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매운동 손해일까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당성도 없이 자칫 국내 기업들만 피해를 입을 수 있다’거나 ‘불매운동으로 일본을 움직일 수 없다’는 등의 비판도 심심찮게 나온다. 결론은 ‘불매운동을 해서 일본을 자극하지 말자’다. 과연 불매운동은 쓸모 없는 일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가치를 냉정하게 취재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본의 수출규제와 함께 시작된 국민들의 자발적인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써 한달을 넘기고 있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이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고, 현재 불매운동에 동참하지 않는 이들 10명 중 7명은 향후 동참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장기화할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에선 비판 여론도 만만찮다. 논리를 간단히 살펴보면 크게 두가지다. 첫째 불매운동의 정당성이 없다는 거다. 여기엔 문재인 정부가 2015년에 만들어진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면서 한일관계가 악화했고, 지난해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 등이 일본의 수출규제 명분을 만들어줬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둘째, 불매운동을 통해 ‘감정적’으로 대응해봤자 우리에게 크게 득 될 게 없다는 거다. 예컨대 일본산 소재와 부품ㆍ설비를 구매하는 국내 기업들이 많은 만큼 맞붙어봐야 국내 기업들이 입을 타격이 더 크다는 주장이다. 

과연 이런 논리는 타당한 걸까. 먼저 정당성 논란부터 살펴보면 여기엔 커다란 오해가 있다. 사실 현 정부의 외교적 행위는 국민이 자발적으로 펼치는 불매운동과는 별개의 문제다. 불매운동에 불을 지피는 듯한 발언이 현 정부에서 튀어나오자 곧바로 “국민이 자발적으로 하는 불매운동에 정부가 끼어드는 순간 관제운동이 된다”는 지적이 타당성을 얻는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불매운동은 누군가에게 정당성을 부여 받아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소비자의 권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싫은 사람은 안 하면 그만이다. 이런 면에서 불매운동에 동참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해코지를 하는 행태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이제 이해득실을 차근차근 따져볼 차례다. 그 전에 한가지 짚어볼 문제가 있다. 한국의 대일對日무역수지를 보면 1965년부터 지난해까지 54년간 무역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았다는 거다.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대일 수출은 약 22억 달러로, 수입(243억 달러)의 11분의 1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상반기 총 수출액(2713억 달러)의 0.8%에 불과한 수준이다. 

반면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액은 2조2421억 엔으로 미국(6조4553억 엔)과 홍콩(3조5977억 엔)에 이어 세번째로 높다. 종합하면 일본이 불매운동으로 맞대응한다면 국가 전체로 볼 때 한국보다는 일본의 타격이 더 크다는 얘기다. 특히 불매운동이 온라인 해외직구에서도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타격은 더 커진다. 


불매운동 둘러싼 갑론을박

불매운동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7월 1~18일 기준 한국인의 일본여행 예약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줄었고, 국내 8개 신용카드사의 일본 내 사용액은 7월 5주차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9.1% 줄었다. 이마트에선 같은 기간 일본 맥주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30.1% 줄었다. 7월 한달간 일본산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2674대로 전년 동월(3229대) 대비 17.2% 줄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현재 정부는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와 불매운동을 계기로 일본 수입의존도가 높은 소재나 부품을 국산화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제도를 손보는 중이다. 기업들도 수요만 있다면 연구개발(R&D)에 적극 나서겠다는 분위기다. 물론 정부가 국산화와 R&D 지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책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하고, 기술 격차가 있는 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국산화가 현실화한다면 일본은 한국이라는 주요 고객을 잃는다. 

무디스ㆍ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함께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 꼽히는 피치가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일간 갈등이 깊어지면 한국은 대체 수입선을 찾는 대신, 일본 소재와 소비재 기업은 타격 입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한국의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남은 문제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이런 과정을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반도체 관련 중소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59.0%의 중소기업들이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지속될 경우 6개월 이상 감내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딱히 대응책도 없는 곳은 46.8%에 달한다. 그럼에도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상당수(63.9%)의 중소기업들이 정부에 바라는 정책 지원으로 ‘소재 국산화를 위한 R&D 및 설비투자 자금 지원’을 꼽았다는 거다. 

中企 살피는 게 관건

또한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대일 대응정책(복수응답)으로 ‘외교적 협상을 통한 해결(53.9%)’을 가장 많이 선택했지만, ‘국제법을 활용한 대응(34.6%)’이나 ‘일본제품 수입금지 등 강경대응(25.7%)’ 주문도 적지 않았다. 힘들어도 일본에 굴복하긴 싫다는 중소기업이 많았다는 얘기다.

양채열 전남대(경영학부) 교수는 “불매운동을 등에 업고 일본과의 관계가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 바뀌고 있다”면서 “다만 정부가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곳에 적절한 지원을 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매운동이 결코 달걀로 바위치는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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