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종 관문 통과한 신약 고작 4개

제약ㆍ바이오기업들의 주가가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임상 중단, 기술수출 파기 등 잇따른 악재가 맞물리면서다. 예견치 못한 결과는 아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국내 5개 제약ㆍ바이오기업의 지난 10년간의 임상실적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최종 관문을 통과한 신약은 고작 4개에 불과했다. 더스쿠프가 5개 제약ㆍ바이오사社의 신약개발 10년 잔혹사를 분석했다.  

신약 개발의 성공 여부를 예단하긴 어렵다. 불확실한 요소가 많아서다. 하지만 제약ㆍ바이오기업의 주가는 선동적인 여론에 쉽게 움직인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약 개발의 성공 여부를 예단하긴 어렵다. 불확실한 요소가 많아서다. 하지만 제약ㆍ바이오기업의 주가는 선동적인 여론에 쉽게 움직인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약ㆍ바이오기업의 가치는 신약후보물질의 임상 데이터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미래가치를 반영한 프리미엄이 붙어서다. 신약 개발에 성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그만큼 크다는 거다. 시장성과 희귀성이 높은 신약이라면 연간 수조원대의 매출을 보장할 수도 있다. 

이런 제약ㆍ바이오기업의 프리미엄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은 주식시장이다. 임상 이슈가 떴다 하면 주가는 곧장 춤을 춘다. 국내외 학회의 반응에 따라 두배 이상 주가가 뛰는 경우도 숱하다. 신약 개발에 성공한 이후 주가가 뛸 것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셈이다. 국내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해외에서도 제약ㆍ바이오기업은 신약후보물질의 임상 데이터에 따라 프리미엄을 받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국내에선 유독 과도한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거다. 국내 제약업계 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통상 해외에선 임상3상에 접어들었을 때 신약 가치의 70~80 %가 프리미엄으로 붙는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 시장에서 붙는 프리미엄은 다소 과도한 편이다.”

더구나 국내 제약ㆍ바이오기업들의 가치는 아직 증명된 바 없다. 국내 시장에서 판매허가가 떨어진 신약은 총 30개다. 그중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신약은 5개가량이다. 국내 시장 규모의 27배에 달하는 북미 시장도 꾸준히 두드리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관문을 통과한 국내 의약품은 15개에 불과한데, 그중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신약은 6개(바이오시밀러ㆍ개량신약 제외)뿐이다. 그마저도 아직 만족할 만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 제약ㆍ바이오기업들에 냉정한 평가가 내려지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지난해와 올해 국내 5개 제약ㆍ바이오기업의 10년 임상실적을 자체 분석한 결과도 이런 현실을 관통한다. 더스쿠프는 지난해(299~300호ㆍ보여주고 싶은 것만 공개 ‘성공률 분식’) 국내 제약ㆍ바이오기업 중 연구ㆍ개발(R&D) 비용이 가장 많은 2곳(한미약품ㆍ유한양행)과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가장 큰 3곳(동아STㆍ헬릭스미스(구 바이로메드)ㆍ제넥신)의 2010~2018년 1분기 임상실적을 분석했다.[※참고 : 순위가 더 높은 기업도 있지만 임상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사례가 극히 적은 경우 제외했다.] 

결과를 보면, 5개 기업이 63개 신약후보물질(합성신약 29개ㆍ바이오신약 34개)의 임상시험에서 최종 품목허가를 받은 건 4건이다(금융감독원 공시 기준). 개발이 중단된 신약은 16개, 별다른 공시 없이 주요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에서 제외된 신약은 9개다. 나머지 34개 신약후보물질은 아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 가운데 임상1ㆍ2상을 진행 중인 신약후보물질은 각각 13개, 임상3상에 접어든 신약후보물질은 8개다. 

이는 현실적인 결과다. 신약을 개발하는 덴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성공 확률도 극히 낮다. 신약 개발이 걸음마 수준인 국내 기업들은 더욱 그렇다. 실제로 임상 도중에 잠정 중단되거나 추가 연구에 돌입해 수년간 재개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실패 사례도 많지만 공개되지 않는 경우 역시 많다. 외부에 노출되는 호재만 봐선 신약 개발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거다. 

국내 제약ㆍ바이오산업이 지금보다 덜 성숙했던 과거의 얘기가 아니다.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올해 앞선 5개 기업의 임상 실적을 다시 분석한 결과, 지난 1년간 주요 파이프라인에 1개 신약후보물질이 추가된 반면, 기존에 있던 2개의 신약후보물질은 제외됐다. 임상결과와 제약ㆍ바이오기업의 미래가치를 예단하는 건 그만큼 힘들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제약ㆍ바이오기업의 주가는 이와 무관하게 움직인다. 주가를 움직이는 건 실체 없는 낙관론과 선동적인 여론일 때가 많다. 이들은 과도한 프리미엄을 붙이고 투기를 부추긴다. 성숙하지 못한 제약ㆍ바이오산업과 시장의 어긋난 기대감이 자초한 폐해다. 이젠 냉정하게 제약ㆍ바이오의 민낯을 봐야 할 때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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