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속연수 4.59년
위상과 다른 현주소

2015년 이후 국내 제약ㆍ바이오업의 규모가 부쩍 커졌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15년 이후 국내 제약ㆍ바이오업의 규모가 부쩍 커졌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약ㆍ바이오업 종사자들이 근속(4.59년)해서 벌고 나오는 돈은 총 2억1186만원(평균 연봉 4571만원)이다. 5년 전과 비교해 3845만원 올랐다. 그동안 제약ㆍ바이오업의 위상이 커진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왜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제약·바이오 업계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제약ㆍ바이오업은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업종 중 하나다. 1990년대 말부터 꾸준히 불어닥친 제약ㆍ바이오 열풍은 2015년 이후 본격 불이 붙었다. 그해 한미약품이 6건의 기술수출 계약(총 7조5000억원 규모)을 잇따라 체결한 게 시발점이었다.

이전까지 다소 생소했던 제약ㆍ바이오업에 이목이 쏠렸다. 제약ㆍ바이오 섹터의 주가는 춤을 췄고, 바이오벤처 수도 가파르게 늘었다. 2015~2017년 신규 창업한 바이오벤처 수만 1000여곳에 달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300대(6월 30일 시가총액 기준) 코스닥기업을 대상으로 작성한 직장인 보고서에서도 제약ㆍ바이오 기업이 53개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산업의 규모가 커진 만큼 질質도 함께 개선됐는지는 미지수다. 2013년과 2018년, 5년간 제약ㆍ바이오 기업의 근무여건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5년 동안 제약ㆍ바이오업의 평균 근속연수는 4.43년에서 4.59년으로, 0.16년 늘어나는 데 그쳤다. 2개월여 길어진 셈이다. 2018년 평균 근속연수가 가장 길었던 경동제약은 8.64년이었던 반면, 안트로젠의 경우엔 1.55년에 불과했다. 평균 급여는 2013년 3863만원에서 2018년 4571만원으로 708만원 인상됐다. 이를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은다고 가정했을 때 제약ㆍ바이오업 종사자가 4.59년간 근속해서 벌고 나오는 돈은 2억1186만원이다. 

2013년에 근속해서 벌 수 있었던 돈(1억7341만원)보다는 늘었다. 하지만 의미있는 변화라고 보긴 어렵다. 바이오 붐을 타고 바이오벤처가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허울뿐인 기업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에만 성공하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일 거란 기대를 걸고 제약ㆍ바이오업에 뛰어든 기업이 적지 않다.

 

하지만 신약을 개발하는 데는 숱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그렇다고 개발에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도 아니다. 그전까지는 기대감이 키운 거품이 껴있을 공산이 크다. 시가총액 상위권에 오른 제약ㆍ바이오기업 중에서도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곳이 많은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복제약은 화학식만 있으면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제약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하지만 결국 관건은 신약 개발인데, 실질적인 기술력을 갖춘 곳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5년간 제약ㆍ바이오업의 몸집이 부쩍 커졌지만, 실속 없는 물살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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