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오남용 막으려면…

아픈 곳을 치유해주는 약藥이 때론 독毒이 되기도 한다. 용도와 용법에 맞지 않게 오남용하거나, 정식으로 허가 받지 않은 약을 복용했을 경우다. 어떤 약이 믿을 수 있는 약인지, 어떻게 먹어야 맞는지 알고 복용해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갈수록 커져가는 의약품 시장에서 환자 스스로 이를 분간하기는 쉽지 않다. 흥미롭게도 해결책을 제시한 건 블록체인 기술이었다. 더스쿠프(The SCOOP)와 IBM의 통통 테크라이프가 약과 블록체인의 관계를 살펴봤다.

2017년 미국에서 약물 오남용으로 숨진 사망자 수는 7만여명에 달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17년 미국에서 약물 오남용으로 숨진 사망자 수는 7만여명에 달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은 2013년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4%를 넘어섰다는 거다. 2033년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든다. 초고령사회에 가까워질수록 가장 주목을 받는 분야 중 하나는 ‘약藥’이다. 질병에 취약한 노인인구가 많을수록 의약품 수요가 늘어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의약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의약품 수요의 증가는 또다른 우려를 낳았다. 약이 늘 몸에 이로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복용하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자칫 독毒이 될 수도 있다. 용도ㆍ용법에 맞게 복용하면 질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오남용하면 되레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거다. 심지어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17년 미국에서 약물 오남용으로 숨진 사망자는 총 7만2000명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자동차 사고와 총기사고,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로 인한 사망자 수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숫자다. 2016년엔 50세 미만 미국인의 사망원인 1위가 약물 과다 복용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른바 ‘가짜 약’이 유통될 가능성도 높다. 의약품 수요가 늘고 시장이 커질수록 이런 문제는 더욱 부각되게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앙에서 의약품 공급망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비관론이 많았다. 미국처럼 의료시스템이 민영화된 나라에선 데이터베이스가 분산돼 이런 시스템을 갖추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거였다. 

그러나 비관적인 전망과 달리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의약품 공급망을 추적ㆍ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글로벌 IT기업 IBM과 제약사 머크, 유통기업 월마트, 회계 컨설팅기업 KPMG와의 협력을 통해서다. 흥미롭게도 해결책은 블록체인 기술에 있었다. 

블록체인 기술이 의료분야에서 활용된 게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은 환자와 약물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수집ㆍ공유하는 데 쓰였다. 하지만 이번엔 의약품 공급망에서 유통되는 제품을 식별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활용도를 높였다. 

IBM 헬스케어ㆍ생명과학 블록체인 분야의 글로벌 솔루션 리더인 마크 트레쇼크는 “블록체인에는 의약품의 이력을 관리하고 통제하며, 사용하는 방법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네트워크 참여자간 연결을 강화하고, 데이터 자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정보를 공유해 의약품을 추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구축된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상당히 중요하다. 소비자는 이를 통해 더 높은 수준의 정보를 제공받고, 의약품의 출처를 확인할 수도 있다. 실제로 미 FDA에선 “(블록체인 네트워크가)의약품의 위조와 도난, 오염을 방지하고 유해 약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모으고 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의약품 공급 체인 플랫폼’은 2023년 출시될 예정이다. 이 플랫폼이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점차 국내 의료산업에까지 적용될 가능성도 높다. 그렇게 되면 국내에서도 약물의 오남용을 막고 투명한 의약품 관리가 가능해 소비자들은 더 안전한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다. 

마크 트레쇼크는 “이 프로젝트는 전세계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준수 요구 사항을 총족하기 위한 산업 유틸리티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숱하게 쏟아지는 새로운 약들. 어떤 게 믿을 만한 약인지 간단히 알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도움말 | 한국IBM 소셜 담당팀 blog.naver.com/ibm_korea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