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용 전 루미티어 창업자

더스쿠프(The SCOOP)와 이두용(40)씨와의 만남은 이번이 세번째다. 첫번째는 2014년 이씨가 내진耐震 LED 전등 ‘블루크랩’을 개발한 후 스타트업 대표로 한창 바쁘게 활동할 때였다. 두번째는 블루크랩이 시장에서 외면 받아 결국 폐업을 결정했던 2016년이었다. 이번엔 블루크랩 특허를 조명업체에 이전한 후였다. 

​이두용씨는 ‘블루크랩’ 특허를 이전한 후 홀가분하다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이두용씨는 ‘블루크랩’ 특허를 이전한 후 홀가분하다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2012년, 이두용씨는 스타트업 ‘루미티어’를 창업해 지진에도 끄떡없고, 어떤 천장구조라도 쉽게 호환되는 LED 전등 ‘블루크랩’을 개발(2013년)했다. 그를 지원했던 중소기업진흥공단은 당시 스타트업의 혁신제품을 얘기할 때 블루크랩을 빼놓지 않았다. LED 광원을 제조하던 대기업 영업사원들도 엄지를 치켜세운 제품이었다. 

하지만 내진 LED 전등은 시장 진입에 실패했고, 이씨는 폐업했다. [※참고 : 블루크랩은 당시에 없던 혁신제품이었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선 공무원들의 보신주의로, 건설시장에선 불합리한 영업구조에 막혀 빛을 보지 못했다. 더스쿠프 통권 208호 ‘내진 제품 개발했던 스타트업의 한탄’ 기사 참조.] 

그래도 다행히 블루크랩까지 사라지진 않았다. 최근 ‘블루크랩 특허를 사고 싶다’는 조명업체가 나타났고, 이씨는 해당 조명업체에 특허를 이전했다. 특허를 팔았으니 돈은 좀 벌었을까. 그렇지 않다. 시장에서 팔리지도 못한 제품의 특허를 비싸게 사줄 사람은 없었다.

이씨의 사정도 좋지 않았다. 개인회생을 신청한 그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블루크랩을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빚을 냈는데, 갚지 못해 파산한 탓이었다. 이씨는 “2016년의 폐업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미련이 남지 않느냐는 말에 그는 “속이 다 시원하다”면서 조용히 입을 뗐다. 

✚ 파산한 사람치곤 얼굴이 꽤 밝아 보인다.
“하하. 그럼 죽을상을 하고 있어야 하나. 못 갚을 정도의 돈이 아니다. 재기하면 되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  블루크랩 관련 특허는 얼마에 이전했나. 
“특허와 노하우, 기존의 제품까지 다 넘겼다. 1000만원 정도다.”

✚ 적정값이라 생각하나. 
“물론 아니다. 제품 개발에만 약 3억원이 투입됐다. 거기에 그동안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노력들이 들어갔다. 시장에도 진입하지 못한 제품의 특허라는 게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 예전에 만들었던 블루크랩이 그대로 시장에 나오는 건가. 
“아니다. 특허를 인수한 조명업체 측과 논의해서 벽에도 설치할 수 있게 업그레이드를 했다. 필요하다면 향후에도 도움을 드릴 생각이다.”

✚ 이번엔 블루크랩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이 시장은 영업력이 관건이다. 나는 그런 능력이 없었다. 특허를 사간 곳은 영업력이 있는 기업이다. 그렇다면 블루크랩이 빛을 발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얼마 전 포항과 경주 지역에 지진까지 있었으니 명분도 생겼다.”

✚ 아쉽지는 않나.
“내가 공들여 만든 자식 같은 제품지만 미련 따윈 없다. 사장되지 않고 빛을 볼 수 있으니 다행이라 생각한다. 속이 후련하다.” 

✚ 이제는 완전히 실패한 건가.
“그렇다.”

이씨는 두번째 만날 때만 해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사회구조에 막혀 국내에서 안 된다면 해외에 내다 팔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2015년엔 또다른 조명 스타트업과 손잡고 해외에 진출할 계획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씨는 “그 역시 녹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두용씨는 내진 LED 등기구인 ‘블루크랩’을 개발한 후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시장에선 성공하지 못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이두용씨는 내진 LED 등기구인 ‘블루크랩’을 개발한 후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시장에선 성공하지 못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 해외 진출은 왜 실패했나. 
“현지 납품업체와 얘기가 잘 돼서 계약서까지 준비된 상황이었다. 현지 공장에 LED 조명을 시범 설치해보고는 만족하면서 대량생산해서 납품하자더라. 비용도 현지 업체가 지불하기로 했다. 다만 한국에 납품된 사례를 보자더라. 사례가 없다 했다. 한국 공장을 한번 방문하겠다고 하더라. 불가능하다고 했다. 우린 사무실도 없을 때여서 공장이 없었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더니 그럼 투자비 일부라도 내라고 하더라. 무슨 돈이 있겠나. 현지 업체가 봤을 땐 황당했을 거다. 그렇게 무산됐다.” 

✚ 시중은행들을 찾아가 봤나. 
“폐업으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 국내 판매 사례만 있었어도 폐업은 안 됐을 것 같은가. 
“그랬을 것으로 본다. 건설현장에 쓰이지 못한 건 순전히 내 탓이다. 영업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영업을 이유로 술집을 들락거리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블루크랩을 안 쓴 건 그것과는 별개로 억울한 측면이 있다. 단순히 스타트업 제품을 써 달라는 불만의 토로가 아니다.”

