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편 전공 치하

이순신은 열심히 싸운 부하의 전공을 꼼꼼히 챙겼다. [사진=연합뉴스]
이순신은 열심히 싸운 부하의 전공을 꼼꼼히 챙겼다. [사진=연합뉴스]

이순신은 장계에서 부하들의 공로를 한명씩 소상히 열거했습니다. 상사가 부하의 공을 이렇게 꼼꼼하게 챙겨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들의 노고가 제대로 보상받길 바랐던 이순신의 인간애가 느껴집니다. 

원래 조선군의 전공 기준은 적의 수급 숫자였습니다. 적의 머리를 많이 벨수록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머릿수로만 전공을 계산하다 보니 폐단이 속출했습니다. 전투가 끝난 후에 왜병의 머리를 사냥하거나, 적진에 잡혀 있던 무고한 조선 사람의 머리를 베어서 거짓 보고하는 자들이 생겨난 것입니다. 이순신은 다음과 같이 장계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 우후 이몽구가 왜의 큰배 1척을 바다 가운데서 잡아 적의 머리 7개를 베고 또 1척은 육지로 끌어내 불살라 버렸으며, 사도 첨사 김완은 왜의 큰배 1척을 바다 가운데서 잡아 적의 머리 20개를 베었으며, 녹도 만호 정운은 왜의 큰배 1척을 바다 가운데서 잡아 적의 머리 9개를 베었으며, 광양 현감 어영담과 가리포 첨사 구사직은 협력해 왜의 큰배 1척이 상륙하려 할 때 쫓아가서 불살랐고, 구사직은 적의 머리 2개를 베었습니다.

여도 군관 김인영은 적의 머리 하나를 베었고, 소비포 권관 이영남은 작은 배를 타고 뚫고 쫓아 들어가 활을 쏘아 죽인 후 적의 머리 2개를 베고 나머지 빈배 1척은 바다 가운데서 불살랐는데… - 「당포파왜병장」


이순신은 전공을 보상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새 포상 방식은 장계에 나와 있습니다. 실제로 이순신이 이를 적용한 기록도 보입니다. 열심히 싸우면 싸운 만큼 공을 알아줬기에, 이순신의 부하들은 안심하고 마음껏 싸울 수 있었습니다.

신은 당초에 여러 장수와 군사들에게 약속하기를, 전공을 세워 이익을 얻으려고 적의 머리를 서로 먼저 베려고 다투다가는 자칫하면 도리어 해를 입어 죽거나 다치는 자가 많이 생기니, 쏘아서 죽인 뒤 비록 목을 베지 못하더라도, 논공을 할 때 힘껏 싸운 자를 으뜸으로 할 것이라고 거듭 지시했기 때문에, 이제까지 네번 맞붙어 싸울 때 활에 맞아 죽은 왜적들이 매우 많았지만, 목을 벤 숫자는 많지 않습니다.

… 더욱이 행재소가 멀리 떨어져 있고 길이 막혀서 사람이 통행할 수 없는 실정이고, 그렇다고 억센 도적이 아직 물러가지 않은 상태라는 이유로 표창할 시기를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군사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격려함으로써 앞으로의 일을 더욱 힘써 하도록 각자의 공로를 참작해 등급을 나눠 포상했는데, 별지에 기록해 뒀습니다.

신이 당초에 약속할 때, 비록 적의 목을 베지 않았더라도 죽을 힘을 다해 싸운 자를 으뜸 공로자로 삼겠노라고 했으므로, 힘껏 싸운 사람들을 신이 직접 참작해 1등으로 기록했습니다. … - 「당포파왜병장」
<다음호에 계속>  
장정호 교육다움 부사장 passwing7777@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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