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서점 추천 ‘추석 연휴에 읽어볼 만한 책’
3시간가량이면 완독 가능한 짧은책 엄선

늘 돌아오는 추석과 긴 연휴. 이번엔 스마트폰보단 책의 세계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더스쿠프(The SCOOP)가 14권의 책을 소개한다. 3시간가량이면 능히 완독할 만큼 얇은 책들이다. 그렇다고 내용까지 얕다고 생각하면 오산. 7개 온ㆍ오프라인 서점들이 자신만만하게 추천한 도서라는 걸 잊지 말자. 자! 지금부터 종이 내음 가득한 ‘3시간의 책여행’을 떠나보자. 

책 읽기는 ‘나를 위한 투자’ 중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한다.[사진=연합뉴스]
책 읽기는 ‘나를 위한 투자’ 중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한다.[사진=연합뉴스]

「춤추는 수건」 
제성은ㆍ윤태규|개암나무|56쪽|동화
YES24 추천도서


집에 나뒹구는 수건을 유심히 살펴보게 만드는 책이다. 수건을 사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어디선가 기념품으로 받아오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기념품용 수건에는 어김없이 기념 문구가 적혀 있다. 돌잔치, 동창회, 칠순잔치, 회사 창립일, 각종 모임 등. 잊고 지내던 날들이지만 수건들은 다 기억하고 있다. 

치매에 걸린 남편을 돌보며 살아가는 김옥분 할머니는 낡고 지저분한 수건 하나를 버리려고 한다. 그러자 수건들이 긴장한다. 집에 온 지 한 달밖에 안 된 ‘첫돌 수건’, 빛바래고 얼룩진 ‘고희연 수건’도 잔뜩 겁을 먹었다. 빨래를 널던 김옥분 할머니가 수건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추억에 잠긴다. 할머니는 어떤 수건을 버릴까. 아니면 버릴 수나 있을까.  

저자는 수건을 의인화해서 향수를 자극한다. 56페이지밖에 안 되는 동화지만, ‘기억을 잃어가는 할아버지’와 ‘기억을 간직한 수건’이라는 상반된 설정이 선사하는 감동은 꽤 크다. 책을 읽고 나면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던 수건 속 글자들처럼 숨은 보물들이 하나둘 보일지 모른다. 


「아이의 방문을 열기 전에」
이임숙|창작과비평|288쪽|교육
인터파크 추천도서

 
아무리 핵가족 시대라 해도 명절엔 흩어졌던 가족들이 모이니 북적대기 마련이다. 이때 정작 중요해지는 건 대화다. 문제는 평소 자녀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탓에 명절날 갑자기 분위기 싸해지는 상황이 종종 연출된다는 점이다. 자녀가 사춘기 10대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럴 때 “내가 그 시절엔…”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선 곤란하다. 아이들은 당신의 10대와 같지 않아서다. 더구나 이런 10대와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대부분의 부모는 배운 적이 없다. 그래서 아이들과 대화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바로 이 책을 통해서다. 

저자는 사춘기를 지나는 10대 자녀를 보면서 막막해하는 부모에게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풍부한 상담 사례와 대화 예시를 보여줘 더 이해하기 쉽다. 혹시 “우리 아이는 사춘기 같은 거 없이 잘 지낸다”고 생각하는 부모라면 반드시 읽어보길 권한다. 그 생각이 착각일 뿐이었다는 걸 깨닫게 될 테니 말이다. 

「두 방문객」
김희진|민음사|212쪽|소설
교보문고 추천도서


3년 전 사고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 아들의 생일날을 기념하려는데 아들의 친구와 그 약혼녀가 찾아오면서 소설은 시작한다. 거의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이지만, 책 속엔 더 일반적이지 않은 일이 폭탄처럼 도사리고 있다가 결국 터진다. 


나름 반전이 있어 구구절절 소개하긴 좀 곤란하다. 흥미로운 건 곧 다가올 반전이 현실로 닥칠 때 “아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는 점이다. 파국으로 끝날 것 같은 상황이 펼쳐지지만, 저자는 한쪽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포용으로 끝을 맺는다. 과연 얼마나 많은 독자들이 저자의 끝맺음에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그만큼 읽고 나면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달라질 듯하다. 

그럼에도 이 책을 소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걸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지를 한번쯤 돌이켜 볼 수 있어서다. 그게 가족이든, 연인이든, 친구든 말이다. 

