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루나폰 이후 청사진 어디에…
오너 일가 거래 부쩍 늘어나
사라진 한국판 샤오미 포부

이홍선 삼보컴퓨터 대표는 2015년 TG앤컴퍼니를 ‘한국판 샤오미’로 만들겠다고 호언했지만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사진=뉴시스]
이홍선 삼보컴퓨터 대표는 2015년 TG앤컴퍼니를 ‘한국판 샤오미’로 만들겠다고 호언했지만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사진=뉴시스]

1980년 창업한 삼보컴퓨터(삼보). 여기서 ‘삼보三寶’는 인재ㆍ기술ㆍ서비스 등 세가지 보물을 의미했다. 삼보의 경영이념이 ‘창의적인 인재들이 혁신 기술로 만들어가는 고객 감동 서비스’였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명에 숨은 뜻처럼 삼보는 ‘국내 벤처 1세대’ ‘국내 퍼스널컴퓨터(PC) 시장 개척자’ ‘국내 초고속인터넷 시장 개척자’ 등 빛나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곡절도 많았다. 2005년 법정관리, 2010년 인수기업의 도산과 워크아웃 등을 거치면서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삼보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15년 계열사(TG앤컴퍼니)를 통해 선보인 스마트폰 ‘루나’가 최고의 가성비라는 호평을 받으면서 부활의 찬가를 불렀다. PC 기반의 기업이 스마트폰으로 재기할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졌고, 삼보를 부활시킨 ‘2세 경영인’ 이홍선 대표(창업주 아들)는 야심만만한 기업인으로 우뚝 섰다. 그가 루나폰 론칭 기자간담회에서 내뱉은 “삼보를 한국의 샤오미로 키우겠다”는 포부는 오랫동안 회자될 정도로 화제를 낳았다. 

하지만 2019년 현재, ‘한국의 샤오미’를 외치던 삼보는 사라졌다. 루나폰은 명맥을 잇지 못했고, 삼보는 혁신보단 안정만 좇는 기업이 됐다. 루나폰이 출시된 2015년 이후 이 회사의 연구개발(R&D) 비용은 매년 줄었지만 삼보와 관련된 오너 일가 회사의 실적은 불어났다. 더스쿠프가 루나폰 이후 삼보의 자화상自畵像을 취재했다. 


‘루나폰’을 들어본 적 있는가. 2015년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비자 맞춤형 가성비로 돌풍을 일으킨 중저가폰이다. 당시 시장에선 삼보컴퓨터가 루나폰으로 재기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홍선 삼보컴퓨터 대표 역시 TG앤컴퍼니(루나폰 기획사)를 ‘한국판 샤오미’로 키우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삼보는 암담하다. 원대한 꿈은 사라진 지 오래고, 오너 일가와의 거래만 판을 치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루나폰 이후 삼보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2015년 10월 12일 이홍선 삼보컴퓨터 대표(당시 TG앤컴퍼니 대표 겸임)가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아버지(이용태 전 회장)가 세운 삼보컴퓨터(이하 삼보)를 재인수한 지 3년 만이었다. 법정관리(2005년), 워크아웃(20 10년)을 거치면서 자존심이 잔뜩 구겨졌기 때문인지, 이홍선 대표는 거창한 포부를 기세등등하게 내비쳤다. “끊임없이 이용자와 소통하고, 이용자가 원하는 제품으로 승부, TG앤컴퍼니를 ‘한국판 샤오미’로 키우겠습니다.”

그럴 법도 했다. 기자회견 직전 달인 9월, 삼보의 자회사였던 TG앤컴퍼니가 기획한 ‘루나폰’이 돌풍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루나폰의 초기 제작물량 3만대는 열흘 만에 동이 났다. 그해 말 누적판매량은 15만대를 넘어섰다. 판매량 기준으로 국내 전체 스마트폰 순위 10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삼보와 루나폰에 박수갈채가 쏟아진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 지각변동 중” “중저가폰의 새 지평을 열었다” “불만스러운 부분들이 없지 않지만, 그걸 상쇄하는 이점들이 많다” 등의 호평도 쏟아졌다. 

