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막걸리 세계화 전략 10년 후
MB 막걸리 세계화 전략 10년 후
  • 이지원 기자
  • 호수 349
  • 승인 2019.08.04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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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비틀비틀, 그 예고된 실패

2009년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국제홍보팀장을 자처했다. 일본에서 시작된 막걸리 열풍을 세계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면서 건강한 막걸리를 내세웠다. 그로부터 10년, 막걸리의 세계화는 사실상 실패했다. 수출은 줄었고, 전략으로 내세웠던 햅쌀, 막걸리의 날도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전문가들은 예고된 실패라고 말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막걸리의 예고된 실패를 분석해봤다. 

이명박 정부는 한식의 세계화 품목 중 하나로 막걸리를 선정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명박 정부는 한식의 세계화 품목 중 하나로 막걸리를 선정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9년. ‘서민술’로 치부되던 막걸리가 재조명을 받았다. 흥미롭게도 근원지는 한국이 아닌 일본이었다. 한류 열풍이 불었던 일본에선 당시 막걸리도 인기를 끌었다. ‘맛코리(マッコリ)’라 불린 막걸리는 일본 사케(약 14~16%)보다 낮은 알코올 도수(약 5~6%)와 부드러운 맛으로 일본 여성 사이에서 붐을 일으켰다. 막걸리가 피부와 건강에 좋은 발효식품이란 인식도 인기에 한몫했다. 

한류 스타들의 역할도 있었다. 2009년 배우 배용준의 소속사 키이스트가 막걸리 업체 국순당과 손잡고 ‘욘사마 막걸리(고시레 막걸리)’를 일본에 유통한 건 대표적인 예다. 국순당 관계자는 “1990년대부터 일본에 캔 형태의 막걸리를 수출했지만 2009년 이후 여러 가지 요인이 겹치면서 일본에서 막걸리 붐이 일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불어온 막걸리 열풍은 금세 현해탄을 건넜다. 막걸리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주점이 국내 시장에 줄줄이 둥지를 틀었다. 막걸리 업체와 협업해 전용 막걸리를 출시하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도 수두룩했다. 막걸리 출고량도 늘었다. 2009년 17만6000kL에서 2010년 26만1000kL로 1년 새 47.8%나 증가했을 정도다. 

그러자 정부도 ‘뒷문’을 박차고 나섰다. 당시 이명박(MB) 정부는 2009년 ‘한식세계화추진단’을 꾸리고 한식의 세계화 품목으로 김치ㆍ떡볶이ㆍ비빔밥과 함께 막걸리를 선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스스로를 ‘막걸리 국제홍보팀장’이라고 부르면서 막걸리 외교를 펼쳤다.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도 여기에 발맞춰 다양한 막걸리 사업을 펼쳤다. 외국인이 부르기 쉽게 막걸리에 ‘Drunken Rice’라는 영문 이름을 붙여줬고, 막걸리를 ‘제대로 마시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막걸리 전용 표준잔도 만들었다. 아울러 막걸리를 전략수출품목으로 지정해 2008~2011년 물류비 48억원가량을 지원했다. 

정부가 추진했던 ‘막걸리 축제’는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사진=뉴시스]
정부가 추진했던 ‘막걸리 축제’는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사진=뉴시스]

그후 10여년, 막걸리는 어떻게 됐을까. 막걸리는 세계화에 성공했을까. 막걸리의 봄은 짧았다. 인기는 금세 수그러들었고 막걸리 시장은 쪼그라들었다. 2011년 5079억원(출고액 기준)이던 막걸리 시장 규모는 2017년 4469억원으로 감소했다.

막걸리 수출액도 2011년 5273만 달러(약 620억원)로 고점을 찍은 뒤 지난해 1241만 달러(약 146억원)으로 가파르게 감소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목표로 삼았던 ‘2012년 막걸리 수출액 8000만 달러(약 940억원)’ 역시 한낱 공염불에 그쳤다. 

꽃길을 걸을 것으로 기대했던 막걸리 업체들도 울상이다. 주류업체 국순당은 2011년 막걸리 품목 매출액이 663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엔 3분의 1 수준인 231억원으로 감소했다.익명을 원한 소규모 막걸리 업체 관계자는 “한창 막걸리 붐이 일었을 때와 비교하면 매출이 8분의 1로 줄었다”고 토로했다.

막걸리의 세계화를 통해 쌀 소비 촉진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정부의 정책 목표도 사실상 실패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2012년까지 쌀 가공식품 산업을 2조원대로 키운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전 대통령이 2009년 8월 쌀 가공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산 쌀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면서 쌀 막걸리, 쌀 라면, 쌀 건빵을 대표적인 예로 제시한 건 이런 맥락에서였다.

일본에서 불어온 막걸리 바람 

막걸리(약주ㆍ청주 포함)에 소비되는 쌀(이하 2008년 기준ㆍ2만3548t)의 85%(2만48t)가 수입쌀이었던 만큼 국산 쌀로 전환할 경우 남아도는 국내산 쌀을 소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전략적 방안으로 2009년 12월 농림축산식품부는 ‘누보 막걸리’를 출시했다. 34개 제조업체가 참여해 국산 햅쌀로 만든 막걸리였다. 2011년에는 햅쌀 막걸리를 홍보하기 위해 10월 마지막 주 목요일을 ‘막걸리의 날’로 선포했다.

