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비싸서… 프리미엄 부메랑

이마트가 H&B스토어 부츠 매장을 축소한다.
이마트가 H&B스토어 부츠 매장을 축소한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는 2017년 영국 1위 H&B스토어 브랜드 부츠(Boots)를 국내에 론칭했다. 당시 이마트는 부츠 스타필드 하남점과 명동 본점을 오픈하며 “영국 부츠의 노하우를 적용해 신개념 H&B스토어를 선보이겠다”고 선언했다. [※참고: 이마트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한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Walgreen Boots Alliance)는 2014년 미국 약국 체인 월그린과 유럽 제약회사 얼라이언스 부츠의 합병으로 만들어졌다.]

이보다 앞서 자체 H&B스토어 분스(Boons)를 론칭했지만 CJ올리브영ㆍGS왓슨스(현 랄라블라)에 밀려 고배를 마셨던 이마트로선 회심의 카드를 꺼낸 셈이었다. 특히 부츠 명동 본점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경쟁사인 CJ올리브영 본점에서 불과 58m(도보 기준) 떨어진 곳에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었다.

언뜻 봐도 명동 복판에서 경쟁을 벌이는 것과 다름없는 구도였다. 이마트는 부츠의 PL(Private Label) 스킨케어 상품인 넘버세븐(No7)ㆍ솝앤글로리(SOAP&GLORY)ㆍ보타닉스(BOTANICS) 등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기존 사업자들과 차별화를 위해 프리미엄 H&B스토어를 추구했다. 

하지만 전략은 사실상 실패했다. 야심차게 선보인 부츠 명동 본점을 지난해 10월 철수하고, 생활용품 전문점 삐에로쑈핑으로 전환한 건 단적인 예다. 올해에는 33개 점포 중 18개를 철수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부츠를 포함한 전문점 사업 부문이 지난해 2분기 16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 2분기에도 적자(-188억원)를 기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마트 관계자는 “전문점 사업 효율화 차원에서 부진한 부츠 매장을 정리하고, 온라인 채널을 강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글로벌 브랜드 부츠는 왜 한국시장에서 자리 잡지 못했을까. 무엇보다 ‘한국형 H&B스토어’를 표방한 CJ올리브영과의 경쟁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CJ올리브영의 경우 국내 브랜드 제품이 전체의 70%가량을 차지한다. 20~30대를 타깃으로 삼은 매스(massㆍ중저가의 대중적인) 브랜드 제품도 숱하다. H&B스토어 고객 중에 가격에 민감한 젊은층이 많다는 점을 고려한 전략이다. 실제로 H&B스토어 이용객은 제품 구매시 ‘가격(이하 오픈서베이ㆍ76.2%)’ ‘프로모션 여부(53.8%)’ 등을 가장 많이 고려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반면 프리미엄 H&B스토어를 지향하고 해외 브랜드를 다수 도입한 부츠는 소비자에게 ‘비싸다’는 인식만 심어줬다. 그렇다고 영국 부츠의 정체성을 유지한 것도 아니었다. 의약품부터 화장품까지 아우르는 드러그스토어(drug store) 개념인 영국의 부츠와 달리 국내에선 H&B스토어 성격이 강했다. 

이런 상황에서 포화 상태에 다다른 H&B스토어가 침체기를 맞은 것도 부츠엔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김주덕 성신여대(뷰티산업학) 교수는 “SN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화장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H&B스토어 업황이 밝지만은 않다”면서 “이마트 부츠의 경우, 프리미엄 H&B스토어로 차별화를 꾀하려 했지만 ‘다양한 제품을 체험해보고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H&B스토어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브랜드를 등에 업고 H&B스토어 시장을 노렸던 이마트는 이대로 쓴잔을 들이마실까.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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