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시대
中企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한국경제엔 사실상 ‘성장 사다리’가 없다. 중소기업이 성장해 대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사례가 드물어서다. 성장은커녕 생존을 장담하지 못하는 기업도 숱하다. 해법은 없을까. 글로벌 중견기업의 생존 전략을 담은 ‘2019 리더십 비전 보고서’는 이런 상황을 돌파할 만한 혜안이 담겨있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4차 산업혁명이 중소기업에 기회가 될 것이다. 디지털 경제는 팀 스포츠다.” 이 보고서의 조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가트너 2019 리더십 비전 보고서를 공개한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속 중소ㆍ중견기업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한국에선 중소기업 혁신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사진=뉴시스]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속 중소ㆍ중견기업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한국에선 중소기업 혁신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사진=뉴시스]

4차 산업혁명이 한국경제의 희망으로 부상하고 있다. 저상장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전통산업 대신 인공지능(AI)ㆍ빅데이터ㆍ사물인터넷(IoT) 등 신산업이 돌파구가 될 수 있어서다. 기업들도 미래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재계 1위 삼성전자는 2017년 3월 9조원을 들여 미국의 자동차 전장기업인 하만을 인수했다. 각종 스마트기기를 통한 AI 대중화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현대차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 전환’을 선포했고, SK그룹은 통신과 반도체 사업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네이버ㆍ카카오 등 기술기업의 투자소식도 심심찮게 들린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의 중소기업은 변방으로 밀려났다. 문재인 정부는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을 선포하고 중소기업의 혁신을 독려했지만, 업계는 당혹감에 빠져있다. 고용지표가 악화일로를 걷고 청년취업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도 인력난에 시달리는 데다 내수시장 위축으로 자금사정까지 악화돼서다.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8.6곳은 “올해 하반기에 투자를 확대하거나 신사업에 진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렇게 되면 희망인 줄 알았던 4차 산업혁명은 되레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중소기업은 궁지에 몰린 가운데 대기업만 혁신하면 대ㆍ중기 매출액과 임금격차는 더 벌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해법은 없을까. 글로벌 사회로 눈을 돌려보자. 전문가들이 말하는 4차 산업혁명은 대기업 주도의 혁신을 의미하지 않는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덩치가 작더라도 민첩한 물고기가 큰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딜립 순다람 마힌드라코리아 대표는 “파괴적 혁신에 대응하는 속도와 민첩성이 있는 신생기업에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AI 기반 유통 솔루션을 개발한 김선우 저스트큐 대표의 설명도 같은 맥락이다. “글로벌 시장은 혁신의 DNA로 뭉친 작고 민첩한 기업이 빠른 속도의 비즈니스 환경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우버ㆍ아마존ㆍ넷플릭스 같은 기업은 채 10년이 되지 않아 기존 업계를 무너뜨렸다. 이들은 전통적인 대기업이 아니었다. 한국에도 언제든 이런 변화가 찾아올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중소기업의 4차 산업혁명 대응은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까. 글로벌 IT 자문기관인 가트너가 발행한 ‘2019 리더십 비전 보고서:중견기업(Midsize enter prise) CIO’ 보고서를 보자. 전세계 중견기업 최고정보책임자(CIO)를 만나 이들의 디지털투자 전략구상을 담은 자료다. 중소기업에서 출발해 각국의 생산과 고용의 핵심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확장한 이들의 혜안을 하나씩 살펴보자. 

글로벌 중견기업들도 한국기업과 마찬가지로 ‘신규 IT 인력 채용’ ‘대규모 선투자’ ‘비용 발생’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IT 예산은 매출의 3.7~6.2% 수준에 불과했고, 다수의 IT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그럼에도 글로벌 중견기업 CIO의 77%는 입을 모아 말했다. “디지털 경제가 변화와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이런 믿음에는 이유가 있었다. “중견기업 대부분은 민첩성을 갖고 있다. IT팀은 소규모고, 다른 팀과의 관계도 수평적이다. 부서별 칸막이도 높지 않다. 이 때문에 효율적인 IT 운영이 가능하다. 규모가 작다보니 IT 임원 역시 IT 영역 외 여러 분야를 살필 수 있다. 경영 결정을 내릴 때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다.” 경영 판단이 빠른 작은 기업의 강점을 적극 활용하라는 조언이다. 변화가 책무인 시대에선 전략ㆍ조직의 유연성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최윤석 가트너 시니어 파트너는 “중견기업 CIO는 조직규모 특성상 겸직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IT 부문에 전념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나쁘게 볼 필요가 없다”면서 “오히려 비즈니스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시각을 기를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물론 민첩하고 유연하다는 이유로 성장기회가 생기는 건 아니다. 대기업의 사례를 민첩하게 좇는 게 알찬 열매로 이어질 것이란 보장도 없다. 

보고서에 담긴 CIO의 인터뷰를 들어보자.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과 비교하면 우리는 전혀 다른 경제ㆍ문화ㆍ경영환경에 처해있다. 중견기업의 IT 의사결정을 대기업과 비교하는 건 큰 실수다.” 

“대기업과 같은 길 걷지 말라”

‘규모의 경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통한다. 대기업은 신기술에 먼저 투자할 수 있고, 더 낮은 비용으로 제품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 신기술을 얹은 제품이 대기업 브랜드 중심으로 성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중견기업이 대기업처럼 투자할 순 없다. 무엇보다 ‘비빌 언덕’이 적다. 투자가 곧바로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때의 리스크가 크다. 이 때문에 글로벌 중견기업 CIO들이 최우선순위로 뽑은 이슈는 ‘시장점유율ㆍ성장’이었다. ‘디지털 비즈니스’는 2순위로 밀어뒀다. 

가트너가 “디지털 투자 우선순위를 계획이 아닌 제품 중심으로 설정하라”고 조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념 파악도 못한 ‘뜬구름 잡기’식 프로젝트 대신 제품을 생산하거나 서비스할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하라는 조언이다. 그래야 매출 증대나 점유율 선점의 기회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경제는 ‘팀 스포츠’다. 작은 기업은 조직끼리 신속하고도 긴밀하게 결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은 이런 기업에 수많은 기회가 놓여있는 시대다.” 한국 중소기업들도 가트너의 조언을 새겨들을 때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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