막걸리의 날을 독일의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나 프랑스의 와인 축제 ‘보졸레누보’처럼 만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하지만 이 방안들은 대부분 물거품이 됐다. 무엇보다 ‘막걸리의 날’은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막걸리의 날은 별도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당연히 막걸리를 통해 국산쌀을 소비하겠다는 청사진도 깨졌다. 홍문표(자유한국당) 의원은 2017년 국감에서 “막걸리 업체 387곳 중 76.7%(2015년 기준)가 막걸리 원료로 수입쌀을 사용하고 있으며, 막걸리 매출 상위 30개 내 기업의 수입쌀 사용 비율은 82.1%에 이른다”고 꼬집었다.

업계 1위인 서울장수주식회사 관계자는 “장수생막걸리 기준 국내산 쌀 막걸리 생산 비중이 60%다”고 말했지만 시중에서 판매되는 월매막걸리ㆍ인생막걸리ㆍ장수생막걸리(일부는 국내산)의 원료는 대부분 수입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순당이 판매하는 생막걸리ㆍ대박생도 마찬가지였다. 

막걸리협회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국내산 햅쌀로 만든 제품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원재료 가격이 수입산 대비 2~3배 비싸다 보니 제품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막걸리 가격대를 1000원 안팎으로 인식하고 있는 소비자가 많다 보니 판매가 부진한 게 사실이다. 막걸리의 원료로 수입쌀을 쓰는 덴 나름의 고충과 이유가 있다.” 

막걸리 업체 대다수가 수입산 쌀로 막걸리를 제조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막걸리 업체 대다수가 수입산 쌀로 막걸리를 제조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혹자는 막걸리가 세계화에 실패한 이유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2012년 8월 이 전 대통령이 독도에 방문한 후 혐한嫌韓 기류가 확산했고, 막걸리에 등을 돌린 일본인이 늘었다. 그게 막걸리 정책 실패의 결정타였다.” 일면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막걸리 인기가 꺾이고, 관련 정책이 무너진 진짜 이유들은 따로 있다. 

혐한 기류만이 원인일까 

무엇보다 당시 기술로 막걸리를 세계화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였다. 막걸리의 유통기한이 워낙 짧았기 때문이다. 특히 발효가 진행 중인 생막걸리의 경우 유통기한이 10~30일밖에 되지 않았다. 일부 업체가 발효 제어 기술을 개발했지만 생막걸리의 유통기한은 최장 3개월에 그쳤다.

여기에 10도 이하 냉장 유통을 위해서는 콜드 체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점도 수출의 걸림돌이었다. 물론 살균막걸리를 수출용으로 사용하면 됐다. 하지만 이는 ‘건강한 막걸리’라는 애초 취지에서 벗어난 제품이었다.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효모와 유산균을 죽여 발효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추락의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정부가 막걸리 수출을 밀어붙이자 크고 작은 업체들이 여기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10여개에 불과한 한국 막걸리 제품이 80개에 달했을 정도다. 익명을 원한 막걸리 업체 관계자의 회상이다. “당시 벤더사를 통해 일회성으로 막걸리를 수출하는 업체가 많았다. 일본 내에서 덤핑 수준의 가격 경쟁이 벌어지면서 막걸리는 ‘싼 술’이라는 인식이 확산했다.” 

이런 분위기는 출혈경쟁으로 이어졌고, 막걸리 수출 단가에도 나쁜 영향을 미쳤다. 2011~2012년 1㎏당 1.2달러(약 1400원ㆍ이하 국세청)까지 증가했던 막걸리 수출 가격은 0.95달러(약 1100원ㆍ2016년 기준)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00년대 후반 일본에서부터 막걸리 열풍이 불어왔지만 오래가지 못했다.[사진=뉴시스]
2000년대 후반 일본에서부터 막걸리 열풍이 불어왔지만 오래가지 못했다.[사진=뉴시스]

그렇다면 막걸리의 세계화는 어려운 문제일까. 전문가들은 내수시장에서 먼저 자리 잡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박록담 한국전통주연합연구소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세계화에 앞서 국내 시장에서 먼저 대중화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업체들이 저가 경쟁을 멈추고 막걸리 본연의 맛으로 소비자를 잡아야 한다. 막걸리나 사케, 와인 모두 단일 재료(쌀ㆍ포도)를 사용하는데, 유독 막걸리엔 첨가물을 넣은 가향 제품이 많은 이유가 뭐겠나. 본연의 맛을 살리려는 노력보단 소비자의 호기심을 충족하는 트렌드에 맞춘 상품을 출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거다. 달라져야 한다.” 

막걸리가 한국 전통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대부분 막걸리가 수입쌀을 사용하고, 일제 강점기에 전해진 일본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한국 전통주라고 세계 시장에 내놓기엔 무리가 있는 셈이다. 전통 방식으로 막걸리 원형을 복원하는 작은 양조장을 지원해 이들이 국내를 넘어 해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막걸리의 세계화, 뿌리가 튼튼해야 가지를 뻗칠 수 있다는 일침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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