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전쟁 2라운드 개봉박두, 누가 대박 칠까

OTT 시장에서 오리지널 콘텐트를 확보하는 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잘 아는 업체가 넷플릭스다. 막강한 자본을 앞세워 국내 콘텐트를 사들이면서, ‘넷플릭스 이름표’를 붙이고 있다. 이에 맞서 국내 토종 OTT가 힘을 합쳤다. ‘옥수수’와 ‘푹(POOQ)’이 뭉친 ‘웨이브’가 그것인데, 넷플릭스를 의식해서인지 과감한 투자를 공언했다. 국내 OTT 시장에서 벌어지는 박 터지는 쩐錢의 전쟁, 누가 대박을 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토종 OTT와 넷플릭스의 전쟁 2라운드를 취재했다. 

넷플릭스는 올해 콘텐트 제작비에만 19조원을 쓸 예정이다.[사진=뉴시스]
넷플릭스는 올해 콘텐트 제작비에만 19조원을 쓸 예정이다.[사진=뉴시스]

인터넷으로 보는 TV서비스 ‘OTT(Over the Top)’를 찾는 소비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OTT 서비스 이용률은 2016년 35.0%에서 2018년 42.7%로 7.7%포인트 높아졌습니다. 관련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방통위는 2018년 5136억원이었던 OTT 시장 규모가 2020년엔 7801억원으로 51.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국내 OTT 시장에 뛰어든 업체는 꽤 많습니다. 지상파 방송국은 물론 이동통신사, 포털사이트 등 저마다 자체 OTT서비스를 출시해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중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건 해외 서비스인 ‘넷플릭스’입니다. 2016년 국내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처음 1년간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2017년 영화 ‘옥자’를 자체 플랫폼에서 개봉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옥자 이후 넷플릭스는 예능(범인은 바로 너!·YG전자), 코미디(유병재:블랙코미디) 등 꾸준히 작품들을 내놓았습니다. 대부분 꽤 괜찮은 평가를 받았는데, 100% 사전제작 방식이 인기 비결로 보입니다. 업계에선 시간을 충분히 들여 촬영하는 넷플릭스의 제작방식이 작품의 완성도를 크게 끌어올렸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올 1월 25일 방영한 드라마 ‘킹덤’이 히트를 치면서 넷플릭스도 ‘날개’를 달았습니다. 2018년 12월 90만명이었던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는 올 6월 기준 184만명으로 6개월 사이에 2배나 증가했습니다(와이즈앱). 지난해부터 “넷플릭스가 곧 국내 시장을 잠식할 것”이란 얘기가 꾸준히 돌았는데, 그 우려가 점점 현실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넷플릭스에 위기를 느꼈는지 토종 OTT 업체들도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입자수 기준 업계 1위인 ‘옥수수(SK텔레콤)’의 행보가 눈길을 끕니다. SK텔레콤은 올해 초 업계 4위인 ‘푹(POOQ)’과 합병, 통합 OTT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8월 20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았고, 9월 론칭을 앞두고 있죠. ‘웨이브’란 이름으로 새 단장도 마쳤습니다.

‘메기’된 넷플릭스

옥수수가 POOQ과 합병해 얻는 기대효과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콘텐트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POOQ은 SK텔레콤이 출자하고 방송3사(MBC·KBS·SBS)가 합작해 만든 서비스입니다. 옥수수가 이런 POOQ과 합병하면 웨이브는 방송3사의 콘텐트를 수월하게 유통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가입자수 증대입니다. 현재 옥수수의 유료 가입자는 약 600만명, POOQ은 약 70만명입니다. 무료 가입자까지 더하면 웨이브는 총 1400만명의 가입자수를 확보하게 됩니다. 플랫폼 시장에서 이용자수가 많은 건 확실한 장점이죠.

해외 진출도 구상 중입니다. 옥수수의 협력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K-팝을 활용해 자체 콘텐트도 적극적으로 제작할 예정입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옥수수는 이미 엑소·레드벨벳 등 아이돌을 내세워 자체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동남아 등 해외 진출의 핵심 콘텐트로도 쓰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옥수수와 POOQ이 손을 잡고 새로운 OTT 서비스 ‘웨이브’를 출범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옥수수와 POOQ이 손을 잡고 새로운 OTT 서비스 ‘웨이브’를 출범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하지만 웨이브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넷플릭스와의 ‘자본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단순히 가입자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넷플릭스를 압도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트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지난해 오리지널 콘텐트 제작비에만 120억 달러(14조5560억원)를 썼습니다. 같은해 넷플릭스의 매출이 157억9000만 달러(19조1532억원)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넷플릭스가 콘텐트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 선보였던 킹덤의 제작비는 한 회당 20억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마케팅 비용도 어마어마합니다. 넷플릭스는 올해 29억 달러(3조5177억원)를 마케팅비로 지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노동렬 성신여대(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넷플릭스는 비교할 수 없는 자본력으로 독자 콘텐트를 제작·홍보해 가입자를 늘리고, 그에 따른 수입 대부분을 다시 제작과 마케팅에 쓴다”면서 “이런 순환구조를 갖춘 업체를 이기려면 그에 걸맞은 자본력이나 콘텐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웨이브의 운영업체인 콘텐츠연합플랫폼(CAP) 관계자는 8월 21일 기자 발표회에서 “향후 펀딩 등을 통해 넷플릭스 수준의 자본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 지켜질지는 미지수입니다.

거대 자본 투입하는 넷플릭스

방송사 등 콘텐트 사업자들과 이용료를 조정하는 것도 숙제입니다. 웨이브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콘텐트 이용료를 낮춰야 제작비나 마케팅에 힘을 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POOQ의 경우, 2018년 650억원의 나쁘지 않은 매출을 올렸음에도 영업이익은 12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콘텐트 사업자들이 업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의 이용료를 받아갔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입니다. 

넷플릭스는 빠르게 한국 시장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어느새 방송프로그램·영화 등 총 325편의 한국 콘텐트를 사들였습니다. ‘2차전’도 준비 중입니다. ‘킹덤’ ‘범인은 바로 너!’는 시즌2 제작에 돌입했고, 국내 시청자를 타깃으로 한 드라마들도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토종 OTT인 웨이브는 넷플릭스를 제압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힘 싸움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IT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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