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국 패망사」
태평양전쟁의 시작과 종말

태평양전쟁은 미국과 일본의 전쟁이지만 우리 역사와의 관련성 또한 크다.[사진=연합뉴스]
태평양전쟁은 미국과 일본의 전쟁이지만 우리 역사와의 관련성 또한 크다.[사진=연합뉴스]

태평양전쟁은 무모한 전쟁이었다. 캘리포니아 정도 크기의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는 등 열배가 넘게 강한 적과 싸우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질 줄 알면서도 ‘요행’을 바란 전쟁. 예상대로 전쟁의 결과는 참담했다. 300만명이 넘는 군인과 민간인이 죽었다. 일본의 전 국토는 인류 최악의 무기인 원자폭탄을 얻어맞았다.

존 톨런드의 「일본 제국 패망사」는 진주만 공격부터 원폭 투하까지 태평양전쟁의 시작과 종말을 다룬 ‘태평양전쟁 통사’다. 공격을 앞두고 ‘전쟁이냐 협상이냐’로 대립하는 일본 수뇌부의 갈등, 루스벨트 행정부의 고뇌, 진주만 기습과 미드웨이 반격, 솔로몬 해전, 필리핀 전투, 원폭의 투하까지를 총망라했다. 저자는 미국의 대표 논픽션 작가이자 역사가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표작 중 하나인 이 책에서 그는 일본이 진주만 기습을 일으키기까지의 복잡했던 과정과 주요 전투, 패망에 이르기까지의 상황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이 책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15년에 걸친 ‘아시아에서의 세계대전사’다. 태평양전쟁의 전사前史인 1931년 만주사변, 중일전쟁, 삼국동맹 조약, 미 교섭 결렬, 나치 독일의 유럽 침공, 진주만 기습 전야에서부터, 일본 육군의 말레이반도와 필리핀 상륙, 싱가포르 함락, 자바섬 장악, 미드웨이 해전, 사이판섬ㆍ레이테섬ㆍ이오섬 전투, 가미카제 특공대 출격, 오키나와 사투, 도쿄 공습, 원자폭탄 투하, 일왕 항복에 이르기까지 일본 제국의 상승과 쇠망을 낱낱이 기록했다. 

그렇다고 무미건조한 전쟁 기록에 집중하진 않는다. 정치판, 외교무대, 전쟁터 등에서 벌어진 우매한 실수들이 빚은 비극적 이야기를 다루며 그 소용돌이에 휘말린 인간들이 찾고자 했던 명예, 과장된 국가적 운명의식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과정 등을 그려낸다. 이는 우리가 교실에서 배우지 못하는 태평양전쟁의 또 다른 역사이기도 하다.

태평양전쟁은 미국과 일본의 전쟁이기는 하나 우리 역사와의 관련성 또한 크다. 수십만 명의 조선인이 군인과 노무자로 징용돼 전선으로 끌려갔으며 젊은 여성들은 일본군의 성노리개가 되는 피끓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전쟁 말기에는 한반도 상공에 미 폭격기들이 나타나고 폭탄이 떨어지기도 했으며 15만명의 소련군이 두만강을 건너 한반도를 침공해 일본군과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독일인들은 나치 시절의 과거사를 청산하고자 노력하고 주변국들과 협력을 꾀했다. 반면, 일본은 어떠한가. 일본 정치인들은 극우 세력들의 표를 의식하는 데 열을 올린 채 주변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시도 때도 없이 내뱉고 있다. 최근의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은 그들의 속내를 여전히 알 수 없게 만든다. 결국 그들이 보이는 짤막하고 영혼 없는 반성은 깊은 깨달음에서 발현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마치고 내가 얻어낸 결론은 역사에서 단순한 교훈은 없으며 반복되는 것은 역사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라는 점이다.”  

세 가지 스토리

「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
백승주 지음|은행나무 펴냄


외국인 전성시대다. 이방인의 눈으로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것에 열광하는 이들이 많다. 이 책은 순도 100% 외국인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다른 호흡으로 작동하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역설한다. 타인이나 세계와 나를 연결해주던 ‘나의 언어’가 없는 다른 세계에서 ‘문맹으로 살아가봄으로써’다. 저자는 ‘언어-사회-사람’의 연결고리를 신선하고 유쾌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나는 심플하게 말한다」
이동우 지음|다산북스 펴냄


꼼꼼히 자료 조사를 하고, 발표 연습도 했는데 회의 때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라는 말만 듣는 이유가 뭘까. 이 책의 저자는 매주 한권의 책을 읽고 10분 영상으로 소개하는 ‘이동우의 10분 독서’를 실천해 왔다. 저자는 말하기에서 중요한 건 ‘말투’나 ‘암기’뿐만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정보를 취합하고, 핵심을 찾고,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야 상대를 움직이는 말하기를 할 수 있다는 거다.

「불평등의 세대」
이철승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그동안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는 ‘계급’의 틀에서 분석돼 왔다. 이 책은 ‘세대’라는 앵글을 통해 불평등 구조를 이해하려 시도한다. 386세대가 권력을 잡고, 민주화가 공고해진 오늘날 왜 우리 사회의 불평등은 되레 심화했을까. 저자는 “386세대의 약속 위반 때문이다”고 지적한다. 그들이 ‘권력 자원’을 구축해가는 과정을 따라가 보면, 21세기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는 거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