「신기한 방귀 가루」
요 네스뵈 외|사계절|244쪽|동화
YES24 추천도서


방귀라는 단어만 들어도, 방귀소리만 들어도 웃으면서 뒤로 넘어가는 아이들을 본 적 있을 것이다. 그 방귀라는 소재에 풍부한 상상력을 더한 판타지 동화다. 북유럽 최고의 추리작가 요 네스뵈의 작품으로 전 세계 25개국에서 출간됐고, 영화로도 제작됐다. 작가가 딸과 함께 얘기를 나누고 싶어 기획한 동화라니 책으로 아이와 어울리고 싶다면 이만한 게 없다. 

여기서 등장하는 방귀는 그냥 방귀가 아니다. 눈에 보이는 ‘가루’ 형태로 먹을 수도 있다. 방귀 가루를 이용하면 우주선 없이 우주 비행도 할 수 있다. 초특급 아이디어 상품인 방귀 가루를 지키려는 자들과 빼앗으려는 자들, 그 사이에서 펼쳐지는 대결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책의 또다른 재미는 북유럽 국가의 전통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노르웨이의 독립기념일에 맞춰 펼쳐지는 전통행사가 소설의 주 배경이라서다. 기왕이면 노르웨이 공부를 좀 하고 아이와 함께 읽기를 추천한다. 뜻하지 않은 아이의 질문에도 척척박사처럼 답할 수 있으려면 말이다. 

「서점의 온도」
류얼시|유유출판사|188쪽|에세이
알라딘 추천도서


1500만명이 북적대는 중국 광저우廣州엔 24시간 문을 여는 서점이 있다. ‘1200북숍’이라는 곳인데, 돈을 더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무나 머물다 가라고 서점 주인이 문을 열어 놓는 거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겠지만 사실이다. 

서점 주인은 타이완 도보여행 중 자신을 도와준 타이완인에게 감명 받아 서점을 열었고, 사람들이 머물다 가는 장소로 제공하고 있다. 소파들을 놓고 다른 사람에게 폐만 끼치지 않는다면 책을 사지 않아도 얼마든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덕분에 서점 주인은 몇몇 사람들을 오래, 그리고 자주 마주쳤는데, 바로 그들의 인생 얘기를 담은 책이다.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해 거리를 떠돌다 서점에 머물게 된 12살 아이, 광저우에서 인문학서점을 운영하다가 죽은 ‘홍풍엽서점’ 주인의 가족, 중국 대륙 일주에 나선 배낭여행객, 매일 밤 서점으로 출근해 공부를 하는 수험생, 광저우 지하철역 앞에서 버스킹하는 아마추어 가수, 서점에서 일어난 절도 사건의 범인, 손님에서 직원이 된 청각장애인 등 소재가 다채롭다. 

「어쩌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됐을까」
일자 샌드|인플루엔셜|232쪽|심리
반디앤루니스 추천도서


키르케고르는 “행복의 90%는 인간관계에 달려 있다”고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은 이 인간관계 때문에 불행을 느낀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저명한 심리치료사인 저자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마음 한구석에 치워두거나  적당히 회피하는 관계가 우리 마음을 과거에 붙잡아두고 병들게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상대방을 탓하거나 핑계를 대고, 화해하고 싶은지 아닌지조차 몰라 미적거리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관계 처방전’을 내려준다. 풀어야 하는 관계인 줄 알면서도 막상 그 한발을 내딛지 못하고 있다면 꼭 읽어 보길 권한다. 물론 이 책의 저자는 무조건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는다. 회복하지 못할 관계라면 적절히 이별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조언은 참 현실적이다. 

책의 각 절 끝에 실린 14단계의 ‘관계연습’ 코너를 통해 관계를 정리할 자신감도 키울 수 있다. 책을 읽는다면 꼭 풀어보자. 어쩌면 가족, 친구, 연인 등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회복해 불행을 행복으로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사회성이 고민입니다」
장대익|휴머니스트|192쪽|인문
교보문고 추천도서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무언가를 혼자 하고 있다는 걸 왜 그렇게 남에게 보이기는 싫은 걸까.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사는 거라는데, 모르는 사람들만 있는 자리는 왜 그리 불편한 건지…. 

‘난 그런 거 못 느끼겠던데’라고 말하는 1인이라면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질지 모른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데, 난 돌연변이일까.” 혹시 이런 생각은 어떤가. “남들 눈치 안 보고 살고 있다 자부하면서도, 나는 왜 그토록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목을 매고 있는 걸까.”

