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의 재무설계

부채는 빨리 갚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재무상황에 악영향을 미치는 데다 이자로 지출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다. 빚 스트레스가 또 다른 과소비를 부추기기도 한다. 이지연(30ㆍ가명)씨가 그런 케이스다. 소득의 70%가량을 부채상환에 쏟아붓느라 지쳐서인지 옷 사는 데만 연 290만원을 쓰는 우를 범하고 있었다. 빚의 악순환에 제대로 걸려든 셈이다.

부채를 상환하는 데도 전략과 계획이 필요하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부채를 상환하는 데도 전략과 계획이 필요하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부채상환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빚을 어떻게 갚느냐에 따라 재무환경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사회초년생도 마찬가지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늘어난 지출과 주거비 등으로 빚을 지는 초년생이 워낙 많아서다. 신한은행이 발표한 ‘2019년 보통사람 금융생활보고서’에 따르면 20~30대 사회초년생의 44%가 빚이 있었다. 부채 규모는 평균 3391만원에 달했다. 

문제는 부채상환 때문에 저축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지연(가명ㆍ30)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중견기업에서 5년째 일하고 있는 이씨는 월 3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월급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모은 돈은 월세 보증금 500만원이 전부다. 

반대로 갚아야 할 빚은 2900만원에 이른다. 부채의 원인은 가족이었다. 맏이라는 의무감에 부모님의 수술비ㆍ병간호비ㆍ생활비 등을 모두 이씨가 책임지면서 빚이 불어났다. 동생의 학비도 챙겼다. 이 때문인지 그녀의 재무목표 1순위는 부채상환이었다. 다음으로 결혼자금(2000만원) 마련과 종잣돈 모으기, 노후준비 등을 꼽았다.

Q1 지출구조

우선 이씨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소비성지출로는 통신비 6만원, 식비 30만원, 월세ㆍ공과금 48만원, 교통비 10만원, 모임비 2만원 등을 쓰고 있다. 이씨는 따로 정한 용돈이 없다. 대신 월 40만원 정도를 쇼핑ㆍ문화생활비ㆍ경조사ㆍ미용비 등의 비정기 지출로 사용하고 있다. 금융상품으로는 월 9만원의 보장성보험이 전부다. 월 145만원을 소비성ㆍ금융상품에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단순 계산으로 155만원의 여유자금이 있어야 하지만 이씨는 매월 50만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대출 원리금 상환에 월 205만원을 쏟아붓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도한 부채 상환에 허덕이던 이씨가 재무상담을 신청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Q2 문제점

가장 큰 문제점은 과도한 대출상환금이다. 이씨는 현재 소득의 68% 이상을 대출금을 갚는 데 쓰고 있다. 사실 이는 이씨의 과도한 욕심이 부른 결과였다. 갑자기 늘어난 빚을 하루라도 빨리 갚아야겠다는 생각에 만기를 1~2년(신용대출 2건)으로 짧게 설정해 원금과 이자(연 4.2%)를 함께 갚고 있었다. 

부채를 빨리 상환하려는 의지는 좋지만 현재 생활과 미래를 준비하는 데 지장을 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여기서 한가지 팁을 주자면 고금리의 대출이 있는 경우에는 저축보다 대출상환에 집중하는 게 맞다. 저축을 하는 것보다 빚을 빨리 털어내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금리가 낮다면 저축으로 돈을 모으다 여유가 있을 때 중도상환으로 부채를 줄이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빚을 갚으면서도 미래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의 가계부 중 월 40만원에 이르는 비정기지출도 문제다. 이씨는 매년 옷을 사는 데만 290만원을 지출했다. 부채상환의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푼 셈이다. 이런 소비는 카드값이라는 또다른 부채를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Q3 해결점

먼저 과도한 대출 상환액을 줄이기로 했다. 대출상환에 허덕이다 보니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부채를 갚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이씨는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해 기존 대출을 상환하기로 했다. 

그동안 부채를 성실히 갚은 탓에 신용등급이 양호했고, 직장도 안정적이라 3000만원의 마이너스통장(금리 연 3.0%)을 개설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월 205만원에 달했던 원리금 상환금액이 월 8만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한달에 40만원에 달했던 비정기지출은 용돈(15만원)과 미용ㆍ의류비(10만원)로 구분했다. 지출규모도 15만원(40만원→25만원) 줄였다. 이를 통해 월 50만원의 적자가 162만원의 흑자로 바뀌었다.  

이씨는 저축으로 모은 목돈을 활용해 빚을 갚는 전략을 쓰기로 했다. 이를 위해 월 100만원의 대출상환용 적금에 가입했다. 매년 12000만원씩 중도 상환하는 방법으로 3년 안에 빚을 모두 갚을 예정이다. 대출 상환액 감소로 생긴 여유는 미래를 준비하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대출 상환용 적금을 빼고 남은 62만원 중 월 30만원은 비상금 통장에 넣어 갑작스러운 이직이나 소득 감소에 대비하기로 했다. 결혼자금 마련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위한 적금(월 20만원)도 마련했다. 

남은 12만원은 CMA통장에 저축할 예정이다. CMA는 통장은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붙고 입출금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이씨는 생활비가 부족할 경우 CMA통장을 활용해 저축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재무상담을 통해 이씨의 재무환경이 개선되는 데 성공했다. 적은 금액이지만 미래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저축이 전부 적금에 몰려있어서다. 노후준비ㆍ내집 마련 자금 등 장기 재무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금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씨의 재무솔루션은 부채를 모두 상환하는 3년 후 대대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ncrimsonnunn@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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