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 한 장면➐  「중국사람 이야기」 김기동 작가 

은행에서 20여년 무역 업무를 담당했다. 중국에 생활용품을 수출하는 사업도 전개했다. 성과는 좋지 않았다. 사업은 실패했고,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인생 참 얄궂다. 이런 뼈아픈 실패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중국사람 이야기」를 저술한 김기동(57) 작가(중국 산동여행대학교 교수)는 숱한 실패 속에서 현실주의자인 중국사람을 다시 봤고, 그들과의 거래법을 깨쳤다. 

김기동 작가는 “중국사람은 외부인에게 좀처럼 곁을 내주는 일이 없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사진=김기동 작가 제공]
김기동 작가는 “중국사람은 외부인에게 좀처럼 곁을 내주는 일이 없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사진=김기동 작가 제공]

✚ 중국 사람들의 특성은 무엇입니까. 
“중국 사람은 누구나 상대방을 속일 수 있다는 겁니다. 중국에서 외부인이 사업을 하는 게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죠. 저는 중국 사람들이 그런 특성을 갖게 된 배경을 사합원에서 찾습니다.” 

✚ 사합원이 뭐죠.
“베이징北京 전통가옥 양식의 한 종류입니다. 무협 영화에서 종종 봤을 겁니다. 건물 가운데에 네모난 모양의 공간이 있는 집입니다. 중국인은 사합원 구조의 건물 안에서 살아가는 데 익숙합니다. 이 안에서도 가족, 친척, 이웃 등 소규모 조직의 구성원과 공동생활체 방식으로 살아왔죠. 그만큼 중국인들에게 사합원의 의미는 남다릅니다.” 

✚ 자세히 설명해주신다면요.
“사합원은 원래 외부의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게끔 설계된 집입니다. 자신의 속한 공동생활체에 속한 사람은 ‘자기인自己人’으로, 공동생활체에 속하지 않은 외부 사람은 ‘외인外人’으로 구분합니다.”

✚ 외부인을 속이는 특성도 그런 점에서 유래한 거군요.
“네, 맞습니다. 중국에선 역사적으로 많은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개인은 가족의 목숨이 위태로워져도 국가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죠. 이런 상황에 대비해 만들어 진 게 사합원입니다. 사면을 담장으로 둘러싸고 가족의 안전을 지켰던 거죠.”

✚ 사합원 밖에 있는 사람을 두고 경계심이 남다르겠습니다.
“외인은 단어 의미 그대로 나와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입니다. 관심도 없고, 정상적인 인간관계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언제든 이들을 속일 수 있다고 믿고 있죠.”

✚ 이상합니다. 중국에는 ‘꽌시關係’라는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가 있지 않습니까.
“많은 한국인이 착각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중국의 꽌시는 한국 사람의 인맥과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 그럼 무엇이죠.
“중국 사람의 꽌시는 ‘공동생활 집단’에 가깝습니다. 서로의 가족을 책임져 줄 정도로 긴밀한 관계죠. 단순히 인사를 나누고 식사를 함께 한다고 꽌시가 되는 게 아닙니다. 그들 생활의 중심부에 들어가는 게 중국의 ‘꽌시’입니다. 이처럼 얼핏 비슷한 것 같지만 한국인과 중국인이 생각하는 개념이 다른 단어가 많습니다.”

✚ 또 뭐가 있을까요. 
“흥정을 예로 들어볼까요. 세상사람 누구나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사고 싶어 합니다. 한국에선 가게주인과 흥정하는 걸 두고 ‘가격을 깎는다’고 합니다. 사과 껍질을 깎듯, 살살 가격을 내리죠. 반면 중국에서는 가게 주인과 가격을 흥정하는 일을 ‘따저打折’라고 부릅니다. ‘강하게 쳐서 부러뜨린다’라는 뜻입니다. 값을 깎는 폭이 한국보다 훨씬 더 큽니다.”

✚ 중국의 유통시장은 대부분 디지털화됐는데요. 이제 흥정은 쉽지 않겠습니다. 
“아닙니다. 중국에선 흥정이 기본입니다. 오죽하면 인터넷 상품 판매 플랫폼에 판매자와 소비자가 물건값을 흥정할 수 있는 기능을 구현했을까요. ‘타오바오’ ‘징둥닷컴’ 등 유명 플랫폼도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기 전에 판매자와 1대1로 상담할 수 있는 대화 메뉴를 따로 만들었습니다. 소비자는 이를 통해 상품가격을 흥정할 수 있고, 판매자는 상담 소비자에게만 차별화된 가격을 적용할 수 있죠.”

✚ 중국의 장사법이 한국과 다른 점이 또 있다면요.
“한국에선 단골고객은 ‘늘 정해놓고 거래하는 손님’을 뜻합니다. 반면 중국의 단골고객은 ‘오랫동안 가게를 방문한 사람’을 의미합니다. 한국의 기준이 ‘얼마나 자주 거래했는가’라면, 중국의 기준은 ‘얼마나 오래 거래했는가’입니다. 한국과 중국이 오래된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듯이, 새로운 것을 대할 때의 태도도 다릅니다.”

✚ 어떻게 다르죠. 
“한국은 신新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단어를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형식’이라고 인식하죠. 중국 사람들은 조금 다릅니다. 과거의 모습으로부터 새롭게 개선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그래서일까요. 세대별 행동양식 격차가 극심한 한국과 달리, 중국은 신세대의 사고와 행동이 기성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설명대로라면, 중국 사람은 결국 각자도생하는 삶에 익숙해 보입니다.
“맞습니다. 중국 사람은 자신과 시가 없는 주변 사람에게 철저히 무관심하죠. 주변 사람이 위기 상황에 빠져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이게 매정하고 나쁜 것이냐. 저는 꼭 그렇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180도 다른 한국인과 중국인

✚ 왜 그렇죠.

“그만큼 중국 사람들은 타인과 본인의 모습을 비교하는 일이 적기 때문입니다. 자기 모습에 만족하면서 살아가죠.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라면 성공해도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죠. 한국 사람들은 어떤가요. 우린 주변에 관심이 많다 못해, 그 때문에 자신을 낮추고 불행하게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변에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잘 도와주지만, 반대로 잘되면 시기와 질투에 빠지죠.”

✚ 끝으로 중국인과 장사를 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중국 사람은 상거래를 서로 이익을 나누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래이익이 본인에게 돌아간다고 느껴야지만 진정한 사업 파트너로 대하죠. 그만큼 중국과 중국 사람을 존중해야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거래와 신뢰를 쌓다보면 먼저 협업을 요청할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사업 규모가 작더라도 말이죠. 꽌시를 이루자는 얘기입니다. 그때부턴 사업이 더 잘 풀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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