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中

월세로 사는 게 나을까, 대출을 받아 전세로 지내는 게 나을까. 새 둥지를 틀기 전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고민이다. 어느 정도 수입이 있는 신혼부부에겐 전세가 훨씬 유리하다. 조금만 살펴보면 정부에서 신혼부부에게 지원하는 혜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신혼부부의 월세 줄이기를 도왔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혼부부라면 정부 혜택을 적극적으로 찾아봐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혼부부라면 정부 혜택을 적극적으로 찾아봐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1월 부부가 된 강성주(41·가명)씨와 임서희(38·가명)씨. 남들보다 다소 늦은 나이에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하고 싶은 게 많다. 강씨는 적어도 2~3년 안에 아이를 갖길 바라고, 미술학원 교사인 임씨는 아동미술학원을 차리고 싶어 한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두 사람은 집과 노후도 지금부터 준비하길 원했다.

모든 목표를 동시에 대비하기에 두 사람의 소득(월 577만원)은 넉넉하지 않다. 아이를 가질 경우 한동안 소득이 반토막 나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하는데, 부부의 생각은 여기까지 미치지 못했다. 목돈이 묶여 있는 것도 문제다. 올해 초 강씨가 친형에게 1억2000만원을 빌려줬는데, 갚는 속도가 더뎌 임씨의 속이 타 들어가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학원 사업을 시작하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강씨 부부 외에도 결혼 초 자금에 허덕이는 신혼부부는 많다. 정부에선 이런 신혼부부에게 꽤 괜찮은 혜택들을 지원한다. 먼저 주택 청약을 신청할 경우 “생애 단 한번의 기회”라 불리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혼부부 신혼희망타운’ 매입 자격도 주어진다. 연 1.3%의 고정금리로 최장 30년까지 집값의 70%가 지원되고, 분양가도 시세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당장 집을 살 생각이 없다면 임대형으로도 입주가 가능하다.

부부가 서울(은평구 신사동)에 살고 있다는 것도 플러스 요소다. 서울시는 연소득 8000만원 이하, 무주택자인 부부에 한해 최대 2억원까지 대출해주는 ‘서울시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을 지원한다. 조건에 따라 대출 금리의 일부(최고 1.2%)를 최장 8년까지 지원해줘 부담도 덜하다.

하지만 강씨 부부는 이런 혜택들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상담에서 부부는 필자에게 월 지출내역을 공개했는데, 지출의 상당 부분(80만원)이 월세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월 80만원을 고스란히 저축할 경우 1년(960만원)이면 부부가 계획했던 출산자금(800만원)을 충분히 모으고도 남는다. 3년이면 새 차도 살 수 있다. 월세만 줄여도 부부가 세웠던 단기목표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강씨 부부에게도 사정이 있었다. 결혼 당시 강씨의 신용등급이 나빠서 정부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5년 전 강씨는 사업을 하는 형을 위해 휴대전화 명의를 빌려주고 장기카드대출(카드론)에 손을 댔는데, 그 여파로 신용등급이 낮아졌다. 보증보험에 문의해 보니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치는 기록은 5년가량 유지된다고 한다.

필자가 은행 대부업체를 통해 부부의 신용등급을 확인한 결과, 부부의 신용등급은 아직 1~2등급까지 회복되지 않았지만 정부 혜택은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4대 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신용등급이 4~6등급이어도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부부는 곧바로 집주인에게 현재 상황을 얘기했고, 9월에 이사를 가는 것으로 못을 박았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와 동일한 수준의 집을 구하기는 어려운 상황. 부부는 앞으로 태어날 아기도 생각해 비교적 내부 환경이 깨끗한 도시형 오피스텔을 전세(1억8000만원)로 얻었다. 대출금 이자는 월 15만원씩 발생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80만원에 달했던 월세금 중 65만원을 절약하는 셈이다.

본격적으로 다른 지출도 줄여보자. 짧은 연애기간을 거쳐 결혼한 강씨 부부는 함께 있는 시간을 데이트하듯 보내고 있다. 다른 부부에 비해 문화생활비(21만원)가 적지 않은 이유다.

부부는 따로 예산을 정하지 않고 있어 문화생활비는 점점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부부는 정해진 예산 안에서 여가를 즐기기로 결정했고, 문화생활비는 21만원에서 10만원으로 11만원 줄였다.

다음은 월 45만원의 보험료다. 부부의 보험료는 총 7개로 구성돼 있다. 임씨는 저축 용도라고 여겨 가입한 종신보험 2개(17만원)와 우체국 암보험(2만원), 건강보험(5만원)을 갖고 있다. 종신보험에는 사망보험금 지급 외에 유용한 보장이 없었다. 거의 모든 특약이 3년 갱신형으로 설정된 건강보험도 문제가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험료가 가파르게 오를 게 뻔해서다.

강씨는 운전자보험(1만원)과 건강보험(10만원), 화재보험(10만원)에 든 상태다. 건강보험은 적립금이 보험료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래서는 건강에 이상이 생겨도 납입금에 준하는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다. 아내와 마찬가지로 거의 모든 항목이 갱신형으로 설정돼 있었다.

가입 이유를 알 수 없는, 다른 주소지로 가입돼 있는 화재보험도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필자는 운전자보험을 제외한 부부의 모든 보험을 리모델링했다. 그 결과, 보험료는 45만원에서 21만원으로 24만원 절감했고, 450만원의 해지환급금도 챙길 수 있었다.

자동차 관련 비용(18만원)과 병원비·약품구입비(10만원)도 차례대로 손봤다. 상담 당시(5월) 부부의 자동차 보험료는 8월에 갱신될 예정이었다.

이참에 쓸데없는 서비스를 삭제해 총 비용을 18만원에서 13만원으로 5만원 줄였다. 강씨 부부는 신혼여행 때 건강보조제로 트렁크 절반을 채울 정도로 건강에 관심이 많은데, 앞으로는 관련 비용을 절반(10만원→5만원)으로 줄일 예정이다.

이것으로 부부의 지출 다이어트가 끝났다. 부부는 월세(65만원)·문화생활비(11만원)·보험료(24만원)·자동차보험료(5만원)·약품구입비(5만원) 등 110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1차 상담에서 절감한 36만원(통신비 6만원·생활비 30만원)까지 합하면 총 146만원의 저축여력을 확보한 셈이다.

남은 과제는 강씨 부부가 세운 재무목표에 자금을 알뜰히 분배하는 것인데, 신경써야 할 게 많다. 단기·장기 목표가 골고루 있어 각각의 목표에 맞는 투자 상품을 다양하게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은 다음 시간에 자세히 소개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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