아무리 혼자이고 싶어도 외로운 건 싫어하는 당신에게 과학자인 저자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무심하게 ‘사회성’을 이야기한다. 이상한 건 이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보면 나름 위로가 된다는 점이다. 마음이 답답하고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철학관을 찾는 대신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당신이 혼자이고 싶은 이유, 외로운 이유, 관심 받고 싶은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싫다면서 하고 있어 하하하」
최현정|위즈덤하우스|336쪽|에세이
YES24 추천도서


하고 있는 일이 마냥 좋아 출근길이 즐거운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게다. 오히려 회사만 생각하면 욕이 입속을 맴도는 이들이 더 많지 않을까. 그럼에도 회사를 당장 그만두지 못하는 건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싫다면서 출근하고, 싫다면서 회의를 준비하고, 싫다면서 보고서를 쓴다.

 

그런데 이 갑갑한 상황에서 웃음이 난다. “하하하.”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듯이 웃어넘기는 바로 그 상황이 책 제목이다. 이렇게 버티는 나 자신을 칭찬해도 되지 않겠냐는 의미도 담겨 있다.

혹자는 이 상황을 두고 “정신분열적 증상”이라면서 심각한 표정을 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겠나. 현실을 정면 돌파하기 힘들다면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힘든 시간을 이겨내는 수밖에. 하나 더. 힘든 상황은 털어놓을수록 스트레스가 반감된다는 사실이다. 저자가 직장생활의 고단함을 솔직담백하게 털어놓을수록 독자들도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
하상욱|아르테|256쪽|에세이
인터파크 추천도서


스마트폰 속 이모티콘은 100마디 말로도 다 전하지 못하는 내 감정을 하나의 이모티콘으로 적절히 풀어낸다. 이모티콘 카카오프렌즈가 인기 있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이 책에선 카카오프렌즈의 오리캐릭터인 튜브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현실에선 다 못한 내 속의 감정들을 하나둘 폭발시켜준다. 

마음에도 없는 위로 따위는 없다. 예컨대 “힘들다”고 하면 많은 이들은 “힘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말은 간혹 “그냥 참아”로 해석되기도 한다. 속이 타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저자의 촌철살인 같은 말과 함께 튜브는 적절한 표정과 행동으로 킥을 날려준다. “왜 자꾸 힘내래? 난 힘 빼고 살 건데” 하는 식이다.

소심하지만 대찬 튜브의 오리발 킥, 묵직하게 뼈를 치는 저자의 유쾌한 문장을 보고 읽다보면 어느 틈에 스트레스가 풀려나간다. 이런저런 세상일로 상처 받고 자존감이 무너져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 울거나 소리 지르고 싶은 사람에게 정말로 필요한 건, 어쩌면 피식 하고 웃게 만드는 농담 한마디가 아닐까. 

「어른의 그림책」
황유진|메멘토|352쪽|에세이
알라딘 추천도서


어른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그림책테라피스트라니. 이렇게 생소한 직업이 또 있을까 싶지만 저자가 바로 그림책테라피스트다. 사실 그림책은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다. 다른 생각이 끼어들 여지도 없다.

그래서 어떤 그림책은 어른들의 마음을 확 사로잡는다. 늘 절제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어른들에게 어쩌면 그림책은 날것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문자나 언어로는 하기 힘든 경험을 선사하는 도구다. “다 큰 어른이 무슨 그림책이냐”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저자와 함께 그림책을 함께 읽는 사람들은 꽤 많은 듯하다.

이 책은 저자가 그림책테라피스트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사람들과 진행했던 ‘그림책 함께 읽기’를 주제별로 이야기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사람들은 서로 자신의 경험에 비춰 주인공이 맞닥뜨리는 위기와 갈등을 재해석하고, 다르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나눈다는 점이다. 인생에서 휘청거리는 게 나만이 아니라는 공감대도 얻는다. 정작 이 책에 그림은 없다. 

「페인트」
이희영|창작과비평|204쪽|소설
인터파크 추천도서


「아이의 방문을 열기 전에」가 심리학적 관점에서 아이들과의 대화를 돕는 책이라면 「페인트」는 자녀들이 부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소설이다. 창비청소년문학상 심사에서 청소년심사단 134명의 열렬한 찬사를 받으며 선정됐다는 점만 봐도 부모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물론 부모 입장에선 내용이 썩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소설은 플라톤이 주창한 것과 비슷한 공동 양육시스템 속에서 자란 자녀들이 직접 면접을 통해 부모를 선택한다는 설정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소설의 제목 ‘페인트’ 역시 바로 부모 면접(parent’s interview)을 뜻하는 아이들의 은어다. 사회 전복적인 사고다. 