이 대표는 여세를 몰아 2016년 루나S를 출시하면서 더 큰 성장을 꾀했다. 시장 사람들은 돌아온 삼보의 ‘재기’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 참고 : TG앤컴퍼니는 2015년까지 삼보의 자회사였다. 그 이후 ‘기타 특수관계자’로 변경됐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016년 루나S 론칭 이후 후속 활동은 없었고, 삼보의 혁신적인 행보도 사라졌다. 어찌 된 영문인지 이 대표는 정부의 ‘조달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열심히 키우겠다던 스마트폰 사업보단 PC사업에 집중했다. 
 

이유가 있었다. 앞서 2013년 중소기업청(현재 중소벤처기업부)은 데스크탑 PC를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했다. 대기업의 입찰을 배제한 거다. 조달시장에서의 중소기업 데스크탑 PC 구매율도 2013년 50%, 2014년 75%, 2015년 100%로 올랐다. 정부 조달시장의 교체 수요만 잘 공략한다면 삼보로선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혁신도 없고 잠재력도 없고

물론 삼보 경영진이 정부 조달시장을 선택한 걸 문제 삼기는 힘들다. 이를 통해 2014년 이후 줄어들고 있던 삼보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2016년부터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삼보 매출은 2014년 1365억원(영업이익 7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6년까지 914억원(26억원)으로 떨어졌다가 2018년 1047억원(38억원)으로 늘었다. 

문제는 ‘스마트폰을 육성하겠다’던 혁신적인 포부가 사라진 시점부터 삼보의 미래성장성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2012년부터 규모는 작지만 꾸준히 늘어나던 연구개발(R&D) 비용이 2014년(16억2400만원)을 기점으로 2017년(9억9100만원)까지 계속 줄어들었다. 2018년 들어선 10억979만원으로 늘어났지만 전년비 1900만원 증가한 수준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조달시장에서 위치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것도 아니다. 2015년 31.6%(금액 기준)였던 조달시장 PC 시장점유율은 꾸준히 떨어져 지난해 22.0%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대기업은 빠져 있고, 교체 수요도 꾸준한 안정적인 조달시장 내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발휘하지도 못했다는 얘기다. ‘국내 최초 PC 제조사’라는 간판이 무색해졌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현금성자산도 2015년(약 162억원)부터 계속 감소한 끝에 지난해 약 2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도 줄었다. 2014년 5.1%였던 삼보의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6%를 기록했다. 그러면서도 삼보는 모회사·자회사와 손해보는 거래를 했다. [※ 참고: 삼보의 모회사는 티지나래다. 이 대표와 가족이 대주주다. 2015년까지 자회사였던 TG앤컴퍼니(2018년 6월 이홍선→최준으로 대표 변경, 이홍선은 이사로 재직 중)는 2016년에, 2017년까지 자회사였던 티지에스(대표 이홍선·고객서비스 대행용역 업무)는 2018년에 ‘기타 특수관계자’가 됐다. 두 기업 모두 사실상 오너 일가의 회사가 된 셈이다.] 

삼보의 경쟁력과 오너 회사들

2014~2018년 삼보는 TG앤컴퍼니를 통해 153억4864만원(수익에서 비용을 차감한 순수익 기준)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같은 기간 티지나래와 티지에스와의 거래에선 각각 114억7432만원, 159억5537만원의 손실을 봤다. 총 274억2969만원의 손실이 오너 일가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는 거다. 지난해 삼보의 영업이익이 913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꽤 큰돈이 빠져나간 셈이다. 


혁신 부재로 인해 미래성장성도 꺼져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삼보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열심히 해도 시장 상황이 받쳐주지 않아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그랬다. 대기업들도 경쟁 심화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내부에서 혁신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조달시장 의존 비중이 높다. 하지만 민간시장을 더 넓히기 위해 기업과 개인소비자 시장 영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기회를 엿보며 와신상담을 하고 있다는 건데, 시장 안팎엔 삼보가 개인회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이는 기회가 아닌 리스크 요인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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