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먼저 탄생했지만 기술적 한계로 경쟁에서 밀렸다. 그런 전기차는 다시 각광받고 있다. 시대가 달라져서다. 그렇다면 자동차 제조사들이 만들어낸 오래된 클래식 카도 잘만 활용하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낡은 차라고 그 가치까지 낡은 건 아니니까….
 

클래식 카를 잘 이용하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도 있다.[사진=뉴시스]
클래식 카를 잘 이용하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도 있다.[사진=뉴시스]

내연기관차가 처음 탄생한 건 1886년이다. 흥미로운 건 최초의 전기자동차는 이보다 더 빠른 1873년에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시속 100㎞를 먼저 달성한 것도 전기차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먼저 태어났음에도 기술적 한계로 주도권을 빼앗겼을 뿐이다. 하지만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다시 전기차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다. 통신기술이 더해지면서 전기차는 이동수단이라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움직이는 가전제품’ 혹은 ‘움직이는 생활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기에 자율주행기술까지 더해지면서 변신의 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전기차가 기존 자동차의 개념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개념을 잡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뒤처졌던 전기차의 부활

이런 맥락을 이해하는 건 중요하다. 그래야 새로운 시대를 맞은 전기차가 제대로 설정된 이정표를 따라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 자동차 산업은 가야 할 길만 보는데 급급해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거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이 만든 자동차를 볼 수 있는 박물관 하나 없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자동차의 역사를 직접 써 내려간 독일은 다르다. 제작사별로 박물관을 짓고, 직접 생산했던 100년도 넘은 클래식 카를 전시한다. 독일만이 아니다. 영국과 미국은 물론 자동차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일본에서도 완성차 브랜드들이 클래식 카 박물관을 갖추고 있다. 

우리는 과거의 기억이 전무하다. 삼성화재 교통박물관이나 제주 자동차 박물관 등이 있지만, 개인이 소장했던 자동차를 선보이는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브랜드를 대표하는 현대차그룹도 자동차 박물관이 없다. 현재 짓고 있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 내에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지만 수년은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국내의 클래식 카를 구경하기도 힘들다. 관련 단체도 없고, 전시회도 없으며, 세미나는 물론 거래문화도 없다. 근대 문화재로 지정된 20여점의 클래식 카는 개인이 관리하고 아무도 지원을 해주지 않아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해외 클래식 카는 정식 수입을 할 수 없어 완구제품으로 들여오니 번호판을 붙일 수도 없다. 당연히 길거리 운행은 언감생심이다. 클래식 카는 현재의 환경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니 미세먼지 관련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선 더더욱 그렇다. 

사실 클래식 카는 역사적 의미나 희소가치 등으로 일상에서 운행하는 게 쉽지 않다. 날씨 좋을 때 길거리로 갖고 나와 상태를 점검하고 내구성을 검증하는 정도로만 운행될 뿐이다. 대기오염 물질 배출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클래식 카의 남모를 가치

반면 클래식 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다양하다. 자동차 제조사는 클래식 카 박물관을 만들어 전통을 보여줌으로써 브랜드의 격과 자부심을 높일 수 있다. 엔지니어는 과거 모델에서 영감을 얻고, 경영자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을 수도 있다. 실제로 클래식 카 전시회와 클래식 카 퍼레이드는 복원 기술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거래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전기차는 역사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다시 부활했다. 클래식 카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단순히 지나간 과거로 치부하지 않고 미래를 다시 보게 해 줄 거울이라 생각한다면 말이다. ‘과거를 모르고 조상을 모르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라는 말을 되새길 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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