이런 발칙한 생각을 통해 책은 한국 사회에 ‘재산이 많으면 좋은 부모일까’ ‘인품이 훌륭하면 좋은 부모일까’ ‘부모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일까’ ‘나는 과연 자녀들의 선택을 받을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을까’ 등 꽤나 무거운 질문들을 던진다.

「어느 날 갑자기 공황이 찾아왔다」
클라우스 베른하르트|흐름출판|236쪽|심리
영풍문고 추천도서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갑자기 숨이 막히지는 않는가. 시험 전날 꼭 배탈이 나지는 않는가. 우리가 살면서 무심코 지나치는 현상이지만, 어쩌면 당신은 공황을 겪고 있는지 모른다. 이처럼 공황장애는 우리가 스스로를 잘 지낸다 생각하고 증상을 무시할 때 갑자기 찾아온다. 공황장애는 특별한 사람에게 일어나는 특별한 일이 아니란 얘기다. 

베를린에서 정신병원을 운영하는 의사인 저자는 뇌 과학을 앞세워 우리가 왜 불안을 느끼고 공황을 겪는지, 어떤 방법으로 공황을 감지해내는지 밝히고 독특한 치료법을 제시한다. 그는 약을 먹거나 수술을 받지 않아도 최신 뇌 연구를 통해 알아낸 몇가지 속임수를 이용하면 증상을 말끔히 없앨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저자는 “공황은 우리 몸에 설계된 위기 대처 프로그램”이라면서 공황을 겪지 않기 위해 혹은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삶에서 중요하게 들여다봐야 할 게 무엇인지도 함께 일러준다. 따라서 이 책은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들을 위한 치료서이면서 우리 모두를 위한 심리서다. 혹시 누군가가 “숨이 막힌다”고 말한다면 절대 무심코 넘기지 말자. 

「수영장의 바닥」
앤디 앤드루스|홍익출판사|220쪽|자기계발
YES24 추천도서


지금껏 숱한 자기계발서들이 틀에 박힌 생각을 바꾸라거나 게임의 룰을 바꾸는 사람이 되라고 조언했다. 그 조언을 따라자신 안의 뭔가를 변화시키겠다고 도전한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생각처럼 바뀌지 않는 걸까. 혹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 했어’ 혹은 ‘여기까지도 내가 할 수 있는 최고를 성취한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저자는 상상력과 능력을 가로막는 그런 생각들을 버리라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뻔한 범주’에서 벗어나고 싶다면서도 남들과 똑같은 기준에 맞춰가는 요령을 배우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꼬집는다. 저자는 당신의 도전이 어디에서 시작돼야 하는지, 어디에 잠재력이 숨은 곳인지 살며시 가리킨다. 

그 가리킴을 따라가도 될까.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를 쓴 이가 이 책의 저자다. 자기계발서로서의 검증이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문학동네|152쪽|소설
YES24 추천도서


“아침엔 네발로 걷다가 점심에는 두발로, 저녁엔 세발로 걷는 게 무엇이냐”는 스핑크스의 질문을 생각나게 하는 이 책은 앞서 소개한 책들과는 다소 다른 책이다. 저자가 노벨문학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저명한 작가라는 이유에서가 아니다. 우리는 책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흥미진진한 전개나 결정적인 반전 등 재미난 요소를 기대하기 마련인데, 이 책엔 그런 요소가 없다.

뭔가 심각한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고, 극적인 대결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간단히 말하면 그저 요한네스라는 사람이 태어나고, 늙은 어부로 살다가 죽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삶과 죽음이라는 커다란 주제를 200쪽도 안 되는 종이에 담았다. 

그게 가능한 건 저자의 독특한 문장력 덕분이다. 저자는 구구절절한 이야기로 종이를 채우기보다는 심심하고 무미건조한 대화와 여백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마침표도 거의 쓰이지 않았다. 쉼표로 잠시 쉬었다가 다음 문장으로 슬쩍 넘어간다. 마치 주인공 요한네스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머무르는 것처럼 저자의 문장도 그렇다. 주제가 무거운 만큼 귀향길보다는 귀경길에 권한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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