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수의 파격 vs 후의 공격… 누구 약발 오래갈까
설화수의 파격 vs 후의 공격… 누구 약발 오래갈까
  • 이지원 기자
  • 호수 352
  • 승인 2019.08.2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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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화장품 빅2 경쟁

한방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아모레퍼시픽)는 1997년 론칭 당시 파격적인 상품이었다. 약용으로 쓰이던 ‘한방’을 화장품에 접목했기 때문이다. 모델을 기용하지 않는 등 마케팅도 파격적이었다. 후발주자였던 ‘후’(LG생활건강)도 어쩔 수 없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꾀했다. 광고모델로 이영애를 기용했고, 중국시장에도 거침없이 도전장을 던졌다. 20여년이 흐른 지금, 설화수와 후의 입지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한방 화장품 빅2의 경쟁을 취재했다. 

LG생활건강의 ‘후’는 기존 한방 화장품과 차별화를 위해 궁중 화장품을 지향했다.[사진=뉴시스]
LG생활건강의 ‘후’는 기존 한방 화장품과 차별화를 위해 궁중 화장품을 지향했다.[사진=뉴시스]

국내 화장품 업계 빅2로 꼽히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부진의 터널에 갇혀 있는 사이 LG생활건강은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어서다. 2016년 이후 침체의 늪에 빠진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2분기에도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7%(1조3931억원→1조3437억원)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9.8 %(1458억원→878억원) 줄었다. 반면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부문 매출액(9534억원→1조1089억원)과 영업이익(1942억원→2258억원) 각각 16.3% 증가했다.

두 업체의 엇갈린 희비는 대표 브랜드인 ‘설화수(아모레퍼시픽)’와 ‘더 히스토리 오브 후(LG생활건강ㆍ이하 후)’의 달라진 입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두 브랜드 모두 한방 화장품으로 초고가 럭셔리 라인이다. 먼저 출시된 건 설화수다. 

아모레퍼시픽은 1997년 약용으로 쓰던 인삼 성분을 화장품에 적용한 설화수를 론칭했다. 마케팅도 가장 ‘한국적인 것’을 지향했다. 화장품 브랜드로선 파격적인, 모델을 기용하지 않는 전략을 택했다. 제품력만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던 셈이다. 효과도 있었다. 설화수는 2008년 화장품 단일 브랜드 최초로 매출액 5000억원을 넘어섰다. 

설화수에 비하면 2003년 출시된 후는 후발주자인 셈이다. 당초 설화수와 같은 한방 화장품 콘셉트였던 후는 2005년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취임 이후 ‘궁중 화장품’으로 색깔을 바꿨다. 회사 관계자는 “한방 화장품 시장 후발주자였던 만큼 궁중 화장품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에 깃발을 먼저 꽂은 건 LG생활건강이었다. 중국 시장을 겨냥한 LG생활건강은 MBC 드라마 대장금으로 한류 스타 자리에 오른 이영애를 2006년 후의 모델로 기용했다. 같은해 상하이上海 바바이반八百伴, 베이징北京 바이성百盛 등 고급 백화점에 후를 입점시켰다. 진출 1년 만에 매장 30여개를 오픈할 만큼 적극적으로 중국 진출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돌다리 두드리듯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당초 예정보다 늦은 2011년에서야 베이징 팍슨 백화점에 설화수 1호점을 오픈했다. 설화수 역시 고급 백화점에 둥지를 틀고 중국 상류층을 겨냥했다. 안착은 설화수가 빨랐다. 국내에서의 인지도와 입소문 덕분으로 풀이된다. 2015년엔 중국 내 한국 화장품 인기 순위 1위(중국 시장조사 기관 중국보고대청中國報告大廳)에 이름을 올렸고, 업계 최초로 브랜드 매출액 1조원을 넘겼다.

하지만 후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LG생활건강에 전기를 마련해준 건 뜻밖에도 중국 펑리위안 여사였다.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방한한 펑리위안 여사가 후를 즐겨 쓴다는 입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중국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던 후는, 펑리위안 여사가 즐겨 쓰는 브랜드라는 입소문이 난 이후 인기가 급증했다”면서 “궁중 왕후의 화장품이라는 이미지와 맞아떨어진 셈이다”고 말했다. 

2009년 1074억원대에 머물던 후의 연간 매출액은 2014년 4310억원, 2015년 8081억원으로 불어난 데 이어 2016년 1조원을 넘어섰다. 상승세를 탄 후는 지난해 설화수를 제치고 매출액 2조원을 달성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여러 요인들이 후의 성장에 영향을 미쳤지만, 오랜 기간 중국 시장에서 기반을 닦고 투자해온 결과가 나타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17년 ‘설화수’의 첫 모델로 송혜교를 기용했다.[사진=뉴시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17년 ‘설화수’의 첫 모델로 송혜교를 기용했다.[사진=뉴시스]

앞서 가던 설화수는 왜 한방 화장품 왕좌를 후에게 내줘야 했을까.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보복조치를 제외하면 아모레퍼시픽의 소극적인 마케팅이 독이 됐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의 경우 빠르게 백화점 내 후의 매장을 확대하고, 현지 대리상을 통한 마케팅 영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중국 내 후의 매장수는 209개에 달하는 반면 설화수는 176개에 그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외형 확대보단 질적 성장을 추구해 왔다”면서 “주요 도시 고급 백화점 위주로 매장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방 브랜드 가치 지속가능할까 

2017년까지 유지했던 설화수의 ‘無 모델’ 전략도 결국엔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참고|아모레퍼시픽은 2017년 12월 설화수 모델로 한류스타 송혜교를 발탁했다. 이는 아모레퍼시픽의 마케팅 전략이 신중에서 공세로 돌아섰음을 의미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정민 트랜드랩506 대표는 “중국 화장품 시장에선 연예인이나 모델을 통한 이미지 마케팅이 제품 성패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면서 “설화수가 최근에서야 스타 모델을 기용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꾼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에서 일본 · 유럽 등의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가 약진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화장품 업계에 부담 요인이다.[사진=뉴시스]
중국 내에서 일본 · 유럽 등의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가 약진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화장품 업계에 부담 요인이다.[사진=뉴시스]

그렇다면 설화수를 꺾은 후는 한방 화장품 1위 자리를 지키면서 중국 시장에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까. 김주덕(뷰티산업학) 성신여대 교수는 이렇게 꼬집었다.

“후는 한방에서 한발 더 나아가 왕후의 이미지로 고급화한 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 일본ㆍ유럽 등 글로벌 브랜드 입지가 넓어지고,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 애국심을 바탕으로 한 자국 브랜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한방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콘셉트는 되레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정민 대표는 이렇게 조언했다. “최근 중국 내에서 유럽의 고가 화장품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소비자도 전세계적으로 소비되는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셈이다. 한방 화장품이 중국뿐만 아니라 서양권에서도 인정받는 브랜드로 거듭나야 한다는 거다. 이를 위해선 한방 화장품의 철학을 지키되 서양인도 선호할 만한 향이나 제형 등 제품력을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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