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본 서울 2040

도시기본계획은 5년마다 재정비해야 한다. 2014년 만들어진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 이후 5년, 2040년을 대비하는 도시기본계획이 다시 만들어질 시기가 왔다. 이번 계획은 더 많은 시민 의견을 수렴해 만들겠다는 게 서울시의 생각이다. 시민들이 생각하는 2040년의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모습을 미리 그려봤다. 

1999년 완공된 청담대교. 20년 뒤 서울은 지금 알고 있는 서울의 모습과 거리가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사진=서울사진아카이브]
1999년 완공된 청담대교. 20년 뒤 서울은 지금 알고 있는 서울의 모습과 거리가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사진=서울사진아카이브]

20년 전 광화문 광장이 생기고 서울의 고가도로가 사라질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그때 그 시절 가장 높은 빌딩이었던 63빌딩은 그 자리를 롯데월드타워에 내줬다. 도로가 덮여있던 청계천은 그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1960년대 ‘영등포의 동쪽’이 1970년대 ‘강남’이 되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처럼 서울에는 또 다른 변화가 밀려오고 있다. 8월 27일 서울시청 서소문 청사에서 열린 ‘지표로 본 2030 서울 도시기본계획 성과와 2040 미래 이슈’ 시민 포럼에서는 미래도시계획의 성과를 되짚고 서울의 미래를 가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미래 전망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날 포럼에서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문가가 생각하는 미래상과 1200명의 서울 거주 시민, 500명의 서울 생활권 시민이 생각하는 미래의 서울을 종합한 예측 결과가 발표됐다. [※참고: 서울 생활권 시민은 서울에 거주하지 않는 인천·경기시민 중 서울로 출퇴근·통학하는 인구를 말한다.] 2040년의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길고 우울한 서울의 여름 = 2040년 서울의 여름은 더 뜨거워진다. 2018년 111년 만의 폭염을 마주했던 서울이 더 달아오른다는 거다. 기상청의 분석을 보자. 2001년부터 2010년대까지 서울의 폭염일수는 평균 11일이었다. 2021~2040년 폭염기간은 21일로, 약 2배 늘어난다. 2041년부터는 44일로 더 증가한다. 여름방학보다도 긴 기간 폭염이 이어진다는 거다.

 

2018년 서울에서 폭염으로 사망한 온열질환자는 4명이었다. 온열 질환을 앓은 사람만 613명에 달했다. 2주간이었던 폭염 기간이 3배로 늘어난다면 더위 속에서 위험에 처하는 시민의 수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기술이 발달하는데 냉방 기술도 발전하지 않을까. 당연히 그렇겠지만 문제는 ‘에너지 사용량’이다.

2040년이면 서울의 에너지 사용량이 약 40% 증가한다. 2017년 한해 국내에서 사용한 총 에너지는 2억3390만TOE(석유 1t을 태울 때 발생하는 에너지)였다. 서울은 전체의 7.5%에 달하는 1499만TOE를 사용했다. 2040년이면 전국 에너지 소비량은 2억7900만TOE로, 같은 비중으로 계산했을 때 서울의 소비 에너지는 2092만TOE다.

서울은 ‘원전 하나 줄이기’ 전략으로 2022년까지 서울의 3가구 중 1가구는 태양광을 설치하고 전력의 20%는 태양광 에너지로 감당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실제로 서울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266만TOE 규모의 에너지를 생산했다. 2040년이 되면 태양광이 생산해내는 에너지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태양광 설치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유효한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전제에서다.

■서울 시민, 3명 중 1명은 ‘노인’ = 일자리가 풍부해 20대의 순유입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서울도 늙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서울의 지난해 출생률은 0.76명으로, 지자체 중 최하위였다. 이 때문에 2040년의 서울에선 3명 중 1명이 노인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생산 가능한 노동 인구(15~64세)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2040년이면 5명은 2명으로 줄어든다.

 

그 결과, 서울은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2015년 10위에서 2030년 115위로 하락한다. 15년 만에 100계단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곧 도시의 성장이 더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1인당 생산성이 높은 산업이 없다면 서울의 성장도 담보하기 어렵다. 시민들이 꼽은 시급한 문제 중 하나도 ‘노동 변화 대응’이었다.

■ ‘동북권’ 새 이름 생길까 = 변화하는 것은 기후와 인구 구조뿐만이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서울의 풍경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 1960년대 서울에는 강남이 없었다. 1970년대 도심이 포화상태가 되자 정부는 빈 땅인 ‘영등포의 동쪽’을 공략했고 그 땅이 ‘강남’이 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까지 결정되면서 서울 지하철 2호선의 계획은 강남을 지나는 방향으로 수정됐다. 집이 생기고 업무 지구와 함께 교통 인프라까지 갖췄으니, 강남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건 당연했다.

 

2040년에도 강남이 재정비 사업의 핵심이 될 수 있을까. 강남 재건축 물량은 2022년이면 2위로 물러난다. 대신 재정비 수요가 높아지는 지역은 성북·강북·도봉·노원 등 동북권이 된다. 강남처럼 중대형 위주의 아파트 단지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적다.

2040년이면 서울의 1·2인 가구 비중이 7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현재 1·2인 가구의 비중은 59%다. 1인 가구라 해도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30대의 경우 49.5㎡(약 15평) 이상에서 거주하는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 소형 아파트 위주로 구성된 아파트 단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건설·금융에서 서비스로 = 서울의 가장 번화한 업무지구로는 세곳이 꼽힌다. 도심, 강남, 그리고 여의도다. 사대문 안인 도심에는 대형 건설사의 본사가 들어서 있고 강남과 여의도에는 부동산 시행업, 금융, 증권사가 빼곡하다. 이런 광경도 2040년에는 희귀해질 수 있다.

서울을 먹여 살리는 산업 구조는 변화하고 있다. 2017년 서울 산업별 종사자 수를 보자. 2010년과 비교하면 변화가 두드러진다.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업종은 건설업(-0.98%포인트)이었고 금융 및 보험업(- 0.78포인트)이 뒤를 이었다. 2010년 8.50%를 차지했던 건설업 종사자의 비중은 2017년 7.52% 수준으로 하락했다. 금융 및 보험업 역시 6.02%였던 종사자 비중이 5.23 %로 떨어졌다.

1990년대 교통 인프라였던 다리는 2010년대 서울 시민의 여가 공간으로 재탄생했다.[사진=뉴시스]
1990년대 교통 인프라였던 다리는 2010년대 서울 시민의 여가 공간으로 재탄생했다.[사진=뉴시스]

반대로 종사자 수가 많이 늘어난 업종은 5.35%에서 7.00%로 높아진 사회복지서비스업(1.65%포인트)이었다. 사업시설 임대 및 사업서비스업(1.56%포인트)도 7.78%에서 9.34%로 종사자 비중이 높아졌다. 제조업에서 건설·금융업으로 이어진 서울의 주 먹거리가 서비스업 위주로 재편될 것이란 얘기다.

시민과 전문가가 예측한 미래는 대부분 ‘문제’ 위주다. 포럼을 열고 도시기본계획을 세우는 이유도 ‘선제적 관리’를 위해서다. 문제는 다들 알고 있다. 핵심은 실현이다. 서울의 2040년을 위한 시민 포럼은 9월과 11월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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