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OOK Review] 조직, 농단의 축
[Weekly BOOK Review] 조직, 농단의 축
  • 이지은 기자
  • 호수 354
  • 승인 2019.09.03 0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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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법원」
‘양승태 사법농단’의 진실
법원이 시민의 믿음을 되찾고 우리 사회의 진정한 저울이 될 때까지 관심을 놓아선 안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법원이 시민의 믿음을 되찾고 우리 사회의 진정한 저울이 될 때까지 관심을 놓아선 안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12년 대법원에서 역사적인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2013년 일본 전범기업의 재상고가 접수되면서 상황이 꼬였다. 2018년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원고 9명 중 8명이 숨졌다. 강제징용 사건의 재판을 미룬 것은 ‘양승태 코트 사법농단’이라는 거대 사건의 단면에 불과했다. 

대체 법원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던 걸까. 긴 시간 법조 현장을 지켜본 기자의 눈으로 그 진실을 추적했다. 권석천 기자의 「두 얼굴의 법원: 사법농단, 그 진실을 추적하다」는 ‘사법농단’을 심층 기록한 책이다. 판사 이탄희(현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소속 변호사)의 사직서 제출부터 세차례에 걸친 대법원 진상 조사, 검찰 수사, 재판 그리고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까지 촘촘히 들여다본다. 

법원 내부의 실상을 생생하게 파악하기 위해선 이탄희 전 판사와의 심층 인터뷰가 필요했다.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발령을 받은 직후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에 저항하며 사직서를 제출함으로써 사법농단을 세상에 알렸던 그다. 저자는 10차례에 걸친 인터뷰를 통해 한국사회를 뒤흔든 ‘양승태 코트 사법농단’의 진실을 입체적으로 담을 수 있었다. 이탄희 전 판사와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법조기자 생활을 하며 만났던 여러 취재원들의 증언, 법정에서의 재판 취재, 방대한 자료 검토 등 당시 정황과 사건의 내막을 캐기 위한 여러 과정을 거쳤다. 

저자는 사법 농단이 양승태 코트 몇몇 인물들의 일탈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대법원장 중심의 법원 시스템에서 필연적으로 파생될 수밖에 없는 조직논리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나아가 조직의 존재 이유인 공적 가치를 배신하고 조직원의 사사로운 이익에 충성하는 조직논리가 세월호 참사부터 각종 부정부패 사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 전반에 자리 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추락한 법원의 신뢰를 회복하고 주권자인 시민을 위한 재판이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사법농단이라는 사건 앞에 서있는 지금이야말로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갈림길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한국사회가 조직논리를 넘어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키워드들을 제시한다.

총 8장으로 구성해 사건이 처음 불거졌던 당시의 상황과 세차례에 걸친 대법원의 자체 조사, 검찰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담았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이탄희 전 판사가 왜 두번 사표를 내야 했는지, 한국 법원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저자는 형사재판의 좁은 틀에 사법농단의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법원에서 얻은 경험을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법원이 시민들의 믿음을 되찾고 우리 사회의 진정한 저울이 될 때까지 관심을 놓아선 안 된다. 법원을 다시 세우는 일은 우리 모두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대로 “새로운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세 가지 스토리 

「작가라서」
파리 리뷰 엮음|다른 펴냄


뉴욕에서 발간되는 문학잡지 「파리 리뷰」는 작지만 강한 잡지로 평가 받아왔다. 무엇보다 작가 인터뷰 기사의 방식이 기존과 달랐기 때문이다. 이 책은     「파리 리뷰」 1호부터 224호까지 60여년에 걸친 작가 인터뷰를 주제와 질문에 따라 새롭게 구성했다. 34개 질문에 답한 작가 303명의 919가지 생각을 담고 있다. 소소한 일화부터 내면까지 파고든다. 평범하거나 혹은 비범한 그들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세컨드 라이프」
베르나르 무라드 지음|문학동네 펴냄


금융회사 임원을 거쳐 미디어그룹 대표를 지낸 독특한 이력의 작가 베르나르 무라드의 두 번째 소설이다. ‘국가와 사회 정의의 현대화’를 목적으로 자원과 기회, 운명을 재분배하려는 국가의 거대 비밀 프로젝트를 그렸다. 권태와 무기력에 빠진 주인공에게 ‘구세주’라는 이름으로 메일 한통이 도착한다. 인생을 바꿔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인 주인공은 비밀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그는 원하던 두 번째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유머란 무엇인가」
테리 이글턴 지음|문학사상사 펴냄


우리 인생이 연극이라면 절반은 비극이고, 절반은 희극이다. 그래서 유머의 본질을 탐구한다는 건 인생의 의미 절반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 이 책은 유머를 둘러싼 다양한 질문을 해결하면서 유머의 본질과 기능을 파고든다. 또 유머가 부조화에 기인한다거나, 유머가 가학적인 우월감을 반영한다는 등 다양한 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언어 공격과 혐오 발언이 난무하는 시대에 ‘유머 인문학’의 지평을 연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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