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ㆍ바이오 투자전략] 신약 임상시험을 돌 보듯 하라 
[제약ㆍ바이오 투자전략] 신약 임상시험을 돌 보듯 하라 
  • 김정덕 기자
  • 호수 352
  • 승인 2019.08.2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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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 성공에 과한 프리미엄
프리미엄 걷어내야 민낯 보여

최근 제약ㆍ바이오 대장주로 꼽히던 몇몇 기업들의 주가가 순식간에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다 된 것 같은 밥(상용화를 앞둔 신약)’이 사실은 설익었거나 쌀보다 돌멩이가 훨씬 많이 들어갔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임상시험 성공에 지나치게 높은 프리미엄이 붙은 까닭도 있다. 그럼 제약ㆍ바이오주 투자자는 어떻게 리스크를 해소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임상시험의 결과를 돌 보듯 하면 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제약·바이오주 투자전략을 살펴봤다. 

제약사들의 주가가 요동칠 때 신약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한 증권사리포트는 없었다.[사진=뉴시스]
제약사들의 주가가 요동칠 때 신약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한 증권사리포트는 없었다.[사진=뉴시스]

대개 투자와 투기는 ‘한 끗 차이’라고 말한다. 투자를 누가 하느냐에 따라 성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때론 업종별로도 독특한 투자성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제약ㆍ바이오 관련주다. 제약사가 제대로 된 신약 하나만 개발해도 기업가치가 천정부지로 솟으니 잘만 고르면 대박을 노릴 수 있어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해당 기업이 대박을 노릴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투자기업이 진흙 속 진주인지, 쓸모없는 조개껍데기인지 가려내는 눈이 필요하다는 거다. 투자에서 이는 변치 않는 진리다. 이때 옥석을 가려내는 기초자료가 바로 해당 기업의 사업보고서다. 

문제는 제약ㆍ바이오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보고 옥석을 가려낼 만한 정보를 얻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시장 상황, 신제품 출시, 지배구조, 재무제표 등을 따져봐도 기업의 가치를 어림잡기 힘들다. 지난해 8월 금융감독원이 ‘제약ㆍ바이오 기업의 공시실태 및 투자자 보호 방안’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금감원은 “제약ㆍ바이오 산업이 신성장 산업으로 가능성을 주목받으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2017년 제약ㆍ바이오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점검한 결과, 신약개발 등 중요 정보와 위험에 관한 공시내용이 불충분해 공시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감원은 그해 3분기 사업보고서부터는 글로벌 임상시험 진행 결과와 같은 주요 정보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했다. 

덕분에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들을 보면 기존 보고서와 달라진 게 많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개발 중인 신약마다 어떤 병에 쓰이는 것인지, 개발 진행경과는 어떤지 등을 별도로 기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이제 충분한 정보를 얻게 된 걸까. 그렇지는 않다. 여전히 부족한 점이 수두룩하다. 사실 신약 개발과정에서 불거지는 리스크는 한둘이 아니다. 임상시험 단계에서는 개발 중인 신약이 효능은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또는 부작용이 있더라도 효능이 이를 상쇄할만한지가 검증돼야 한다.

임상시험을 모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리스크가 남는다. 개발신약이 기존 약품보다 월등한지, 가격경쟁력은 있는지, 수요는 얼마나 되는지, 이런 것들을 종합해볼 때 투자비용 대비 이익은 얼마나 남는지, 신약 생산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등도 고려해야 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을 개발하고, 이후 출시ㆍ판매까지 되려면 이미 데이터를 통해 신뢰가 축적된 기존 치료제를 뛰어넘을 수 있는 확실한 강점이 있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판매허가를 획득할 수는 있어도 상업적 성공은 불투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요한 건 여전히 제약ㆍ바이오 기업들이 공개하는 자료들만으로는 이런 것들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거다. 변경된 사업보고서에도 임상시험 결과 데이터를 수치화해서 투명하게 공개하는 기업들은 어디에도 없어서다. “영업기밀에 해당해 공개할 수 없다”는 부연과 함께다.

물론 투자자들이 의지할 수단이 사업보고서만 있는 건 아니다. 증권사들이 내놓는 리포트도 있다. 하지만 증권사 리포트들도 무용지물에 가깝다. 일례로 2015년 한미약품의 주가가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수출계약으로 폭등할 때, 대부분의 증권사 리포트들은 마치 ‘계약=신약개발 성공’으로 착각할 만큼 신약의 장점만을 부각하기 바빴다. 

거래에 따른 수수료 수취가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사실은 ‘신약 가치를 현실적으로 평가하기 힘들다’는 이유도 있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신약후보물질의 가치를 평가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시장 상황, 매출액, 기술수출금액 등을 토대로 신약후보물질의 현재가치를 추정, 목표주가를 내놨다.

또다른 애널리스트들은 “성장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재의 주가상승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이젠 임상데이터 분석해야

증권업계에서 “이제 신약의 임상시험 데이터 해석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이제는 막연한 기대감보다 좀 더 명확한 걸 요구하게 될 것”이라면서 “국내에서도 임상결과 발표가 점차 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제약사들처럼 국내 제약사들도 신약 개발능력을 데이터로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야 임상시험 성공 여부와 상업성을 제대로 가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약’이라는 단어 하나에 주가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시장에서 개미투자자들이 뒤통수를 맞지 않으려면 귀 기울여야 할 조언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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