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중소기업 육성했나
日 수출규제에 숨은 씁쓸한 민낯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에 비하면 코스닥 반도체 기업들의 평균근속연수는 반토막 수준이다.[사진=뉴시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에 비하면 코스닥 반도체 기업들의 평균근속연수는 반토막 수준이다.[사진=뉴시스]

‘슈퍼 사이클’에 올라탄 반도체업계 직원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을 거다. 대우가 후해질 게 뻔해서다. 하지만 코스닥 상장 반도체 기업의 평균근속연수를 점검한 결과는 달랐다. 드라마틱한 개선은 없었다. 즐거운 비명은 대기업만의 얘기였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코스닥 반도체 기업의 자화상을 그려봤다. 

최근 몇년간 한국경제를 요약하는 단어는 ‘반도체 코리아’였다. 2017년부터 반도체 업계에 ‘슈퍼 사이클’이 찾아왔고, 한국 기업들은 그 특수特需를 제대로 누렸다.

지난해 글로벌 D램 시장 매출의 73.4%는 한국기업의 몫이었다. 수출은 1267억1000만 달러(약 149조원)를 기록, 단연 돋보이는 실적을 냈다. 올해 들어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꺾이면서 주춤하긴 했지만, 여전히 반도체는 한국경제의 버팀목이다. 


‘수출 한국의 역군’이 된 반도체 업종 직원들의 어깨도 으쓱할 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코스닥 300대 기업(6월30일 시가총액 기준)에 속한 반도체 기업 18개의 평균근속연수를 분석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지난해 이들 기업의 평균근속연수는 5.35년으로 초호황기에 돌입하기 전인 2013년(4.29년)보다 1.06년 상승했다.

임직원이 기업에서 계속해 근무한 기간이 1년가량 늘었다는 얘기다. 평균연봉은 2013년 4666만원에서 2018년 5943만원으로 1277만원 상승했다. 총괄수익(근속연수만큼 회사를 다니면서 벌수 있는 수익)도 같은기간 1억2251만원(2013년 2억103만원→2018년 3억2354만원)이나 올랐다.

놀라운 수치 같지만 반도체 대기업과 비교하면 빛을 바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지난해 평균 근속연수는 각각 11.50년, 10.85년에 달했다. 더스쿠프가 조사한 코스닥 반도체업종 18개 기업 중 근속연수 10년 이상인 회사는 한곳도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간극이다. [※참고: 리노공업이 7.64년으로 가장 길었다. 가장 짧은 기업은 테크윙(3.39년)이었다.] 

‘수출 증가→투자 증가→후방산업 실적 증가’라는 낙수효과도 작동하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코스닥 기업 중에선 적자로 돌아선 회사(아나패스)도 있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한 회사는 7곳에 달했다.

김지연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 규모와 기술경쟁력에 따라 성과 차이가 뚜렷한 곳이 반도체 업종”이라면서 “업황이 둔화될 때 중견기업들이 받을 타격은 대기업보다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닥 반도체 업종의 높지 않은 근속연수는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반도체 업계의 최대 악재로 꼽히는 일본 수출 규제 역시 따지고 보면 반도체 중견기업 육성을 등한시한 결과다. 반도체 코리아의 씁쓸한 민낯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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