허망한 폐업과 특허 이전

✚ 그게 무슨 말인가. 
“공공기관에는 원래 내진 규정이 있었다. 그래서 형광등은 내진설계를 통해 설치했다. 그 형광등이 LED 조명으로 바뀌면서 기술적으로 내진설계를 적용하지 못했고, 공공기관에서도 일반 LED 조명을 쓸 수밖에 없었다. 블루크랩은 기존의 내진 규정을 완벽히 충족하는 제품이었다. 따라서 영업력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받아줘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공공기관이 규정을 어긴 거나 다름없다.” 

✚ 핑계로 비칠 수도 있을 텐데.
“그럴 수도 있다. 환경 탓만을 하고 싶지도 않다. 훌륭한 사업가는 기득권의 벽도 무너뜨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득권의 벽을 무너뜨리는 것도 상식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걸 감안하면 공공기관은 상식이 안 통한 곳이었다” 

 

✚ 쓰디쓴 실패를 맛봤는데, 혹시 또 창업을 생각하는가.
“이미 재창업을 시작했다.”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이씨는 자신의 이름으로 창업을 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현재 협업 형태로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 

✚ 어떤 일인가. 
“레포츠를 좋아하는데 사람들을 이어주는 앱(레디유)을 개발하고 있다.”

✚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예컨대 스노보드 얘길 해보자. 나는 스노보드 마니아다. 혼자 타러 갈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럿이 가길 원한다. 지인들과 함께 가면 좋겠지만 다 같은 활동을 좋아할지도 알 수 없고, 일정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그때그때 이어주는 연결고리 같은 거다.”

✚ 이미 동호회 같은 게 있지 않나.
“좋은 지적이다. 중요한 건 그런 동호회 같은 모임이 늘 돈, 남녀 간 연애, 소통방식 등으로 문제를 빚고 만들어졌다 사라지길 반복한다는 점이다. 사람들도 계속 들쭉날쭉하고, 만족하는 이들도 없다. 그래서 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서 이런 서비스가 어떻겠냐고 물어봤다. 다들 좋아했고, 추가 아이디어를 주기도 하더라. 이런 질문들을 통해서 원래 100명도 채 안 되던 팔로워 수가 5000명 가까이 늘었다. 대부분 스노보드 마니아들이다. 앱 잠재 가입자가 그만큼인 셈이다.”

창업은 기득권과의 싸움

✚ 동호회와 같은 오프라인 모임과의 차별성은 뭔가.
“단체 카톡방 같은 게 운영되지 않는다. 단톡방으로 부담 갖는 이들이 꽤 많아서다. 일정에 인원이 모이면 자동으로 대화방이 만들어졌다가 모임이 끝나면 자동으로 사라진다. 1대1 대화도 불가능해서 연애를 위한 수단으로 삼기 어렵다. 레포츠를 함께 즐기려면 카풀도 중요한데, 지역을 묶을 수도 있어서 편리하다.”

 

✚ 수익구조는 있는가.
“가입자가 일정을 등록하면 매칭이 되는 시스템이다. 그럼 당사자에게 적합한 광고를 정보처럼 제공할 수 있다. 우리가 광고를 싫어하는 건 나와 아무 상관없는 광고이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찾아서라도 본다. 사람들이 여행을 가서 굳이 인터넷을 뒤적이면서 맛집을 찾는 것도 그런 거다. 매칭앱을 통해 개개인에게 더 정확하고 필요한 정보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수익창출이 가능하다.”

✚ 수익이 난다면 확장도 가능할 듯하다.
“그렇다. 각종 레포츠 외에도 콘서트나 영화관람, 야구관람 등까지 확장할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요구도 많다.”

✚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의 전환이라 생소하진 않나.
“제조업은 뭔가 새로운 걸 만들겠다는 사명감으로 했다면 이번 일은 내가 좋아하는 활동을 하다가 사업으로 이어졌다. 조명시장은 수요자를 잘 몰랐지만, 레포츠 쪽은 내가 수요자여서 잘 안다. 투자 비용도 적게 든다. 제조업처럼 폐업 후에 신용불량자로 고생해야 할 일이 없다.”

✚ 다시 제조업을 해볼 생각은 없나.
“제조업, 특히 B2B시장은 스타트업이 접근할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젊고 혁신적인 패기가 완전히 꺾일 수도 있다.”

✚ 이번엔 아무 고민이 없나. 
“그렇지 않다. 지분구조를 현재 협업하고 있는 이들과 비슷하게 나누려는데, 투자를 받으려니까 그런 지분구조를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 한명이 책임지는 구조로 만들어야 된단다. 경영권 방어가 가능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실은 경영을 쉽게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인 듯하다. 실리콘밸리에선 그렇게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실리콘밸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 투자기관에서도 그런 지분구조 얘기를 하더라. 수평적인 관계를 가진 스타트업을 만들고 싶은데 참 쉽지가 않다. 창업을 해보면 그때그때마다 늘 이상한 사회구조, 고정관념, 비상식 등과 싸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참 힘들다.”

8월 30일, 이씨에게서 연락이 왔다. 법원에 신청한 개인회생이 받아들여졌다는 거였다. 그는 “이제 사업 재기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됐다”면서 격앙돼 있었다. 좋은 아이디어로 사업 하고 싶다는 사람을 앞뒤 재지 않고 빚을 졌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붙잡아 놓고 있었던 건 아닐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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