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석기관 통계의 함정 

“서울 25개구 대부분의 매매가격이 상승했다.” 부동산 전문기관 3곳(한국감정원ㆍKB부동산 리브온ㆍ부동산114)은 7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이 ‘상승전환’의 기세를 이어갔다고 분석했다. 이 분석은 한은의 금리인하와 맞물리면서 부동산 시장을 흔드는 ‘변수’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실거래가도 상승세를 이어갔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3개 기관의 분석자료와 실거래가를 비교해봤다. 역시나 간극이 컸다. 

부동산 시장가격이 매주 발표되고 있지만 일반인이 체감하는 경기와 차이가 날 때가 많다.[사진=뉴시스]
부동산 시장가격이 매주 발표되고 있지만 일반인이 체감하는 경기와 차이가 날 때가 많다.[사진=뉴시스]

0.09%, 0.34%, 0.52%. 한국감정원, 부동산114, KB부동산 리브온의 분석이 또 엇갈렸다. 7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이번에도 제각각이었다. 누구 하나가 옳았다거나 틀렸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조사 기간과 조사 표본 산정에서 서로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호가와 시세를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시장 상황을 나타낼 뿐이기에 체감할 수 있는 부동산 경기와도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3개 기관의 조사 결과에 부동산 시장은 울고 웃는다. ‘7월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 전환했다’는 분석이 3개 기관에서 나온 데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에 돌입한 만큼 다시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를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높았다. 정부도 발빠르게 대응해 12일 분양가 상한제를 투기 과열이 우려되는 민간택지까지 확대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일부에서는 이런 상황을 놓고 정부의 부동산 억제책이 실패했다는 논리를 끌어내기도 했다. 하다하다 안 되니 숱하게 실패한 정책(분양가 상한제)를 다시 꺼내든 게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그럼 실제 가격은 어땠을까. 3개 기관의 ‘올랐다’는 시세 분석과 일치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를 통해 집의 가격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였는지 확인해봤다. 가격 차이가 큰 1층을 제외하고 전용면적 59~84㎡로 아파트 시장에서 가장 실수요자의 선호도가 높은 면적의 아파트 가격을 확인했다. ‘거래가 특정시기에 쏠릴 수 있다’는 변수에서 자유롭기 위해 ‘서로 다른 거래가 3개월에 걸쳐 성사된’ 아파트 단지를 선정했다. 

민간 조사기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이 다시 상승한 건 6월부터다. 한국감정원도 7월 첫째주부터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분석은 어느 정도 일치했다. 

같은 기간 실거래가는 6월 평균 3518만원(3.3㎡당 기준)에서 7월 3533만원으로 0.4% 상승했다. 25개구 중에선 강서구ㆍ구로구ㆍ중랑구ㆍ강남구ㆍ금천구ㆍ서대문구ㆍ서초구ㆍ성동구ㆍ양천구ㆍ용산구ㆍ은평구ㆍ종로구 등 12개구의 가격이 상승했다. 그럼 한국감정원, KB부동산 리브온, 부동산114의 분석 자료와 비교해보자. 

■ vs. 한국감정원=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월동안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서울의 자치구는 강동구ㆍ강서구ㆍ구로구ㆍ중랑구로 총 4곳이다. 실제 매매된 실거래 자료와 일치하지 않는 곳은 강서구ㆍ구로구ㆍ중랑구 3개구나 된다. 강서구ㆍ구로구ㆍ중랑구의 7월 아파트 가격(3.3㎡당 기준ㆍ6월 대비)은 각각 0.1%, 27%, 5% 상승했다.

■ vs. KB부동산 리브온= KB부동산 리브온의 자료 역시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자료에 따르면, 25개구 중 23개구는 7월 내내 가격이 상승했다. 변동이 없던 곳은 중구, 하락한 곳은 강서구(-0.06%)였다. 앞서 언급했듯 강서구의 아파트 실거래 가격은 7월 0.1% 상승했다. 

■ vs. 부동산114= 마지막으로 부동산 114의 자료를 보자. 이 조사기관의 수도권 주간동향 자료에 따르면 7월 한달간 하락한 곳은 25개구 중 관악구(-0.17%)가 유일했다. 이 지역의 7월 아파트 실거래가(3.3㎡당 기준ㆍ6월 대비)가 -1.8%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석자료와 실제치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부동산114가 정확하게 예측했다는 건 아니다. 범위를 좁혀 분석자료와 실제치를 비교하면, 간극이 상당히 컸다. 가령, 부동산114는 강북구 아파트의 7월 매매가 변동률을 0.00%로 분석했다.

하지만 실거래가 기준으로 변환하면 강북구 아파트의 7월 변동률은 -12.3%로 같은 기간 낙폭이 25개구 중 가장 컸다.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상승폭이 가장 가팔랐던 서초구 역시 마찬가지였다. 부동산114는 서초구 아파트 매매가 7월 누적 변동률을 0.19%로 분석했지만 실제 매매가는 약 13.75% 치솟았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로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매매가 통계가 어느 한 기관이 완벽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변수에 어느 정도 가중치를 두느냐도 기관마다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가격을 조사하는 기관의 분석과 실거래가의 움직임이 완벽하게 일치할 수는 없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부동산 시장을 파악할 때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전국적인 흐름을 집계해서 발표하는 기관은 한정돼 있고 시장의 흐름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통계를 볼 수밖에 없다.

실제 가격에 가장 밝은 공인중개사 역시 자신이 담당하는 지역에 정통할 뿐 모든 지역을 알 수는 없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료는 그대로 시장을 체감하게 만드는 지표가 된다. 부동산 가격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통계를 의심하는 여론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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