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건조기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 괜찮나

논란이 됐던 LG전자 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을 점검한 한국소비자원이 한달여 만에 조사결과를 내놨다.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특정 조건에선 자동세척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LG건조기의 설계가 그런 방식이었다”는 말도 했다. 그럼에도 LG전자는 “자동세척 기능은 제대로 작동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진실은 대체 뭘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답을 찾아봤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LG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은 응축수가 모자랄 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사진=연합뉴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LG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은 응축수가 모자랄 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사진=연합뉴스]

먼저 용어부터 설명해보자. 콘덴서는 LG전자 건조기에 붙어있는 부품이다. 의류 건조시 발생하는 증기를 물로 바꿔주는 게 이 부품의 주요 기능이다. 그 과정에서 콘덴서에 먼지가 붙는다. LG전자는 2016년부터 신형 건조기를 출시하면서 ‘콘덴서가 자동세척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콘덴서에 먼지가 쌓이는 것을 기술력으로 막았다는 거였다. 이는 경쟁업체 제품과 대비되는 차별화 포인트였다. 7월 문제가 터졌다. LG건조기의 콘덴서가 자동세척되지 않는다는 민원이 빗발쳤다. 그러자 한국소비자원이 현장점검과 사실조사에 나섰다. 

그로부터 한달여가 흐른 8월 29일 소비자원은 조사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내용은 대략 이랬다. “사용조건에 따라 LG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조건 설정이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소비자원은 LG전자에 콘덴서에 먼지가 쌓이는 현상을 막고, 응축수(의류 건조시 발생한 물) 양과 상관없이 자동세척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LG전자는 권고를 받아들여 개선사항을 판매된 모든 건조기에 적용하기로 했다. 당연히 무상수리다. 기존 건조기들은 생산을 중단하고, 개선된 모델로 생산하기로 했다. 그럼 LG건조기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에 관한 논란은 일단락된 걸까. 그렇지 않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어서다. 크게 두가지다. 

첫째, 허위 혹은 과장광고 문제다. 소비자원 관계자의 말을 좀 더 자세하게 풀어보자. “LG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은 1.6~2.0L의 응축수가 모일 때에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반대로 말하면 그 정도 양의 응축수가 모이지 않을 때는 자동세척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는 거다. 응축수는 세탁물을 건조할 때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니 소량의 의류를 건조기에 넣으면 콘덴서가 자동세척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됐다.”

자동세척 목적은 어디로 사라졌나

문제는 이런 설명을 LG전자의 광고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광고 내용을 보자.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서술어만 편집했다. “3개의 물줄기로 1회 건조당 1~3회 세척한다.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은 손에 닿지 않는 먼지까지 없애준다.” 건조할 의류가 적어 응축수가 모이지 않는다면 이 시스템은 무용지물이란 문구는 어디에도 없다. LG전자 관계자는 “콘덴서가 자동으로 세척된다는 걸 알리는 취지의 광고였다”면서 “건조 과정에서 자동세척이 이뤄졌기 때문에 허위 혹은 과장 광고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조인들의 말은 다르다. 김성준 IBS법률사무소 변호사의 주장을 들어보자. “LG전자의 건조기 광고에 따르면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은 분명히 다른 회사와 구분되는 차별화된 특징이다. 또한 소비자들은 이 기능이 건조시마다 작동되는 것으로 인식할 만하다.” 그는 말을 이었다. “그럼에도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특정 조건에서 자동세척 기능이 작동한다는 고지가 없었다면 허위ㆍ과장광고로 볼 여지가 크다.” 향후 나올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둘째, LG전자의 품질관리체계에도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LG전자 고객센터 직원은 더스쿠프(The SCOOP) 취재진에게 “콘덴서에 먼지가 50% 정도 쌓이면 건조시간 연장, 건조 기능 저하, 냄새 유발 등이 생길 수 있고, 건조시간 연장으로 전기요금이 더 나올 수도 있다”면서 “이는 LG전자의 지침을 그대로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핵심은 ‘콘덴서에 먼지가 50% 이상 붙어 있으면 건조기 고유 기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거다. 

LG건조기는 과연 어땠을까. 소비자원이 무작위 추출한 대형건조기 20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0% 이상 쌓인 건조기는 1대였다. 쉽게 말해,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건조기 고유 기능에도 영향을 받은 건조기’가 5%라는 얘기다. [※참고 : 혹자는 20대 중 1대를 단순비율로 따지면 곤란한 것 아니냐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샘플을 너무 적게 선정한 게 문제라면 LG전자가 소비자원에 선정 개수를 늘려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했어야 했다. LG전자는 그런 요구를 하지 않았다.] 

진짜 개선한 거 맞나

익명을 요구한 한 품질관리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보자. “LG전자가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의 작동 요건을 ‘응축수가 일정 수준으로 모였을 때’로 설계한 건 사실 아닌가. 문제의 핵심은 그 조건이 맞지 않을 때는 제대로 작동이 안 된다는 거다. 이걸 두고 ‘설계대로 됐으니 자동세척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다’고 하는 건 말장난에 불과하다. 보통은 제품 출시 전 성능 시험을 할 때 악조건에서도 최대한 기능이 작동할 수 있게끔 설계를 하는데, 이건 설계를 잘못한 거다.” 

그럼에도 여전히 LG전자는 “자동세척 기능은 제대로 작동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매회 자동세척이 이뤄지도록 개선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설계 기준보다 모자란 응축수로 자동세척을 해서 과연 먼지제거 효과를 개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효과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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