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人3色 박학다식

집을 고를 때 어떻게 하는가. 대부분 사람들은 외관을 보고, 부동산 업자의 설명을 듣는다. 배관은 어떤지, 붉은 수돗물이 나올 일은 없는지 등은 재수다. 사실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리스크다. 해외에선 다르다. 정부가 보증한 전문가들이 나서 집의 잠재적 위험요인을 설명해준다. 해외에선 이들을 홈 인스펙터라고 부른다. 더스쿠프(The SCOOP)의 새 연재물 「3人3色의 잡학다식」 첫번째 편 ‘홈 인스펙션 경제학’을 공개한다. 이번엔 제시카정 국제 경영 컨설턴트가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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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는 집안의 외부와 내부 상태를 점검하고 그 가치를 환산해주는 '홈 인스펙터'가 있다.[사진=제시카정 제공]

리모델링했다고 해서 믿고 샀는데 난방이 안 된다면 어떨까. 바닥까지 뜯어 공사를 다시 해야 한다면 또 어떨까. 전문가가 아니니 이를 모두 확인해보고 살 수도 없다. 해외 부동산 거래에서 빠질 수 없는 ‘홈 인스펙션(Home Inspection)’은 그래서 탄생했다.

건축을 잘 모르는 일반인이 집의 상태나 수리비용을 산출하는 일은 매우 힘들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수리 견적을 받거나 의견을 듣는다면 집을 구매할 때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런 행위를 ‘홈 인스펙션’이라고 하며 집 구매 전 부동산 업자와 구매자 모두 반드시 필요한 절차로 인식하고 있다. ‘홈 인스펙션’은 전문적으로 집의 상태를 조사하고 기록까지 이어지는 과정이다. 차고·굴뚝·지붕을 비롯한 외부뿐만 아니라 주방·욕실·지하실·배관 등 내부까지도 들여다본다. 사람으로 치면 집의 건강검진인 셈이다.

인스펙터 자격 정부가 보증

이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바로 ‘홈 인스펙터(Home Inspector)’다. 홈 인스펙터는 주택 구매자에게 집 안의 잠재적 상태와 위험요소, 향후 수리와 보수가 필요한 부분을 알 수 있도록 조언한다. 주택 구매 후에도 앞으로의 일을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홈 인스펙터의 분석은 보고서로 남아 객관적 증거가 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집을 나중에 팔 때도 업그레이드된 명세明細를 모두 기록해 집값을 올려받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선 보기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 구매자가 공인중개사의 “이 집 고치는데 1억원이 들었다”는 말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해외 부동산 시장에서 홈 인스펙션은 집을 구매하기 전 최종 단계에서 이뤄진다.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단계이기 때문에 필수적인 선택으로 여겨진다. 언뜻 한국의 ‘감정 평가’와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집의 내부 구조를 정확히 진단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물론 완벽할 순 없다. 신축인 경우, 시공사나 시행사가 심각한 문제를 숨길 수 있고, 곰팡이나 누수 문제는 살아봐야 알 수 있는 리스크들이다.

 

그렇기에 ‘홈 인스펙터’의 자격은 정부가 보증한다. 관련 자격증을 부여하고 경험이 많은 홈 인스펙터의 고용을 권장한다. 제대로 된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 않아 가격이 저렴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자격을 갖춘 홈 인스펙터의 수수료는 정해져 있다. 그래서 해외에선 은퇴한 설계사나 건축가들이 홈 인스펙터 자격증으로 ‘제2의 삶’을 여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한국에 시사하는 점이 있다. 한국에도 건설·건축과 관련한 전문지식을 겸비한 은퇴인력이 많지만 정작 일을 할 수 있는 현장이 없다. 부동산 시장이 워낙 불투명해 ‘이 분야 전문가들은 정직하지 않다’는 편견이 많아서다.

새 일자리 창출할 수도…

한국에 부동산 플랫폼(앱)이 발달한 것도 어쩌면 이런 이유에서다. 진짜 전문가보단 플랫폼을 믿는 게 낫다는 심리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포털이나 부동산 플랫폼이 현장에서 수십년을 일해온 전문가보다 집의 구조를 더 잘 알 순 없다. 아직은 생소한 홈 인스펙터가 우리나라에서 활동한다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민간보단 공공의 영역으로 들어가야 한다. 집값에 민감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만큼 특정 집단이 ‘홈 인스펙터’를 공급한다면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홈 인스펙션은 매매인과 매수인간 투명한 부동산 거래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이다. 부동산 시장의 ‘불투명함’ 때문에 부작용이 속출하는 우리나라에 적용할 만한 시스템이다.
제시카정 국제 경영 컨설턴트 seoyoung8832@naver.com | 더스쿠프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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