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 vs 지니 vs 플로 3파전

멜론이 독점하다시피 하던 음원 스트리밍 시장이 바뀌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추천 서비스를 탑재한 ‘플로’인데, 출시한 지 6개월 만에 업계 3위 자리를 꿰찼습니다. 서비스가 특출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SK텔레콤의 마케팅 효과를 누린 덕입니다. 플로만 그런 건 아닙니다. 멜론은 카카오, 지니뮤직은 KT가 후방을 지키고 있습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음원을 쥐고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을 취재했습니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플로’가 6월 시장점유율 3위에 올라섰다.[사진=SK텔레콤 제공]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플로’가 6월 시장점유율 3위에 올라섰다.[사진=SK텔레콤 제공]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많은 이들이 휴대전화나 PC에 음원파일을 저장해 음악을 듣곤 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도록 말이죠. 요새는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음악을 재생하는 방식인데, 번거롭게 음원파일을 일일이 내려받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 인프라가 뛰어난 한국 소비자들은 스트리밍에 익숙해진 지 오래입니다. 2016년 국제음반산업협회에서도 한국의 유료 음원 스트리밍 사용률이 41.0%로 13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관련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국내 온라인 음악 유통업계의 매출은 2015년 1조3280억원에서 2017년 1조6530억원으로 연평균 11.6%씩 증가하고 있습니다(콘텐츠진흥원).

이 시장의 1인자는 ‘멜론’입니다. 업계의 오랜 강자로 2016년 카카오가 인수하면서 승승장구를 거듭했습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톡 이용자가 멜론으로 유입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게 주효했다”고 말했습니다. 멜론은 올 2분기 1446억13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해 역대 최고 매출을 경신했습니다.

업계 2위는 KT가 서비스하는 ‘지니뮤직’입니다. 올 2분기 매출은 5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3% 증가하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음원 스트리밍 시장은 사실상 멜론과 지니뮤직이 휘어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분야에서 무서운 속도로 몸집을 키우고 있는 플랫폼이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론칭한 SK텔레콤의 ‘플로’입니다. 기존의 스트리밍 플랫폼인 ‘뮤직메이트’를 개편해 내놓은 건데 소비자들의 반응이 뮤직메이트 때보다 뜨겁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플로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한달에 1번 이상 접속한 사용자 수)는 지난해 12월 138만명에서 올 6월 177만명으로 6개월 만에 25.4%나 늘었습니다. MAU로만 따지면 업계 3위로 2위인 지니뮤직(228만명)과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죠.

업계 관계자들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음악 추천 서비스를 플로의 강점으로 꼽습니다. 이는 AI가 소비자의 음악 취향을 분석해 그에 맞는 곡들을 추천해주는 방식입니다. 플로에서 듣는 노래가 많아질수록 추천도 더 정교해집니다. 이 시스템 덕분에 소비자는 자신만의 맞춤형 리스트를 만들 수 있고, 자신이 몰랐던 가수·음원을 발견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플로만의 음원 추천 통했나

기존의 스트리밍 플랫폼들의 주요 콘텐트였던 음원차트가 소비자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것도 플로에는 기회가 됐습니다. 유명 가수가 신곡을 출시할 때마다 일부 팬들이 해당 가수의 음악을 반복재생해 순위를 올리는 행위로 음원차트의 순위를 조작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졌습니다. 일반 소비자들로서는 음원차트에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었죠. 업계 관계자들이 “플로의 추천 서비스가 음원차트를 기피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을 내놓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는 것만으로 플로가 급성장했다고 믿는다면 이는 순진한 생각입니다. 음원 추천이 그리 대단한 기술인 것도 아닙니다. 멜론과 지니뮤직도 AI 기반의 음원 추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는 1위를 거머쥐기 위한 이통사들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이들 업체들의 주요 마케팅 수단은 ‘반값 할인’입니다. SK텔레콤의 휴대전화 요금제를 쓰는 소비자들은 플로의 이용료(7900원)를 6개월간 50%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무제한으로 음악을 듣는 ‘플로 앤 데이터’를 3개월간 1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행사도 진행 중입니다. 지니뮤직도 KT 통신사 요금제를 쓰는 고객에 한해 30%를 할인하고 있습니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와 이통사 할인행사의 상관관계는 ‘정(+)’으로 보입니다. 멜론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멜론은 지난 2월 SK텔레콤과 진행하던 할인행사를 종료했습니다. SK텔레콤이 본격적으로 플로에 힘을 실어준 결과입니다. 흥미롭게도 멜론의 MAU는 지난해 12월 419만명에서 올 6월 398만명으로 감소했습니다. 이통사 할인행사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이통사를 등에 업지 않고서는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올 만합니다.

서비스 품질만으론 생존 어려워

어쨌거나 플로가 화려하게 귀환하면서 멜론·지니뮤직·플로의 3강 체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2·3위인 지니뮤직과 플로는 KT·SK텔레콤 가입자 기반을 토대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 두고 “업체 간 경쟁이 활발해지면 가격이나 서비스 면에서 소비자에게 득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그 혜택이 각 이통사에 가입한 소비자들에게만 돌아간다는 점에선 의문을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음악 콘텐트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음원 시장이 발전하고 소비자들도 더 나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면서 “이통사 가입자 수에만 의존한 경쟁은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IT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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