사회로 가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사회적경제라는 말일세.

사회적경제는 현재 지자체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네. 내가 말했던 ‘청년마루’ 프로그램이 그 좋은 예가 될 걸로 보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시작일 뿐이네.

사회적경제가 더 깊게 뿌리내리면 앞으론 스스로 자신의 먹거리를 만들고, 그것을 지속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네. 그것이 바로 공정한 경제로 가기 위해 단단하게 내려놓은 ‘디딤돌’일세.

어떤가. 자네의 고민과 우리의 노력이 이렇게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네. 다시 어디선가 우연히 만나면 그때 또 다른 자네의 고민을 들려주길 바라네. 그때쯤이면 사회적경제를 통해 Y 자네의 고민을 좀 더 쉽게 풀어줄 수 있지 않겠는가. 자네의 미래를 응원하네.
윤기영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 센터장 yoonsco@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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