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과 사랑 이야기

식물은 다이어트와 관련이 깊은 셀룰로스 세포벽으로 이뤄져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식물은 다이어트와 관련이 깊은 셀룰로스 세포벽으로 이뤄져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필자의 단독주택 한편엔 작은 밭이 있다. 봄이 되면 거기에 상추나 토마토 따위를 심곤 하는데 어느 순간 작물보다 잡초의 성장 속도가 훨씬 빠름을 느낄 수 있다.

잡초는 영양분을 독식하고 그 곁의 깻잎 모종은 비루먹은 강아지처럼 후줄근하게 서있다. 농작물을 기를 때 토끼풀은 최악의 잡초라 할 수 있다. 일단 토끼풀이 출현하면 삽으로 주위를 도려내듯 넓게 파내 발본색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뿌리는 징그러운 혈관처럼 뻗치고, 잎은 우산처럼 해를 가리니 그 속에서 어떤 작물도 기를 펼 수 없다.

작정하고 토끼풀을 잡아당기면 40~50㎝가량 연결된 인맥(?)이 주르르 딸려 나오기도 한다. 뽑아내고, 캐내고, 베어내도 잡초와의 전쟁은 끝이 없다.


어쨌거나 이동하면서 위험을 회피하는 동물과 달리 폭염이 작렬하고 폭우가 쏟아져도 식물은 그저 그 자리에서 버텨낸다. 가뭄에 말라비틀어져 죽기도 하지만 바위틈에서 몇백년을 버티는 소나무나 마차 바퀴에 짓밟혀도 명줄을 이어가는 질경이처럼 식물의 생명력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언젠가 필자는 강의장에 풀잎을 하나 뜯어 들고 들어간 적이 있다. 비가 많이 온 날이었는데 웅덩이 고인 물에 잠긴 풀을 보며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동물은 골격으로 형태를 유지하며 항중력근의 저항으로 직립의 자세를 유지할 수 있지만 식물은 어떤 조직으로 형태를 유지하며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비 온 뒤 물속에 잠겨도 풀들은 녹아서 사라지지 않는 불수용성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 대부분 수분으로 이뤄진 식물의 특성상 물에 녹는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맞지 않는다. 체지방을 줄이기 위한 다이어트 핵심 전략을 필자는 빗물 속에 고고히 잠겨있는 풀때기에서 찾았다. 요약하면 이렇다. “식물은 물에 녹지 않는 성질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소화 기관은 식물을 대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좀 더 전문가답게 이야기해보자. 대다수 식물은 광합성을 하기 위해 수직으로 키를 키우며 살아간다. 단단한 뼈로 이뤄진 골격을 갖춘 동물과 달리 식물은 세포 자체가 벽돌처럼 쌓여 형태를 유지한다. 이를 우리는 셀룰로스(cellulose)로 이뤄진 세포벽이라고 부르고, 이것의 기본구조를 섬유질이라 한다.

이런 셀룰로스 세포벽은 벽과 벽 사이에 있는 ‘중간박막층’을 통해 안정적으로 연결된다. 이 중간박막층은 건축물의 벽돌과 벽돌 사이를 몰타르(시멘트와 모래로 이뤄진 반죽)를 발라 고정하는 원리와 비슷하다.

셀룰로스 세포벽과 중간박막층은 필자가 강의 중 받는 가장 흔한 질문인 ‘어떤 음식을 먹으면 살이 빠지거나 덜 찌는가’의 답을 제시해준다. 섬유질이 음식물 대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다음호에서 자세히 알아보자.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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